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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상징사전 - 성서와 전승의 개념어 소사전
미셸 푀이예 지음, 연숙진 옮김, 최현식 감수 / 보누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기독교 개념어 사전 - 그리스도교 상징사전
책 좀 읽는다 해도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읽다보면 나도 힘들 때가 많다. 잠이 와서, 피곤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지식이 거의 없어 눈으로 읽어도 머리로 쉽게 들어오지 않을 때다. 철학 서적이 그렇고 기독교 관련 책이 그렇다.
고등학교 때 큰 덩치에서 나오는 식성만큼이나 책을 게걸스럽게 읽어 제끼는 급우가 있었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놀랐지만 그의 독서 내력 중에 나를 경악하게 한 두 가지가 있다. 초등학교 갓 입학할 즈음 삼국지를 읽었다는데 제갈공명의 "출사표" 부분을 읽고 너무 안타깝고 슬퍼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서 성경을 이미 두번이나 완독했다면서 나보고 꼭 읽어보기를 권했다. 여지껏 나는 그 친구의 권유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도교 상징 사전. 미셸 푀이예. 그리스도교를 이해하기 위해 고른 책이었는데 성경을 읽어보지 못한 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은 고역이었다. 책이 문제가 아니라 독자인 나의 부족에서 오는 어려움이다. 독서 행위는 단순히 텍스트를 인지하는 것이 아니다. 문장의 의미를 파악해야 하고 행간의 의미를, 그리고 나아가 함의를 유추해야 한다.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콘텐츠를 성경이나 기독교와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꿀벌 Abeille : 꿀벌은 노동과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능력을 상징한다. 꿀벌은 구원자 그리스도의 상징이이기도 하다. 꿀벌이 만들어내는 꿀은 온유와 자비를 암시한다. 꿀벌은 심판자 그리스도를 나타내는데, 꿀벌의 침에 들어 있는 독이 심판자 그리스도를 나타내는데, 꿀벌의 침에 들어 있는 독이 준엄한 신의 심판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꿀벌은 세상의 빛인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또 꿀벌의 분비물인 밀랍은 초를 만드는데 사용되며, 꿀벌이 지닌 지혜는 신성한 지혜의 단편으로 받아들여진다.]
사회적 통념, 상식에 준하는 설명도 있고 기독교와 연관 지은 설명도 있다. 꿀벌이 왜 심판자 그리스도를 나타내는지 꿀벌이 세상의 빛인 그리스도를 상징하는지 기독교와 연관지으면 적당히 유추는 가능하지만 정확히 왜 그런지 모른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
독서의 이해, 또는 그 이해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은 "스키마Schema"다. 영화를 봐도, 그림을 봐도, 책을 읽어도 지극히 동양적인 사상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기독교다. 내용이 담고 있는 함의는 차치하고라도 드러난 내용도 읽지 못하고 넘어간 것이 많다고 생각하면 부끄럽다.
영화를 보던 책을 보던 그 기대감은 그렇게 크지 않다. 영화 한편이 만원이하고 책 한권이 1-2만원 내외다. 큰 투자가 아니다. 좋으면 좋은거고 그렇지 않더라도 크게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든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불만이었던 부분이 아니라 책 한권, 영화 한편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자. 이 책은 내가 많은 것을 얻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부족한 나를 일깨워 주는 책이다. 종교인은 아니지만 기독교와 성경을 조금 더 공부하고 이 책을 다시 펼친다면 분명 의미가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