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진작 나왔다면 '알베또'의 맛집 후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 보통날의 파스타

 





 

알베또 맛집 후기 -> http://blog.naver.com/bloodlee/40068836925

 

 

작년에 우리 동네에 멋진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생겼다. 이름하야 ’알베또’ 개업 첫날 가보고 그 맛에 반해 단골이 되었다. 나는 파스타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내가 스파게티 먹으러 가자고 하면 매정하게 혼자 가라고 할 수 없어 처제나 조카들이 오면 같이 가라고 하곤 했다. 토마토 소스가 시큼하거나 크림소스가 느끼할 거라는 나의 편견을 바꾸어 놓은 곳이다. 이제는 내가 먼저 가자고 할 정도가 되었다.

 

보통날의 파스타. 박찬일의 책이다. 문창과 졸업하고 기자생활하다가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난 사람이다. 글 쓰던 사람이라 글이 잘 읽힌다. 읽고 써야 살아남는 시대에 그는 능력자다. 과거의 본업이 현재의 본업을 더 빛이 나게 해주는 경우다. 작년에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다. 내가 ’시칠리아의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요리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다시 ’알베또’ 이야기로 넘어가자. 파스타가 너무 맛있어서 멋진 후기를 쓰고 싶은데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었다. 내가 할 줄 아는 건 읽는거다. 도서관에서 이탈리아 요리에 관한 책을 세 권을 빌렸다. 공부했다. 아주 딱딱한 레시피만 있는 요리책이었지만 그것도 감지덕지. 읽어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실례를 무릎쓰고 알베또에 전화를 해서 물었다.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었던 것은 소설가 김영하다.  김영하가 미국으로 떠날 때 시간이 조금 남아 EBS 여행 프로그램에 출연을 해서 여행 다큐가 만들어지고, 또 그것을 책으로 냈다. ’알베또’를 알기 이전에 보고 읽은 것이라 나의 맛집 후기에 가니쉬가 되어 주었다. 그 때 만약 [보통날의 파스타]가 있엇다면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먹고 읽고 쓰면서도 파스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레시피 나열하고 파스타 종류 나열하는 거 말고 파스타 하나를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주는 책 말이다. 그래서 식당에서 파스타를 주문하면 그 파스타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조금은 친절한 책 말이다. [보통날의 파스타]가 그런 책이다. MBC드라마 [파스타]를 보면서 새로운 파스타가 등장할 때마다 ’음~~! 그래, 그건 원래 그렇지"라며 ’척’ 할 수 있는^^.

 

p86. 이탈리아 요리의 원형질은 단순하고 빠르며, 맛이 분명하고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여러 가지 맛이 섞이는 걸 싫어하고, 다양한 재료가 한 요리에 들어가는 것도 싫어한다.

 

이탈리아 요리는 요리 이름이 모든 것을 말한다. 주재료가 무엇인지 어떤 소스를 사용하는지 요리 이름에 들어가 있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면 여러 맛을 섞을 필요가 없다. 향신료나 소스를 줄이고 또 줄여서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게 이탈리아 요리다. 박찬일이 혹독한 수련을 거친 곳이 이탈리아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섬이고 이탈리아도 우리 나라처럼 삼면이 바다다.

 

p.178-179. 조개 요리는 모든 기술을 뛰어넘는 단순한 요리가 된다. 오직 재료의 질로 승부하는 것이다. ...세상에 속이지 못하는 게 딱 두 가지가 있다면 조개의 선도와 요리사의 마음이다. 질 나쁜 조개로 만든 봉골레 스파게티가 맛없는 것처럼, 불편한 요리사의 마음은 최악의 요리를 탄생시킨다.

 

시칠리아는 우리 나라의 목포 쯤 되지 않을까? 투박한 시골 정서에 신선한 해산물이 있고, 어항이라 신선한 바다 요리가 있는 곳. 많이 표준화 된 이탈리아 음식이지만 그 고장을 찾아야 제 맛을 알 수 있는 곳. 푹 삭힌 홍어처럼  그 지방 사람이 아니고는 쉽게 접하기 힘든 요리가 있는 곳. (물론 홍어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즐긴다. 그렇지만 푹 삭힌 홍어는?)

 

p.272.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일종의 향수 음식이다.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오면 어머니의 파스타 맛을 그리워한다. 와인도 그런 존재다. 와인도 그런 존재다. ......이탈리아의 파스타를 먹을 때는 그 ’오리진origin’이 있는 지역의 와인을 곁들이는 게 가장 좋다고들 한다. 왜 아니겠는가? 목포의 홍어에는  그 지역의 막걸리가 제격이고, 독일 뮌헨의 햄과 소시지 요리를 먹을 때 맥주를 곁들이지 않으면 무얼 마실 수 있을까?

 

 이 책에는 파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 와인, 음식, 그리고 수다스런 그들의 언어, 남과 다르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어하는 이탈리안의 정서까지 담았다. 저자의 이탈리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책이다. 전작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의 후편이라고 해도, 시리즈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책이다. 책에 종종 등장하는 파스타의 달인이자 스승인 주세페 바로네가 어떤 인물인지, 어떤 혹독한 수련을 거쳤는지, 우리의 화끈한 성격과 닮은 이탈리아 사람들의 생활을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를 같이(또는 먼저) 읽을 것을 권한다.

 

마지막을 이탈리아 와인 소개로 마무리 한다. 셰프가 와인까지? 그는 와인 전문가다. 와인 관련 책도 내고 교육도 한다. [와인 스캔들]이라는 책인데 첫 장이 "오버하지 말고 편하게 마십시다"다. 한 꼭지만 소개한다.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에서 와인 서빙을 받다 보면 숨이 컥, 막히낟. 웨이터가 와인을 가져오고 라벨을 확인시킨 후 천천히 코르크를 열고 테이스팅을 한다. 따라놓은 와인을 손님이 천천히 맛을 본다. 위 장면에 흐르는 정적은 종갓집 기제사 수준이다. 손님들은 엄숙하게 입을 다물고 있고, 웨이터 역시 술을 바치는 종손의 표정마냥 진지하기만 하다. 이거, 참 심하다. 20년 정도 지하 카브에 잠자고 있던 정체불명의 와인을 개봉하는 순간 같다. 너무들 쫄았는지 와인 마시는 것을 신성시하는 집단처럼 보인다. 

 

 

 



 

                                                                       내가 가진 박찬일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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