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시비돌이 > 손석희 아나운서 인터뷰(1)

결국 손석희 아나운서가 엠비시를 사직하신 것 같군요. 아쉽지만, 계속 방송도 하실 거고,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라 믿습니다. 인터뷰를 하나씩 올리 드리려고 했는데, 지난 인터뷰를 올리는 것도 좀 그렇고, 웬지 지나고 보면 제 인터뷰가 하나 하나 부끄럽고, 한심하더라구요. 하지만 이런 계기가 있을때, 하나씩 올리려고 합니다. 2004년에 한 인터뷰고, '마주치다 눈뜨다'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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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0일 오전 드디어 MBC 아나운서 손석희 아나운서를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어렵게 성사된 인터뷰라 감격은 더 컸다. 손석희 아나운서는 강준만 교수만큼이나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어려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방송이나 가끔 있는 대학가의 강연 이외의 다른 사적인 활동은 거의 안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몇 년전 처음으로 인터뷰를 부탁하는 전화를 했을 때 그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이 인터뷰를 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고, 그래서 인터뷰를 거절당한데 대한 조그마한 섭섭함도 없었다.

  사실 인터뷰이가 나에게 굳이 인터뷰를 해줘야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인터뷰를 거절당했을 때 섭섭함이 남는 것은 사실이고, 좀 기분 나쁜 방식의 거절일 경우 인간인지라 앙금이 좀 남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 이후 1년에 한번쯤 한두번 더 연락을 했었던 기억이 나고, 대학 강연이 있을 때 강연장에 가서 내가 쓴 책을 전해주며, ‘언젠가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강연이 끝난 후 백여명의 여학생이 손석희 아나운서를 쫓아 뛸 때 같이 뛰면서 ‘도대체 어떤 부분이 40대 후반의 방송인에게 저렇게 열광하도록 만들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기도 했다.
 
그 후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에 손석희 아나운서의 인터뷰가 실렸고, 그걸 보고 용기를 얻은 나는 다시 한번 정중하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손석희 아나운서는 ‘안하면 안되요?’라고 물었고, 난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해서 인터뷰는 성사되었고, 손석희 아나운서의 바쁜 스케쥴 탓에 세 번이나 연기된 후 어렵게 인터뷰는 성사되었다. 

 정혜신 박사는 손석희 아나운서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그는 군더더기가 없는 사람이다. 그의 멘트는 목표물을 향해 공중에서 일직선으로 내리 꽂히는 매를 연상시킨다. 그만큼 간략하고 정확하다. '말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 중 손석희처럼 언어의 절제미를 보여주는 사람도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그의 절제된 이미지와 깔끔한 진행, 그가 지닌 합리성과 논리적 비판에 매료되어 그의 팬을 자처하는 '손석희 매니아'도 적지 않다. 그들이 보여주는 애정의 강도는 단순한 스타와 팬의 관계를 뛰어 넘는다”   

 실제로 만난 손석희 아나운서의 이미지 역시 그 평가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절제된 처신은 행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영향력 3위로 평가되는 방송인이라면 혹 있을 수도 있는 권위와 거만함이 그에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있다. 그것이 손석희 아나운서를 큰 잡음없이 그 위치에 올려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손석희 아나운서는 똑똑하고, 깔끔한 이미지로 시청자들과 청취자들에게 각인이 되어 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그를 위해 그만큼 노력한다. 정혜신 박사는 이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손석희는 'here & now'형 인간에 가깝다. 과거를 무시한다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내가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일을 누구보다 명확하게 인지한다는 뜻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손석희의 방송을 보고 들을 때마다 그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받는다. 방송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 핵심을 통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그의 말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진정으로 알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통로가 되어 준다” 

 그는 방송에서 자신의 코멘타리를 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진행자는 있는 듯 없는 듯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그의 그런 태도는 손석희의 뚜렷한 색깔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이라는 이미지를 주게된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역설적으로 손석희를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인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정혜신 박사는 “그렇게 스타성이 많은 진행자이면서도 그에 대해 '튄다'라는 표현이 거의 없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그에게 튄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는 그냥 차분하기만한 방송인은 아니다. 학창시절 매맞고 온 기자를 보며 기자가 될 결심을 할만큼, ‘공정방송하자는 노조에 안들어갈 명분이 있느냐’고 반문할만큼, 그는 곱상하고, 깔끔한 이미지와는 다른 뜨거운 사회변혁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옳은길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다. 

