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기가 막혀 - 우아한 고양이를 미치게 하는 50가지 고민
베스 아델맨 지음, 정숙영 옮김, 박대곤 감수 / 부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고양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 고양이가 기가 막혀

 



 

 

고양이를 끔찍히 사랑하는 아내덕에 고양이 넷과 동거를 한다. 내 주위 사람들은 길 가다가 고양이를 보면 아내가 생각이 난다고 할 정도로 아내의 고양이 사랑은 유명하다. 그리고 고양이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아내에게 물어본다. 고양이에 관한 많은 것을 아내는 분명 알고 있으리라는 주위의 기대감이 낳은 결과다. 그러나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정작 아내가 안타까워 하는 부분이 있다. 그건 고양이와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점이다. 밥을 먹고 나서도 고양이가 울면 그게 간식이 먹고 싶어서 우는 건지 아님 밥맛이 없어서 우는 건지 놀아달라고 우는건지, 아니면 정말 병이라도 나서 아파서 우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는데 그 답답함이 때로은 아내를 힘들게 한다.

 

고양이가 기가 막혀. 베스 아델맨 지음. 고양이들의 대화를 우리가 캐치할 수 있다...라는 가정하에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어 오히려 태비라는 전문가 고야이에게 상담하는 독특한 설정의 책이다. 마냥 재미있어라고 그런 엉뚱한 설정을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애완동물 전문가인 저자가 자신의 고양이가 되어 자신에게 상담을 하면서 고양이에 대한 정확하고 유익한 정보를 주는 책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헤어볼 이라는 것을 아는가? 고양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지만 모르는 사람도 제법 있는 고양이 계에서만 통용되는 나름 전문 용어다. 슈렉에 보면 장화 신은 고양이가 나오는데 갑자기 목이 막히는 듯 갑갑해 하면서 뭔가를 토하는 액션을 취하는 장면이 있다. 그 때 토하는 것이 헤어볼이다. 그루밍(고양이가 혀로 털을 다듬는 행위)을 하다보면 털을 많이 삼키게 된다. 그 털들이 고양이 뱃속에 있다가 항문으로 배출되지 않고 입으로 토하는 행위다. 이 헤어볼에 대해 상담한 부분을 보자.

 

고양이가 질문을 한다.

저는 가끔 헤어볼을 토해 내는데 특히 반려인들의 손님을 초대해 저녁 식사 할 때 토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 때 길쭉하고 미끌미끌한 헤어볼이 영화 속의 괴물처럼 제 목구멍에서 튀어나오죠. 그런데 요즘 보니 반려인들이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헤어볼 쇼"를 좋아하지 않는 듯해요. 심지어 수의사에게 가자는 이야기까지 한다니까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거죠?

 

그러면 이런 답을 한다.

그러니까 당신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인간들 앞에서 헤어볼 토하는 것을 즐긴단 말이군요. 도대체 왜 그러세요? 우리 고양이들이 극적인 상황을 좋아하지만 당신이 수의사와 사랑에 빠진게 아니라면 쇼는 최소한으로 줄이세요. 한 달에 한 두번 정도의 쇼는 괜찮지만 그보다 자주 토하면 건강 검진을 받는 것도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빈번하게 쇼를 하게 된다면 반려인이 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슬리커나 브러시나 살이 튼튼한 빗으로 당신의 예쁜 털가죽에 남아 있는 죽은 털들을 꼼꼼하게 없애 줘야 합니다. 빠진 털이 남아 있으면 뱃속으로 들어가고 헤어볼 쇼를 자주 하게 됩니다. 반려인이 털 관리를 자주 해 주도록 훈련시키세요. 아니면 헤어볼 제거제나 미네랄 오일이 들어간 간식, 또는 섬유소가 많은 사료를 복용하시구요. 대부분 우리 고양이가 소화를 못시키는 성분이라 배출이 잘 됩니다.

 

뭐 이런 식이다. 여기서 답변을 주목해야 한다. 반려인에게 어떻게 하도록 훈련을 시키라는 이야기는 고양이를 키우는 우리가 해야할 일들이다. 고양이 털 관리를 꼼꼼하게 해주고 헤어볼이 잘 배출될수 있는 사료나 간식을 섭취하게 하고 그래도 빈번하게 쇼를 하면 그건 문제가 있으니 수의사에게 상담을 받으라는 내용의 간접적인 표현이다.

 

아이들 교육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무조건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랑은 기본이고 문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해결책을 알고 있어야 난관을 타개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그 프로그램에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그러나 도저히 치유불가일 거 같은 아이들이 전문가의 상담과 해결책 제시로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사랑만으로는 자식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사랑한다고 좋은 음식 다 먹이고 운다고 간식 챙겨주고 그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반려 동물은 비만으로 제 수명을 이어가지 못한다. 올바른 정보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우리가 사랑하는 반려 동물과의 행복을 더 오해 이어줄 것이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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