-
-
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평점 :
싸늘한 날씨에 줄어든 바깥활동 때문에 비타민E가 많이 부족해 우울감이 다른 계절보다 더 깊어질 시기, 나 역시 요즘은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간해서의 쇼킹하고 배꼽빼는 내용이 아닌 아상에야 이런 때에 서정적 소설의 아이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쥐약이 될 수도 있다. 조곤조곤한 필체는 안봐도 비디오일 것이며 대강의 내용을 봤을 때 분명 서정적이고 조용한 심리묘사를 주로 한 내용임에 틀림없었다. 아 이럴때 내게 오신 가오리님 제발 '하느님'에게 내 기분을 더 다운시켜주지 말아주세요, 가오리님의 뻥 차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빌었다. 소설을 다 읽은 지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뼈가 녹아버릴 정도의 사랑을 한, 어느날 '반드시 돌아올게' 한마디 남기고 떠난 남자를 찾아 떠돌아 다니는 여자 요코와 그가 남긴 보몰같은 딸 소우코의 시점을 교차해 보여준다. 한 장소에 익숙해지기 전에 다른 곳을 찾아 떠나는 요코, '그 사람'을 찾기 위해서 가는 동네마다 악기점과 음악잡지를 찾아본다. 그런 그녀의 딸 소우코는 이유도 모른체 엄마와 다니지만 성장해 갈수록 점점 엄마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급기야 엄마를 떠나 기숙사로 혼자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충분히 감정이입이 될 만큼 두 모녀의 심리묘사가 섬세하다. 인생을 바꿔버릴 만큼 사랑했던 남자를 찾는 요코에 대한 안타까움, '하느님의 보트'를 탔다는 뜻모를 이유로 한 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소우코는 심리적 방황을 겪게되고 엄마와도 갈등이 생겨난다. 슬프게도 뼈가 녹아내릴만큼의 사랑을 해보지 않았고 아직까지 딸의 입장에 있다보니 나로써는 딸 소우코의 편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자꾸만 있지도 않은 아빠의 이마뼈와 등뼈를 닮았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마치 옆에 있는 것 처럼 아빠 이야기를 하는 요코를 보면서 화가 나면서 너무나 답답했다. 소우코의 입장이었다면 소우코처럼 홀로 서기를 선언했을 것이다.
단순하고 잔잔한 플롯의 스토리에는 공감할 수 있는 여러가지 페이소스가 섬세하게 담겨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가장 위험한 소설인 만큼 가장 읽어볼 만한 소설이었다. 그녀들과 함께 하느님의 보트에 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