  ‘정치적 당파성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하는 그는 이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토론문화에 대해 진지한 문제제기를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좋은 방송을 할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를 영원히 신뢰받는 방송인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로 그는 방송 이외의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사생활 역시 거의 없는 편이다. 그래서 ‘가족과 소통하는 법은 많이 잃어버린 것 같다’고 쓸쓸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서는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외로움이 묻어나오는 것 같기도 했다. 손석희 아나운서를 두마디로 표현하자면 절제와 균형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수많은 유혹과 욕망이 넘실거리는 세상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절제한다는 것은 쉬운게 아니다. 그리고 수많은 선택과 주위의 기대, 강요 속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것 역시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그 두가지를 절묘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것이 그를 신뢰받는 방송인으로 만든게 아닌가 싶다. 

 손석희 아나운서는 현 문화방송 아나운서국 아나운서 1부 부장으로 재직중이며(지금은 보도국 국장을 맡고 있다), 현재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MBC TV '백분토론‘의 진행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지승호(이하 지) - 하루 일과는 보통 어떻게 되세요?

손석희(이하 손) - 일과는 회사에 새벽 5시쯤 나와서 준비하고, 끝나고 바로 다음날 준비를 해야죠. 회의가 보통 9시반~10시반에 있고, 10시 반부터는 백분토론 회의가 있어요. 백분토론 회의 없는 날이 화요일인데, 백분토론 회의하면 점심시간이잖아요. 우리 일이라는게 매일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기 때문에 다음날 다뤄야될 일이 오전에 다 있어주면 고맙지만, 안 그렇다는 말이죠. 오밤중에도 일이 벌어질때가 있고, 대표적인 예로 9.11도 오밤중에 터졌고, 김선일씨 건도 오밤중에 터지고, 이런 식이기 때문에 밤중까지 뉴스를 놓치지 말아야 된다는 부담감이 좀 있죠. 밤에 아이템이 바뀌는 경우도 많이 있구요.

지 - 정치입문에 대한 질문을 받을때마다 '게으르고 욕심이 많아 정치할 성격이 못된다'고 하셨는데요. 지금 하시는 일도 정치인들 이상으로 바쁘시지 않습니까? 정치를 우위에 놓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신 것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던데요.(웃음)

손 - (웃음) 제가 그렇게 얘기하는건 똑같이 바빠도 제가 하고 있는 일이라는게 여러 분야를 다루기는 하지만, 여러 사람을 안만나도 되는거거든요. 만나도 전화로 만나거나 그런거니까. 뜻을 굳이 풀자면 정치하는 사람들은 사실은 저보다 훨씬 더 바빠야죠. 뭐라고 설명해야 되나, 그렇게 질문하시니까 좀 막히기는 한데, 정치인들은 원래 다른데 더 신경들을 많이 써야 하잖아요. 해야될 일도 해야되겠지만, 꼭 해야될 일 이외에 부수적으로 따라붙는 일들이 워낙 많잖아요. 전 그런거에는 익숙하지도 않고, 체질도 안맞기 때문에 못한다는 얘기죠. 그렇게 질문하셨으니까 그렇게 답변드린거고, 그쪽으로 가지 않는 이유는 몇차례에 걸쳐서 다른 이유를 댄 적이 있어요. 그것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예요.

지 - 생방송 '손석희의 시선집중' 같은 경우는 돌발상황이 많이 발생할 것 같은데요. 까다로운 질문에 화를 내거나, 전화를 끊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억나시는 건 어떤게 있습니까?

손 - 그런 경우가 있죠. 전화를 끊은 사람은 브리지드 바르도 여사고, 그 인터뷰가 그렇게 훌륭했던 인터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다는 거구요. 그 이외에도 굉장히 많이 있죠. 예를 들기는 어려운데. 질문 자체가 조금 불편한 질문들이 가끔 있는데, 편한 질문과 편한 대답만 하려고 방송을 하는건 아니란 말이예요.
 
