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이 단단히 끼었구나 - 내 안의 여행유전자 참 이쁜 책이다. 사진이 알차고 책이 단단하고 묵직하다. 출판사 관계자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여행 에세이 중에 나름 스테디셀러가 이병률의 '끌림'이다. 책 사이즈나 묵직하게 제본한 것이 그네들이 말하는 끌림판板이다. 표지가 아주 엑조틱exotic하다. 와인잔 안에 수상 도시의 풍경이 담긴 모습이 역마살을 불러 일으킨다. 내 안의 여행 유전자. 이진주. 오래된 여행 가방 아래에 "어느 날 나에게서 여행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라는 글귀로 시작한다. 과연 어느 날 그것이 발견 되었을까? 항상 의식하면서 "어느 날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가 더 맞지 않을까? 욕심도 많다. 여행유전자 찍고 쓰다. 일전에 읽은 김영희 PD의 [헉Hug! 아프리카]. 김영희 PD는 그리고, 찍고, 썼다. 거기 비하면 양호하지만 책 읽는 내내 뭔가를 꾹꾹 눌러 담은 흔적들이 느껴진다. [여행유전자]라는 글을 이름 앞에 달아 놓고 홈페이지 주소가 traveldna 인 걸 보니 [여행유전자]는 그녀의 호號다. 표지를 넘기자 마자 '뻥' 하고 터졌다. 다리에 깁스를 하고 의도하지 않은 섹쉬자태를 하고 있는 모습에 글자 그대로 '뻥'하고 터졌다. 환자를 두고 웃는다는 게 실례지만 왜 이런 사진을 저자 소개란에 넣었을까? 이쁜 척 하는 것을 싫어하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이건 '뻥' 감이다.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은 긍정적인 사람이다. 모든 것이 새로울 수 있는 여행에서 불안을 이기지 못하면 곧 되돌아 오고 만다. 여행 유전자 가득한 저자도 긍정적이다. "힘들 때도 있고 웃을 때도 있지 / 햇살의 프로작이 필요할 때도 있고 벼랑 끝의 아드레날린이 충만할 때도 있지. / 장마가 끝나면 폭염도 따라 오지. / 숨고 싶은 밤도 있고 만나고 싶은 낮도 있어" 최근의 여행에세이는 [글]과 [사진]의 조합이 만들어낸다. [사진]이 우선하는 경우도 있고 [글]이 더 품질이 나은 경우도 있다. 사진집이 아닌 이상 [글]의 품질이 뛰어난 것이 더 좋은 여행에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글이 10점 만점에 8-9점이라면 사진은 6-7점이다. 이 책에도 작은 부록이 있다. 책 끝 부분에 [여행 유전자의 의생활 백서, 식생활 백서, 특별한 동행]을 꼼꼼하게 읽어보라. 재미도 있고 나중에 내 몸안에 여행 유전자가 발견되면 도움도 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