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개의 산

여덟 개의 산
파올로 코녜티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여덟 개의 산

산! 산은 저마다 다른 모습이다. 사람은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간다. 부자자간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친구라 해도 마찬가지다. 산을 타는 모습이 인생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툼이 일어나고는 한다. 그 다툼에 신물이 나서 자연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고, 도시로 가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 점차로 멀어지게 된다.

사실 어린 시절 아이의 눈에 아버지는 꼭 따라가야 할 사람으로 보인다. 아버지를 보면서 아들은 자라나는 법이다. 산타기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아들은 함께 한다. 그렇지만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산행을 하는 것이 점차 버거워한다. 사소한 이유? 혹은 서로의 이해 부족으로 인해 멀어진다. 인생이 그렇다. 큰 이유로 벌어지기도 하지만 아주 사소한 문제로 인해 점차 간격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감정의 간격은 함께 있는 것조차 버겁게 만든다.

각박한 현대사회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 각박함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자연에서 치유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산으로 들어가서 받는 자연의 치유, 그리고 그 치유는 궁극적으로 다시금 사람과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진다. 사람에게서 받은 아픔은 사람을 통해 치유되는 법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책에 잘 드러난다.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땅, 그리고 그곳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들은 그리움과 죄책감 등으로 인해 아버지의 흔적을 쫓는다. 여덟 개의 산에 아버지의 흔적들이 있다.

이 작품은 참으로 많은 걸 보여주고 있다. 가족들의 화해, 친구의 우정, 현대사회 등 여러 문제들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살아가면서 모두가 느끼는 문제이기도 하겠다.

이상에 한 방을 날린다. 현실은 이상과 다른 면이 있다. 좋아 보인다고 해서, 현실에서 모두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본인이 하는 일을 주변에 강요할 수도 없는 법이다. 모두 개인의 인생이 있고, 저마다 산을 타는 법이 있다. 그리고 이런 인생들은 서로 배척하면서 동시에 서로 끌어들인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서로 관계를 맺는 것들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아들은 자라난다. 그리고 자라나서 부모를 알아간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의 삶과 인생을 모를 때가 많다. 그리고 이해해간다. 가족의 상처는 그렇게 치유된다. 부모의 내리사랑을 알기 위해서는 그 위치에 올라서야 비로소 알게 될 때가 많다. 그리고 그 때가 너무 늦어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있을 때 잘 해야 한다.

인생은 경쟁을 하는 것인가? 함께 하기 위함인가? 거리를 유지하면 좁혀지지 않는다.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 그 거리를 좁히는 것이 바로 인생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백미는 너무나도 많다. 가족의 치유적인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올 때도 있고, 친구와의 시간도 읽는 순간 가슴에 들어오고, 목가적인 삶의 모습도 좋아 보인다. 여러 부분에 좋은 이야기와 가슴을 울리는 내용들이 많다. 우정, 사랑, 삶 등이 참으로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다. 그리고 이것들이 바로 인생의 묘미이기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