고민을 많이 하긴 합니다. 불편한 질문을 많이 가져간다고 하는 것이 선정주의나 상업주의에 한발 들여놓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는데, 결국은 본격적으로 선정주의나 상업주의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평이하고 지루하고 별 소득없는 저널리즘으로 가지 않는 경계선이 어딘가를 늘 고민하죠.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놓고 봐서는 특별히 어느 한쪽으로 빠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름대로는 요령껏 그 경계선을 잘 지켜왔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다른 사람의 평가를 들어봐야 하는 문제이구요.
 
자신의 평가로는 ‘나름대로는 큰 무리없이 경계선을 지켜온게 아닌가’ 라고 생각을 하죠. 불편한 질문을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은 나름대로의 논리로 답변을 하는데, 어떤 분들은 불편함을 많이 드러내곤 하죠. 방송에서 드러나는 경우도 있고, 인터뷰가 끝난 다음에 다시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방법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구요. 여러 가지가 있겠죠.

지 - 방송에 출연하신 분들의 경우엔 좀 섭섭해하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그 외 청취자들이나 다른 분들의 평가는 호의적인데요. 말씀하신데로 균형을 잘 잡고 계시구요. "아나운서 손석희는 군더더기가 없는 사람이다. 그의 멘트는 목표물을 향해 공중에서 일직선으로 내리 꽂히는 매를 연상시킨다. 그만큼 간략하고 정확하다. '말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 중 손석희처럼 언어의 절제미를 보여주는 사람도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다"라고 정혜신박사가 평했는데요.

손 - 과찬이시죠.

지 - 다른 많은 분들도 그렇게 평가하고 계신데, 비결이 무엇입니까? 훈련을 많이 한다는 표현을 하신 것 같은데요.

손 - 평소에 훈련을 많이 한다는 얘기는 아니구요. 제가 MBC에서 일한지 20년이 됐는데요. 20년동안 방송을 하면서 수동적이든 능동적이든 훈련되어진 결과라고 봐야 되겠죠. 그런 뜻에서 그렇게 얘기를 했던 것이구요. 그 훈련이라는 것은 우리가 방송을 하는데 있어서 공정 방송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상당히 오랜기간동안 고민을 많이 해온 집단이거든요.
 
저도 그 집단의 일원이고, 그런데서 얻어진 훈련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정방송이라는 것의 요체는 균형인데, 균형을 찾아가는 방법이 대단히 어려운거죠. 지금도 사실은 무엇이 공정한 방송인가에 대해서 정확하게 개념정립을 못할 정도이고, 지금도 고민하고, 연구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다보니까 그만큼 말도 더욱 더 절제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저는 그렇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예요.

 직업상 특성으로 볼 때 아나운서 하면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말을 잘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때로는 말도 감정적으로 나올 때도 있고, 중언부언 할때도 있고,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말하는데 있어서는 짧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웃음)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을수록 저한테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지 천성적으로 말을 잘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지 - 그 전의 아나운서와 차별적인 이미지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정혜신 박사는 “그건 마치 음악성 자체를 중시하는 조용필과 음악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를 중시하는 정태춘의 차이 같은 것이다. 그는 후자쪽이다”고 평했는데요. 일정부분 동의할 수 있으면서도 후자에 비해서 대중성이 강하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런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 - 글쎄요. 거기에 대해서 나름대로 분석해본 적은 없구요. 예를 들면 이런 건 있을 수 있겠죠. 제가 방송사에 들어왔던 것이 80년대 중반이구요. 84년이니까. 아시다시피 그때는 정치적으로 상당히 엄혹했던 시절이고, 방송도 많은 비난을 받고 있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런 속에서 방송을 앞장서서 한다고 하는 사람의 갈등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들이 없을 수 없었구요. 결국은 선택의 문제인데, 그러한 갈등을 잊고 지내느냐, 내부적으로 키우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인데, 성격상 잊고 지낼 수는 없는 성격이었던 것 같구요.
 
그래서 뭐랄까 순수하게 방송 자체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보다는 방송을 둘러싼 환경을 고민한 시간이 더 많았구요. 그래서 아마도 정혜신 박사가 그렇게 표현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방송을 통해서 표출이 되었기 때문에 그랬겠죠. 환경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봐야될 것 같습니다. 물론 늘 태평성대와 같은 시기는 없는거니까 지금도 같은 고민을 하려면 할 수 있는 거구요.
 
