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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기행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후지와라 신양의 미국 문명 비판기 - 아메리카 기행
최근의 여행 에세이는 사진집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여행 블로거들의 글들이 책으로 출판되는 것도 이유가 되고 큼직한 DSLR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것도 한 이유다. 사진에 대한 벽이 없다. 과거 전문가들이나 찍던 사진을 학생들이나 주부도 손쉽게 찍을 수 있다. 독자 입장에서 사진이 없는 여행 에세이는 불편했다. 나는 그렇게 길들여졌다. 같은 미국 여행기지만 권기왕의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미국의 여행지 34]는 우리 나라 사람 중 미국 관련 사진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저자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진집이라 불러도 무방한 빼어난 사진들이 책 한페이지를 덮어버리는 건 예사다.
그런 사진집 같은 여행 에세이에 길들여진 후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시리즈를 펼쳤다. 책 한 권에 사진이 열장이 채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역시 나온지 오래 된 책이라 글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후지다'라는 생각이 한 가득. 그런데 읽다보니 그게 아니다. 작가의 글을 읽고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 풍경을 가늠한다. 저자의 표현을 그대로 받되 상상은 내 자유다. 시간이 지나도 내가 상상한 장면 하나 하나가 잊혀지지 않는다.
아메리카 기행. 후지와라 신야. 후지와라 신야의 [아메리카 기행]은 그 중간쯤에 있는 책이다. 그가 직접 찍은 수십장의 사진은 p63까지 앞 부분에 배치했다. 글과 사진을 매치시키는 것이 번거롭다. 오직 텍스트로 간다. 사진이 있되 대략적인 분위기만 익히고 p64 부터는 오직 텍스트다. 어찌 보면 사진 많은 권기왕의 책보다는 글에 의존하는 한비야의 책에 가깝다. 내가 이렇게 글과 사진의 비율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 책이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p66. 그리스에서 시작된 서양문명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향하더니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마침내 미국이라는 영화榮華를 탄생시켰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아메리카 기행'이다. 그의 전작의 여행지는 동양 그 중에서도 인도가 중심이었다. 문화적 특성으로 따지자면 지극히 상반된 장소다. 아메리카 기행이지만 그는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놓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캠핑카라고 불리는 "모터홈"을 타고 7개월 동안 미국 전역을 누비면서 남들보다 몇 배는 뛰어난 관찰력과 예민한 촉수를 세운 모습을 잃지 않는다.
p71. 새된 목소리, 기이한 억양의 여자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니 초로의 여자가 있었다. 몸집이 크고 힘이 세어 보였다. 몸 여기저기 군살이 붙은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지방으로 뒤둥그러진 피부는 검버섯들로 얼룩져 있었고 종횡으로 주름이 잡혀 있었다. 해풍에 날리는 뻣뻣하고 불그레한 머리카락, 커다란 입, 눈깔사탕이라도 물고 말하는 것처럼 야무지지 못한 영어.
여행 중 만난 여자에 대한 묘사지만 미국에 대한 시각과 큰 차이가 없다. 그의 비판 대상은 미국 문화 전반이다. 미국과 미국인의 일반적인 특징들이다 . 애완동물을 키우는 이유, 미국 대중 스타들의 특성, 그리고 그 스타의 특징을 그의 나라 일본 스타들과 비교를 한다. 최고 권력자와 패밀리, 미키마우스가 부정적이지 않은 생쥐 이미지로 거듭나는 이유, 마이클 잭슨에 관한 이야기, 맥도날드, 그리고 다양한 뉴요커들의 모습들.
여행 블로거들의 천편일률적인 여행지 소개에 식상해졌다면 이런 아메리카 기행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물론 저자의 말대로 때에 따라 지나치게 고찰적인 모습도 보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