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결혼하지 않았을까
한정선 지음 / 예지(Wisdom)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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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결혼하지 않았을까

 

들어가는 서문을 보면서 이 분은 달관했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세월이 가는 걸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고 하는 글귀를 보고 느낀 심정이었다. 세월의 풍파를 경험한 달관자들에게는 배울 바가 많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흐흐흐! 결혼하지 않으면 끝내 호적상으로 처녀인 셈이다. 그냥 친근하게 나이든 여인을 아주머니라고 부르고는 한다. 그런데 처녀로 나이가 든 아주머니에게는 그것이 듣기 싫은 말일 수도 있겠다. 개성적인 저자는 유머가 있다. 혼자서도 재미있게 살아가겠다고 생각했다. 싱글 라이프의 허와 실을 생생하게 보여주겠다고 저자가 집필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4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말 그대로 서문에서 이야기한 삶의 모습과 생각들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직업이 교수인 저자는 딱딱하지 않고 자유분방하다.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하고 대화한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바람처럼 가벼운 자유는 한없이 여유롭고 아늑하지만 때로는 너무 홀가분해서 외로울 때가 있다.

20대 처녀로 있을 때와 교수직을 내려놓고 물러나려고 할 때와는 처지가 다르다. 본인은 고요하게 있다고 생각할 지라도 주변에서 마음대로 찧고 떠든다. 그러면 고요한 마음에 파문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정이라는 따뜻한(?) 문화가 있는 우리나라는 싱글들에게 많은 참견과 간섭이 들어온다. 가족과 친지들이 모이는 명절날이면 싱글들은 그야말로 수난을 당하고는 한다. 저자 역시 그런 전철을 밟아왔다.

싱글은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 저자는 자신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다. 결혼을 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지만 열정적으로 다가서지는 않은 듯 보인다. 간격을 두고 살피고 마음에 차지 않았기에 결혼에까지 이르지 못 한다. 저자의 영혼은 무척이나 자유로워서 훌훌 날아간다. 그 가벼움을 묵직하게 잡아주기란 어려워 보인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능력이 있는 싱글이다. 그런 싱글의 자유로움과 편한 부분을 알려준다. 24시간을 의지대로 결정하면서 사용하고, 거처를 자신에게 맞춘다. 이런 부분이 확실히 기혼과 다르다. 결혼한 사람은 혼자만의 의사로 시간과 거처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혼자가 때로 미혼인 싱글라이프를 부러워하고는 한다. 그러나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이 존재하는 법이다.

싱글로 다져진 저자는 자신만의 가치관이 뚜렷하다. 혼자라서 행복하지 못 하다는 건 편견이라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결혼해서 둘이 되어도 행복하지 못 할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하는데, 동감한다. 행복은 멀리 있은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다.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지 못 하면 다른 상황에서도 불만족일 확률이 높은 법이다. 이래서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하는 것인가? ! 비유가 약간 어긋나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어거지로 맞추면 비슷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달관은 하루아침에 온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내공으로 다져진 것이다. 저자 역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고,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던 때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불평하던 자신이 추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나를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남이 사랑해주는 건 이차적인 문제이다. 일차적으로 만족하지 못 하면 이차적은 해당이 되어도 겉돌기 마련이다. 만족하고 행복해하며 살아가는 능동적인 마음이 중요하다. 특히 홀로 지내는 싱글은 더욱 마음가짐을 잘 잡아야 한다.

외로움과 고독이 때로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는 한다. 혼자 지내면서 이런 어려움에 빠져서 헤매면 무척 낭패이다. 특히 한국인들은 홀로 밥을 먹는 걸 어색해한다. 저자는 외국 생활 당시 홀로 밥을 먹으면서 고생했다고 한다. 화려해 보이는 싱글의 삶 뒤에는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저자는 싱글로 지내왔던 삶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때로는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오랜 시간 열심히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왔던 이야기에는 배울 바가 많다. 단순히 싱글 라이프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보람차게 삶을 살아가도록 따뜻하게 조언해주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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