물론 종류는 다를 수 있어요. 과거처럼 정치적 압박이 방송에 가해지는 것은 아니니까 다른 것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이 더 압력 단체로부터 압력을 받을 수 있는 문제는 있는 것 아니겠어요? 과거처럼 권위주의 정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이익단체는 존재하는 것이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미디어를 통해서 반영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과연 공정 방송이 무엇이냐에 대한 화두는 아직까지도 똑같이 (성격은 다르지만) 살아있다고 봐야된다는거죠.
 
그런 면에서 지금도 그런 고민은 있을 수 있고, 아까도 말했지만, ‘그런 고민들을 잊고 지내느냐, 내부적으로 키워서 표출을 하느냐’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인데, 제가 지금 신입사원이 돼서 똑같이 방송을 시작하더라도 결과는 같을 것이라는 겁니다.

지 - 요즘 MBC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소위 조중동으로부터 편파성 시비를 많이 받고 있는데요. 탄핵때의 방송도 편파적이었다는 보고서도 있었지 않습니까?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강균의 사실은’ 같은 경우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비난을 받거나 소송을 제기당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손 - 안타깝죠. 언론학회 보고서는 텍스트만 가지고 분석하면, 리서치하는 입장에서 텍스트만 가지고 분석하면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서는 이견을 많이 나올 수 있죠. 텍스트만 가지고 분석할 경우에도 결과는 이쪽으로 나올 수도 있고, 저쪽으로 나올 수도 있고 결과는 반반일 겁니다. 왜냐하면 접근하는 자세에 따라서 다르겠죠. 하지만 컨텍스트를 고려한다면 좀 더 다른 결론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게 고전적인 고민들이예요.
 
공정한게 무엇인가에 대한 고전적인 고민들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것을 계기로 학계나, 현업 저널리즘에 있는 사람들도 공정성에 대해서 좀 더 연구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잣대를 아주 건조하게 들이대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건조한 잣대만 가지고 저널리즘을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좀 더 생각해봐야한다는 겁니다. 그 정도로만 하죠. ‘사실은’ 프로그램에 대해서 제가 좀 더 얘기하기는 그런 것 같네요. 늘 자세하게 모니터하지 못하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 하기 때문에 그 시간에는 제가 아침방송 때문에 자거든요.

지 - 직업상 하루 종일 뭔가 읽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책 같은 경우에는 시간이 없어서 잘 못 읽으실 것 같은데요. 자료는 어떻게 찾아서 보십니까?

손 - 책은 잘 못읽구요. 요즘 인터넷이 워낙 잘되어 있으니까 거기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백분토론 같은 경우 우리 스탭진들이 자료를 따로 모아서 줍니다. 저도 사실은 한계가 좀 있는 편이기는 하죠. 접하는 것이 늘 텍스트일 뿐이기 때문에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화를 통한 정보의 흡수는 거의 없는 편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그만큼 저한테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만남으로서 방송에 제약을 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만나지 않거든요.
 
그런 면에 있어서 보다 좀 다각적인 정보를 얻기는 어렵죠. 간접적인 경로를 통한 정보만을 얻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하면 인터뷰를 하는데는 (제 방송이 거의 다 인터뷰니까요) 간접적 경험을 통한 정보만을 가지고 인터뷰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가 있어요. 알면 안 물어볼 것도, 깊이 알지 않기 때문에 물어보게 되고, 거기서 또 새로운 정보가 나올 수 있는거죠.

지 - “최근 들어서 토론 프로그램은 그 주제 선정이나 패널 선정, 그리고 진행기법상 다분히 오락적 성격을 띤 파격을 선보이고 있다. 워낙 토론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다 보니 시청률, 즉 자본의 논리에 좌우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으시구요.  홍세화 선생과의 대담에서 MBC의 공영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청료를 받는 것까지 생각해봐야한다고 하셨는데요.

손 - 토론프로그램의 평가는 아마 홍세화 선생이 한 얘기일 겁니다. 제가 한 멘트는 아니거든요. 제가 왜 그렇게까지 얘기 안했을거라고 생각하느냐 하면 그런 우려는 있으나 지금 그렇게 막가고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럴 개연성은 있어 보일 수는 있죠. 왜냐하면 어차피 시청률 압박을 받는 것은 토론프로그램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현실론인지 모르겠는데) 현 상황에서 시청률이 계속 바닥을 김으로서 프로그램이 더 나쁜 시간대로 이동하거나, 최악의 경우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면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잖아요.
 
