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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읽어주는 엄마
강지연 이시내 지음 / 청출판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다른 책 이야기를 하나 하자. 읽는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책이다. 홍지윤, 홍수연의 [인상파와 함께 걷는 달콤한 유럽여행]. 홍지윤은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 관련일을 꾸준히 하는 전문가다. 홍수연은 여행 서적 [유럽 100배 즐기기]의 저자로 여행 전문가다. 미술과 여행이 뭉쳐서 미술 여행 서적을 냈다. 읽는 내내 그들이 부러웠고 그들의 토양이 부러웠다. 자매의 어머니는 교사였고 그림을 아주 사랑하는 분이다. 갤러리도 흔치 않은 시절에 좋은 전시회가 있으면 만사를 제쳐놓고 자녀들을 데리고 다녔다. [명화 읽어주는 엄마]였다. 그 엄마의 아이들은 자라서 삶을 더 깊이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명화 읽어주는 엄마. 강지연, 이시내 공저. 그림을 읽어주는 사람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 '한젬마'가 있었고 '이주헌'도 우리에게 유럽의 미술관을 친철하게 소개해 주었다. 이 책도 그림을 읽어준다. 그런데 읽어주는 방법이 다르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그림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엄마가 아이들에게 그림을 설명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유명한 화가의 전시회가 시작되면 우리 아이들은 미술관으로 쏟아진다. 이런 저런 엄마의 욕심이 아이들을 미술관으로 떠민다. 미술관에 도착하기까지 엄마는 미술관 견학을 위한 코치요 운전사다. "꼼꼼하게 천천히 봐야지! 조금 거리를 두고, 좋은 작품은 느낌을 메모하는거 잊지 말고, 과제물로 제출해야 하니까 팜플렛 챙기는거 잊지마". 미술관에 들어서면 엄마는 묵언默言수행중. 인터넷으로 사전 정보를 파악은 했지만 막상 작품 앞에 서니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난감하다. 인터넷에서 얻은 작가나 작품 설명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것이다. 아이는 엄마를 쳐다보면서 눈만 멀뚱. 아이들은 눈치가 빠르다. 엄마에게서 얻을 것이 없음을 간파하고 홀로 감상에 나선다.
그림 감상은 독학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 미술 감상은 일정 부분 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요구한다. 아이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기본이 되는 배경지식은 감상전이든, 자유로운 감상을 위해 감상 이후로 미루든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작가가 누구이고 어떠한 삶을 살다 갔는지, 그 작품이 만들어지던 시대적 배경은 어떠한지, 제작 기법이나 비슷한 화풍의 다른 작가는 없는지 등등. 그런데 이런 것들을 알고 있어도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업業이 과외선생이라 중고등학생 수학을 가르치는데 몇 년 전에 초등학생을 가르칠 일이 생겼다. 초등학교 수학이야 뭐 우습지 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내가 얼마나 많이 아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잘 풀고 못 풀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앞에서 눈망울 똘망똘망한 어린 초딩을 이해 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아이의 수준을 파악하고 아이가 알아듣기 쉽게 쉬운 단어, 쉬운 공식을 찾아 설명해서 이해시키는, 눈높이의 문제였다.
엄마는 도슨트다. 아니 엄마는 최고의 도슨트가 되어야 한다. 어릴 때 엄마의 음성으로 전달된 이야기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근사한 미술관에서 엄마의 설명으로 이해한 그림은 최고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아이의 가슴에 두고 두고 '명화'로 남는다.
책을 읽으면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미술관을 찾아 가는 과정도 생생하고 그림을 설명하는 것도 대화를 나누는 듯 해서 현장감이 있다. 그 미술관만이 가진 특징을 설명한다. 그림에 대한 설명은 쉽다. 그림을 보면서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은 아이를 닮았다. 18세기 독일화가 조파니Zoffny의 [모던트 대령의 닭싸움]을 보면서 영국과 인도의 식민지역사 이야기가 나오고 그림의 구도를 설명하면서 김홍도의 '씨름'을 떠올린다. 리히텐슈타인의 만화나 마르셀 뒤샹의 변기, 폰타나의 단순하기 그지없는 그림을 설명할 때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그림을 읽는다. 아이들도 현대미술은 당황스러울테니. 그러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미술은 참으로 다양하고도 정답이 없구나. 다시 한 번 느끼며 우리 아이들이 이걸 본다면 뭐라고 말할지 생각해 본다. 분명히 "나도 저런 건 할 수 있다"고 하는 녀석들이 있겠지. 라고.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의 미술관을 둘러본다. 영국에서는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브리튼과 테이트 모던, 벨기에에서는 브뤼셀 왕립미술관, 안트베르펜 그리고 네덜란드에서는 마우리츠 하위스, 반고흐미술관, 암스테르담 미술관을 둘러본다. 세 나라 8개의 미술관을 소개한다. 표지의 [영국,벨기에,네덜란드편]이라는 구절은 이 책이 시리즈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어질 미술관 기행을 상상해본다. 프랑스로 가면 루브르도 있고 오르셰도 있고 스페인으로 가면 프라도 미술관이나 달리 미술관도 있다.최고의 르네상스 회화 콜렉션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도 빼놓지 않겠지? 그리고 이 책이 롱런을 한다면 유럽미술관 기행을 벗어나 뉴욕도 소개해 주길 바란다. 메트로폴리탄이나 모마(MOMA)도 우리 아이들에게 소개할 명화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엄마는 미술관 선생님>이라는 별도의 코칭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그림을 지도할 때 힌트가 될 만한 글들을 담았다. 그리고 저자 둘은 모두 초등학교 교사다. 교실에서 미술 지도를 하면서 나온 반응이나 사례를 예를 든 것은 이 책만이 가지는 장점이다. 경험은 현명한 사람의 유일한 예언이라 했다. 경험에서 나온 결과물이어서 믿음이 간다.
특별 부록으로 책 후반부에 있는 [나도 화가라면]은 책에서 읽은 그림을 활용해서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미술 교재다. [나도 화가라면]이 만약 2권이 들어 있다면 엄마와 책을 읽기 전에 활용해보고 책을 읽고 그림의 이해도를 높인 후에 다시 한 번 더 해보면 어떨까? '아이의 생각이 달라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책 한권 더 사?^^
덧글 : 아이들에게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면 출판사 마로니에북스의 [미술관 기행]시리즈를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