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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의 절반은 뉴욕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야마 도모히로 지음, 강민정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6월
평점 :
풍요속의 미국 그 이면을 알고 싶다면 - 미국인의 절반은 뉴욕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한 남성이 나무를 자르다가 사고로 중지와 약지를 잃었다. 그러나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그는 '중지봉합은 6만달러, 약지는 1만 2000달러'라는 말에 결혼반지를 끼는 약지를 선택하는 대신 중지를 포기했다. 이 책의 내용이면서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의 한 장면이다. 년간 수천달러에 달하는 보험금이 버거워 보험 가입을 하지 않았다. 멕시코 국경 근처에 있는 미국인들은 멕시코로 이주를 한다. 보험료와 병원 치료비, 그리고 약값을 감당하기 싫어서. 사막의 국경을 넘는 이들이 히스패닉도 아니고 그 방향이 남에서 북으로도 아니다. 전문직을 가진 여성은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캐나다로 이민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고 했다. 이것이 우리가 풍요로움에 절어 살 거라고 생각한 미국의 이면이다.
미국인의 절반은 뉴욕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야마 도모히로 지음. 하워드 진이나 촘스키의 미국 비평이 정론지라면 마치야마 도모히로의 미국 비평은 잡지다. 폄하하기 위해 하는 말은 아니다. 전달하는 형식이 그렇다는 이야기지 내용의 질이 낮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쉽게 읽히고 그래서 더 많은 내용을 편하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에 우리가 아는 미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 우리가 아는 미국은 예전의 미국하고는 다르다. 경제 위기로 세계 어느 선진국보다 중산층, 그리고 서민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이 책은 경제 위기 이전, 그러니까 우리가 미국하면 '풍요로움'을 떠올리던 시절의 그 이면까지도 낱낱히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비판하는 종교는 상업주의에 물든 기독교, 상업주의보다 더 위험한 지나친 원리주의, 보수주의 기독교다. [해리포터]를 오락거리로 이해하지 않고 "마법사는 악마의 심부름꾼입니다. 해리포터는 죽어야 합니다"라고 가르치는 종교라면 그들의 아집이 얼마나 지나친 것인지. 동남아에 쓰나미가 몰아쳤을 때 서울의 큰 교회 이름있는 목사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이슬람교도) 동남아인들이 쓰나미로 죽은 것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설교를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부시 행정부는 대 이라크 전쟁은 그들이 입수한 엉터리 정보와 그 정보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도 진실을 덮어버리는 그들의 오만과 위선에서 시작되었다. 정부 고위관료와 연결이 되어 있는 군수 산업체, 산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군수산업체를 위한 전쟁 도발, 그리고 이라크에서의 이익의 독점. 이것이 명분없는 전쟁의 본질이다.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인 월마트의 저렴한 제품들은 노동자들의 저임금, 지역 영세업체의 도산을 통해 얻어진, 희생의 대가다. 월마트 평균 연봉이 2만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규정한 '빈곤 가정'은 기준이 연 수입에도 못 미치는 임금이다. 게다가 일주일에 34시간을 일하고 잔업수당도 없다. 그들이 만든 직장보험은 연간 보험료가 2500달러가 넘는다.(우리 돈으로 대충 계산하면 월 30만원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한다는 이야기다) 월마트 CEO의 연봉은 2700만달러, 창업자 가족이 다섯명이 받는 금액은 각각 1800만달러다. 평균임금과 비교하면 900배에서 1300배가 넘는 차이다. 빈익빈 부익부.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부자와 대기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실시하면서 대부분의 세금은 중산층이 부담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 나라, 어쩔 작정인지 모르겠다"라고 탄식을 하는데 마치야마씨 미국만 그런게 아니랍니다. MB정부도 하는 짓이 부시와 너무 닮아있다.
한 때 미국에는 엄청난 길이의 철도가 있었다고 한다. 서부 개척시대를 보면 대형 수송수단의 대부분은 철도가 담당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자동차 회사의 엄청난 로비로 철도와 기차는 점점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면서 생긴 것이 하이웨이. 한 나라의 산업이 발전하고 도퇴하는 것이 산업발달의 수순만은 아니다. 이익에 따른 관계자들의 정치로비로 산업이 발전하고 도퇴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GM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능가하는 휘발유 제로, 배기가스 제로인 전기자동차를 개발했다. 캘리포니아주의 무공해 차량 의무판매법에 대응하기 위해. 그러나 지금 전기 자동차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부시 행정부와 석유업계의 정경 유착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은 몰락의 길로 치닫고 있는가? 대답은 "그런거 같다"이다. 지금 아메리칸 드림은 죽어 가고 있다. 가난한 하층 노동자들이 이민의 다수였지만 그들의 아이는 자신의 가게와 회사를 소유했다. 다시 그 다음 세대는 대학을 다니고 수익을 늘리며 집을 샀다. 그러나 지금 그 흐름은 멈쳤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었고 집값은 계속 내려간다. 대학 진학률도 떨어지고 있다. 지금 미국의 명문대학 박사 학위자 가운데 40퍼센트가 외국인이다. 과연 미국이 옛 영화를 다시 누릴 수 있을까?
저자의 이 글이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전 세계에 자유경제와 민주주의, 교양을 확산시키고 투자하며 발전시킴으로써 역사적인 역할을 다하고, 자신은 과거의 로마나 대영제국처럼 몰락하고 말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부시는 실로 '신이 선택한 자'인지도 모른다. 미국에 최후를 선언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