그래서 현실론으로 얘기하자면 지금 주어진 상황속에서 시청률 경쟁을 피할 수 없어요. 방송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리고 방송구조를 논하기 이전에 일단 시청자들이 너무 보지 않는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으로서의 존재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 어디선가의 경계선이 있으리라고 보는거예요. 제가 아까 시선집중의 예를 들어 말씀드린 것처럼 선정주의와 올바른 저널리즘의 중간을 찾아가는 작업이예요.

  다른 프로그램도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제가 하고 있는 백분토론이 정도에서 벗어나서 지나친 상업주의로 간 적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중간 어디쯤인가에서 경계선을 찾는다는 것은 마냥 정통적으로만 갈 수 없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아이템을 선정할때도 가능하면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해야겠죠. 그렇다고 해서 제가 너무 선정주의적 아이템은 고른적이 없다는 말씀도 드렸죠. 선정할때도 가능하면 토론을 좀 더 흥미있게 볼 수 있는 흡인력을 가진 패널들로 가는 정도의 수준입니다.
 
지금 거의 막가는 정도로 가는 토론 프로그램은 없다고 봐요. 백분토론 뿐만이 아니라 다른 토론프로그램도 다 그런 고민을 똑같이 가지고 있을 테구요. 시청료를 받아야 된다는 것은 그런 우려에서 나온 겁니다. 만일 지금과 같은 어느 정도의 균형을 갖고 있는 것이 깨져서 상업적으로 갈 가능성이 앞으로도 있어 보이는데, 그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서 공영방송을 좀 더 공영방송답게 하려면 재원은 공중(퍼블릭)으로부터 와야 한다는거죠.
 
그런 차원에서 MBC도 시청료를 받자는 겁니다. 광고를 대폭 줄이고. 광고를 아주 안할 수는 없는 거 아니예요? 공중파 방송이 광고를 하지 않으면 기업에도 그만큼 타격을 주는 것이니까 대폭 줄이되, 그만큼 자본으로부터는 덜 압력을 받을 수 있도록 시청료 부분을 좀 높이자는 거죠. 제일 좋은 것은 광고를 없애는 건데, 그렇게 된다면 공중파 아닌 다른 매체에서 광고를 소화해내면 되죠. MBC 같은 경우에는  시청자로부터 받은 재원으로 기업을 안정적으로 꾸려가고, 그런 게 가장 좋은 상황인데, 그렇게 되면 시청률의 압박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 - 많은 분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이 워낙 민감하다보니까 한쪽 얘기에 힘을 많이 실어주면 항의가 나오는 것은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기계적 균형을 토론프로그램들이 취하고 있지 않나 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 탄핵때 국민들의 70% 이상이 지지를 한 사안일 경우에도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토론프로그램의 특성상 수적이라든지 시간이라든지 균형을 지킬 수 밖에 없을텐데요.

손 - 그것은 당연히 지켜야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예를 들어서 여론이 70으로 가든, 80으로 가든, 혹은 20으로 가든, 30으로 가든 꼭 여론이 70이라고 해서 절대선은 아니잖아요. 대중조작이라는 말도 있는데, 여기서 말한 대중조작, 예를 들어 촘스키가 말하는 대중조작은 국가나 권력이 미디어를 이용해서 대중조작을 하고, 그것으로 인해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대중조작의 개념이라고 본다면 꼭 70~80%의 여론이 지고지선이라고 볼 수는 없거든요.
 
