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카랄도 (Fitzcarraldo)


배가 산을 넘는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하기야 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지만 사공은 한 명인데 배가 실제 산으로 올라간다. 영화 피츠카랄도(Klaus Kinski 주연, Herzog 감독)에서 욕망에 집착하는 한 사나이의 광기가 도무지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일을 만들어 낸다.


피츠카랄도는 오페라를 광적으로 좋아하며 특히 엔리코 카루소에 열광한다. 그의 꿈은 아마존 열대밀림에 오페라하우스를 짓고 카루소를 초청하여 개막공연을 갖는 것이다. 남들은 비웃고 비생산적인 계획을 무시한다. 그럴수록 그의 꿈은 더욱 확신을 갖게 되고 부인은 유일한 협력자가 된다. 아직 문명화가 되지 않은 열대 밀림에 오페라나 카루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며 오로지 피츠카랄도 자신만을 위하는 일이라는 것을 모두 다 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욕망이 되고 열광은 광기로 변한다. 오페라 하우스를 짓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밀림의 고무를 채취해 돈을 벌기로 하고 고무나무가 있는 폰고지방까지 배를 몰고 가려 한다. 그러나 지름길은 급류가 흘러 배를 타고 가지 어렵고 우회 물줄기를 타고 올라가 배를 끌고 산을 넘어 가기로 한다. 흰 배를 신성히 여긴 원주민 인디언 수 백명은 기꺼이 배를 옮기는데 모든 힘을 다 바친다. 천신만고 끝에 배는 산을 넘어 건너편 강가에 띄어지고 모두들 축제를 벌인다. 이 축제는 문명화된 피츠카랄도에게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자연을 정복한 승리의 제의(祭儀)이지만 원주민들에게는 신성한 물체를 이 곳에서 저 곳으로 옮겨놓은 경건한 의식 밖에 되지 않는다. 급류를 만든 악마를 달래기 위해 배를 그대로 폰고지방에 묶어 둘 수는 없다. 모두들 잠든 사이 추장은 배를 묶은 밧줄을 끊어버리고 배는 하류로 흘러 출발했던 지점으로 다시 돌아간다. 떠내려가는 배 위에서 피츠카랄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카루소의 노래를 트는 것 뿐 이다. 아니 피츠카랄도도 카루소의 노래는 이제 일종의 제의행위이다. 인디언의 영혼과 피츠카랄도의 영혼이 서로 소통을 한 모양이다. 문명화된 인간의 욕망이 원주민의 원초적 신앙과 갈등을 겪었으나 그 지방에 뿌리를 둔 원주민의 신앙으로 결론이 난다.


이제 모든 것이 거덜난 피츠카랄도는 전 재산에 해당하는 그 배를 헐값에 넘기고 그 돈으로 오페라단을 초청하여 선상(船上)에서 자신만을 위한 오페라를 공연한다. 비록 카루소를 초청하여 개관행사를 갖지 못했지만 카루소를 좋아하는 돼지를 위한 벨벳의자 옆에 서서 긴 시가를 물고 흐뭇한 표정으로 오페라 공연을 관람한다. 드디어 그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엘비라를 사랑하는 아르투로의 마음이 되어 사랑의 세레나데가 배 위를 울려 퍼진다. ‘사랑하는 이여 그대에게 사랑을’


실제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아마존강을 오가는 큰 배를 산으로 끌어 올렸으며 이 장면만을 위해 무려 7개월을 고생했다고 한다. 피츠카랄도의 광기는 그대로 감독 헤르초그의 광기를 보여준 것이다. 피츠카랄도역의 킨스키는 그의 독특한 외모와 광기어린 표정으로 헤르초그 감독과 계속 작업을 같이 해 오다 이 영화를 끝으로 둘은 결별한다. 4년에 걸친 이 영화의 제작과정은 그 자체가 하나의 광기어린 작업이었던 것이다.


벨리니의 오페라 청교도(I Puritani)는 청교도 정치가 아버지를 둔 엘비라와 청교도와 대립관계인 귀족출신의 아르투르간의 사랑의 이야기다. 크롬웰이 정권을 잡은 후 쫓겨 다니는 헨리 8세의 왕비를 구출하기 위해 결혼식 날 신부 엘비라를 버린 아르투르, 크롬웰에 의해 사형이 선고되고 엘비라를 미쳐버리게 만든 그는 청교도측이 승리한 뒤 사면되어 엘비라와 다시 결합하는 것으로 끝난다. 아르투르가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인 ‘사랑하는 이여 그대에게 사랑을’은 벨칸토 테너에게 지극히 어려운 곡이지만 사랑의 곡으로는 지극히 아름다운 곡이다. 엘비라가 화답하여 부르는 이 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사랑은 나를 당신에게로 처음 인도했소.

비밀과 슬픔 속에서

사랑은 이제 당신을 내 곁에 부르오

기쁨과 환희 속에서

나의 사랑

<나는 이제 당신 거에요> 그렇소 당신은 내 것이오

하늘이여 우리의 맹세에 미소지어 주세요

이 위대한 사랑을 축복하여 주세요

이 사랑스럽고 빛나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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