‘20이나 30이 옳을 가능성이 없냐’고 생각하는 것이 늘 우리가 갖는 의문이어야 되요. 그것이 이른바 공정한 언론의 출발이기도 하고요. 근데 이렇게 얘기하면 뭐와 배치되느냐 하면 예를 들어서 아까 ‘사실은’을 얘기하면서 공정성을 얘기했던 것과 배치되기는 해요. 이게 고민이예요. 도대체 공정함이 뭐냐, 꼭 가운데만 따라가는게 공정함이냐, 거기에 대해서 좀 더 저널리즘이나 학계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해보자는 부분과 배치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그러나 적어도 토론 프로그램은 그런 고민에서 어느 정도는 해방돼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예를 들어서 탐사 프로그램이나 고발 프로그램이나 다른 정치적 프로그램이나 시사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공정성은 텍스트보다는 컨텍스트에 보다 중점을 두면서, 무엇이 공정함인가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을 해봐야 되는 문제인데요. 토론프로그램은 다르다는 거죠. 구분해서 얘기해보고 싶다는 겁니다. 토론 프로그램은 양쪽이 나와서 얘기하는 것이구요. 양쪽이 나와서 최대한 설득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토론프로그램인데 적어도 그 경우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외형은 갖춰줘야 된다는 거죠. 그것은 공론의 장이거든요.
 
누구든 다 들어가서 얘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인데, 어느 쪽이 더 많이 들어오고, 어느 쪽이 덜 들어간다면 형평성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토론프로그램은 형식적인 면을 지켜줘야합니다. 토론프로그램은 무엇보다 형식을 중요시해야 되요. 다른 것보다도. 예를 들면 시선집중 같은 프로그램은 인터뷰 프로그램인데, 상식에 준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일상적인 정의에 개념에 준해서 상대방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나가고,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그렇게 할 수는 있으나, 토론프로그램은 제가 나서서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겁니다. 만일 3 : 2로 나오면 누가 2인 편에 나오려고 하겠어요?(웃음)
 
토론이 현실적으로 성립이 안되는거예요. 우리가 나와서 하라고 해서 다 하는게 아니거든요. 상호작용이 있는거거든요. 그리고 제가 진행하다가 이쪽에 대해서 불리한 발언만 하면 이 쪽에 누가 나오려고 하겠어요? 그런 현실을 도외시한 토론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우리처럼 토론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토론에서 서로 인정할 거 인정하는 토론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는 토론 자체를 하기 싫어하는 상황인데, 거기서 장을 마련하는 주체 자체가 편향되어 있다면 곤란하죠. 외향적 틀마저도 공정하게 갖추지 않고 출발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겁니다.


지 - 다른 교양 프로그램하고 토론 프로그램이 그런 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사회자의 역할에 대해 '손석희라는 진행자의 말을 믿게 하기보다는 MBC를 신뢰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고, 토론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사회자의 역할을 최소화해서 사회자가 아예 없는 듯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손 - 그게 가장 좋은 상황이죠. 제가 실제로 백분토론을 100번 넘게 했는데, 사회자 없이 거의 물흐르듯이 간 토론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극히 드문 예지만 몇 번 있었어요. 나머지 대부분은 사회자가 개입을 하게 되는데, 기본적인 개입의 수준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사회자가 아는 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나온다고 하거나, 논점에서 너무 벗어난다든가, 아니면 너무 논점을 못찾는다거나, 쟁점을 못찾고 겉돈다거나 하면 당연히 개입을 해야겠죠.
 
그런데 가능하면 사회자의 역할이 적극적일 필요가 있을때도 있지만, 너무 개입을 많이 해서 토론의 흐름이 끊길때가 있으면 안된다는 거죠. 그리고 가능하면 토론의 과정이나 결과에 있어서 판단을 시청자들이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드려야지, 제가 다 끼어들어서 정리 다 하고, ‘이 말은 이뜻이다. 저 말은 저 뜻이다’라고 다 정리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보면 시청자의 판단의 여지를 그만큼 좁혀 놓는 경우가 될 수도 있거든요.
 
물론 잘 정리하면 좋겠지만, 같은 말을 두 번씩 정리해서 패널이 얘기한 걸 제가 또 얘기하면 시간낭비일 수도 있구요. 자칫 사회자의 판단이 개입되면서 시청자들의 판단의 여지를 줄여놓을 수가 있다는 얘기죠. 그런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은 방송이라고 생각합니다. MBC를 신뢰하게 해야한다는 그것은 이른바 제가 갖고 있는 공영적 마인드입니다. 진행자는 가만히 있어도 개인이 부각이 됩니다. 개인은 완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이 부각되는 방송은 그만큼 위험하기도 해요.

  조직과 유리되지 않는 개인을 이야기하려는 겁니다. 조직이 한가지 이데올로기만 가지고 갈 수는 없는 것이지만, 가능하면 그것은 상반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집단이라는 전제하에 그 조직으로부터 유리되지 않는 개인을 이야기하는거죠.

지 - 그렇게 말씀하시더라도 사실 많은 사람들이 손석희라는 이름에 대해 신뢰감과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문성근씨하고 인터뷰를 할때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시청자들은 그 사람이 그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거짓말을 하는지 방송을 오래 지켜보다보면 안다’고 하시던데요. 그 영향력이 혹시라도 과도하게 행사될까봐 조심해서 그런 말씀들을 하시는 건가요?

손 - 네. 그런 면도 있구요. 그건 당연하죠.

지 - 시사저널에서 작년에 선정한 영향력 있는 언론인에서 김대중, 정연주에 이어 3위에 선정되셨는데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보다 높이 랭크된 것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보수적인 분들한테야 그냥 충격이었겠지만요.(웃음) 선정되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손 - 저는 기본적으로 저의 사견이 포함된 코멘타리를 안하는 편이거든요. 짧게 짧게 하나의 인터뷰이에 대한 반응이라거나 사람들에 대한 반응에서 제 의견이 나오는 경우는 있으나, 본격적으로 제 의견을 개진하는 방송을 해본 적이 없어요. 일부러 그걸 하지 않고, 예를 들어 라디오 방송에서도 진행자의 코멘터리를 넣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는 처음부터 그걸 반대했고, 하지 않았어요. 대부분의 경우 질문으로 채웠죠. 그래서 제 방송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질문이라고 봐도 되는데, ‘질문만 가지고 방송을 해도 사람들이 (영향력이라는 말은 웃기는 얘기고) 인정을 해주는 부분이 있구나’ 하고 생각을 했고, 좀 의외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시선집중과 백분토론이 가진 영향력이지, 제 개인의 영향력은 아닌 것 같아요.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은 있겠지만, 개인의 영향력이라고 보긴 어렵겠죠.
 
마찬가지로 정연주 사장이 개인의 영향력이라기 보다는 KBS 사장의 영향력인 것이겠죠. 조선일보의 방상훈 사장이 개인의 영향력이 아니잖아요. 매체가 가진 영향력이지, 그런 차원에서 제가 기뻤다는 것은 프로그램이 그만큼 힘이 생기고, 영향력이 있다는 건 프로그램이 그만큼 사람들에게 각인이 됐구나 하는 것이죠.  KBS나 조선일보 같은 거대한 조직의 힘이 아니라 하나의 단위 프로그램이 이렇게 그 힘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지 - 일정부분 다른 분들하고 다르게, 다른 분들보다는 개인의 퍼스널리티가 크게 작용한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조직이나 이런 것보다도.

손 - 그런 것을 인정하더라도 저는 그것을 사양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 - 사양하고 싶으셔도 어쩔 수 없이 그런 많은 관심과 기대가 부담이 되실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손 - 부담이 많이 되죠. 그런데 그런 것은 신경 안쓰는게 좋아요. 평소 하던데로 일을 계속 하면 되는거죠.

지 - 올해는 더 올라갈 것 같습니까?(웃음)

손 - 글쎄요. 선거도 끝나고 그랬으니까 내려가야죠. 아무래도 선거때는 관심들이 더 많이 있으시니까,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까 많이 내려가겠죠.

지 - 말씀하신데로 토론 프로그램들이 너무 정치에 편중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세요? 파격적인 소재 가령 '동성애' 같은 걸 다루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공중파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는 건가요?

손 - 아니. 그렇지 않아요. 동성애 문제라든가 이런 마이너들에 대한 문제는요. 마이너들의 문제지만, 관심은 메이저들의 관심일 수 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얼마든지 다룰 수 있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것도 하나의 관성인 것 같아요. 선거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방향을 바꿔서 일상사에 대한 토론을 한다거나 이러기가 어려워요. 쭉 해왔던 것이 있어서 제작진이나 시청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는 거죠.
 
이른바 생활사와 관련된 토론,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경제라든가, 문화라든가 이런 토론도 많이 있어야겠죠. 우리는 스포츠에 관한 토론을 한적도 있으니까요. 다각화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도 많이 고민을 해요. 그것이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이거예요.

  지금 토론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은 대단히 정치적인 사람입니다. 알게 모르게. 그걸 포기하고, 때로는 다른 문제를 다룬다고 했을 때 늘 찾아오던 시청자들이 찾아줄까 하는 부담감이 있는 겁니다. 실제로 저작권 문제라든가, 아니면 다른 여러 가지 정치와 관련되지 않은 사안들, 교육 문제라든가, 부동산 관련된 문제라든가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막상 방송하면 시청률이 떨어지더라구요.
 
토론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의 공통분모는 정치적 관심이 큰 사람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거기서 잘 벗어나지지 않는거예요. 하지만 나름대로는 그 와중에도 비정치적인 토픽을 다루려고 노력을 해왔고, 실제로 그런 예들이 찾아보면 많이 있어요. 문제는 다른 토픽을 다룰때도 정치 아이템을 다룰 때처럼 심각하다는 거죠.(웃음)


지 - 방송진행을 할때 가장 중점을 두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더 필요한 것은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과 애정’이라고 하신 적이 있으신데요. 그런 문제의식을 분명히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다만 그걸 표현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절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연자들이 말할때는 반발짝 물러서고, 진행멘트를 할 때는 반발짝 앞선다'고 평가 하시는 분들이 있던데요.

손 - 그 얘기는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어요.

지 - 그런 평가가 있었거든요. 반발짝 앞서서 멘트를 한다고 하시는 것이 조심스럽게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손석희 아나운서께서 생각하시는 진보란 무엇입니까?

손 - 문제제기를 한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죠. 반발짝 앞선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토론프로그램을 하던, 시선집중을 하던 질문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래서 아마도 제3자들이 듣거나 보면서 느끼는 것은 문제제기를 하는 차원이거나 쟁점을 제시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그것을 반발짝 앞서간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죠. 평이한, 뻔한 질문이라는 것은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질문이거든요.
 
문제의식을 가지는 질문은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 뭐랄까, 진보적이라고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거죠. 다른 교양프로그램이나 이런데서 질문을 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이 경우는 문제 제기를 해야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래서 진행자는 자의든 타의든 반보 정도는 진보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뜻이라면 동의는 할 수 있어요.

지 - "경비견으로서의 언론은 기존의 체제유지를 위해 어느 한 쪽을 편들 뿐 제 삼의 길이나 개혁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으며, 자신이 편들지 않은 쪽은 ‘침입자’로 간주해 경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고 하셨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이미 경비견이 된 언론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려 하지말고 법규정과 시민사회에 맡겨야 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언론개혁의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대통령이 나서는 한 시민사회의 언론개혁운동은 본의 아니게 ‘관제운동’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는 반문을 하신 적도 있으신데요. 정부가 관여하는 언론개혁운동을 부정적으로 보시는 겁니까?

손 - 어차피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축소되어 있어요.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규정의 실현, 규정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것, 세무조사는 정례화된 것이고, 그 외에 별로 없잖아요. 가끔 불만을 토로하는 정도겠죠.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에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지만, 그런데 사실은 그렇게 시민 사회에 맡겨서 언론개혁이 되냐는 문제가 남잖아요. 그 부분은 저도 사실은 회의적이기는 해요.
 
왜냐하면 여태까지 안해왔던 것이 아니고 계속 해왔기 때문에. 아주 냉정하게 보자면 결국은 법을 통한 개혁인데, 지금 언론개혁 법안은 아무도 준비를 안하고 있잖아요.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것은 적어도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형식적으로 정당성을 획득하는거죠. 그렇죠? 그것에 의해서 법안을 보다 개혁적으로 만들어서 그것을 통과시키고, (통과안된다면 못하는 거니까) 거기에 의해서 철저하게 법을 지키도록 해야하겠죠.
 
지금 공정거래법 상으로 지켜나가는 것도, 신문고시니 뭐니 안지켜지는 것이 많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뭘 어쩌는 것이 어렵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기존에 있는 법이나 규정을 정확하게 지키도록 하는 것이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론개혁 법안을 만들어서 시행하는 것인데, 언론개혁법안은 만들되 통과시키지 못하면 그건 어쩔 수 없는거예요. 그런데 과연 ‘정부 여당에서 의지가 있는 것이냐’ 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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