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책 - 단원풍속도첩

 

'책이 아름답다' 라고 한다면 '책 내용이 감동적이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 이 일반적인 생각이 아닐까?

그런 일반적인 생각은 잠시 미뤄두고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책 내용이 아름답다가 아니라 책의 모양새가 책이 담고자 하는 특성을 잘 표현한, 책의 몸가짐(?)이 책 내용을 잘 드러내는 책을 말하고자 한다. 창원시립도서관에서 미술서쪽 서가를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한 [단원풍속도첩]이 그런 책이다. 많은 사람들의 손때가 타서 고서古書의 분위기를 풍기려는 참이었다. 당장 빌려와서 보고 또 봤다. 보고 또 봐도 너무 이뻤다. 판매를 위한 책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이 기특했다.

 

이 책의 단원풍속도첩에 관한 설명을 먼저 붙인다.

 

김홍도의 풍속도첩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풍속도첩]은 김홍도의 풍속화 대표작 중 하나이다. 이 화첩 속에는 25가지의 다양한 생활 풍속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서민들의 생업 활동과 일상생활에서 온 것들이며, 왕실이나 지배 계층, 부호 등의 모습은 거의 찾을 수 없다. 또 [씨름]이나 [무동] [서당]등 여러 화면 속에는 생생한 현장감이 표현되어 있어, 김홍도가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관찰과 구상을 했을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림 자체는 다소 뻣뻣한 필선으로 대상의 요점을 단순하게 묘사하여 어느 정도 즉흥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씨름]이나 [무동] 등에서는 원형 구도 속에 상황에 몰두한 인물들의 자태가 역동적인 운동감과 함게 표현되어 회화적으로 아주 뛰어난 면모를 보인다.

 

 이 화첩은 별다른 배경 없이 주제만 바로 화면 중앙에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 이런 점은 이 화첩이 비교적 작은 화면에 여러 가지 주제를 직접적으로 부각시켜 보여주고자 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면은 김홍도의 다른 대폭 풍속화와는 반대되는 점이다. 예컨데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그의 [풍속도팔폭병품] 2점의 경우 각기 자세한 산수 배경 속에 여러 가지 풍속 장면이 그려져 있다. 병풍이나 족자 등 비교적 큰 화면의 경우 특정 인물이 등장하는 풍속 장면만으로는 화면을 모두 채우기가 곤란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찍으면 더 이쁘게 나올까 고민을 하다가 수로요의 다실茶室을 배경삼고 다상에 수로요 방명록과 쌓아보았다.

이런 모양의 책이 낯선것은 아니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판매를 위한 책을 이렇게 만든 것이 놀라웠다.

 

 

 

 



 

 

도서관 출신이라 사람의 손때가 묻고 책 끝이 말려 올라갔다.

그래서 더 저 책답다(?)

위의 다기들과 이 책이 어울리는지...

 

 

 

 



 

 

가끔씩 출판사의 의무같은 것을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출판해도 절대 돈 안 될 거 같은 책을 출판하는 일.

출판해야하지만 돈은 안 된다...참 고민이다.

정부나 기관의 지원금이라도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할 일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그것은 출판사의 의무감이다.

그리고 그것은 출판사의 자부심이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 전통적인 제책방식인 선장線裝을 따랐는데 이 책에는 저런 구멍이 5개가 있고

그 구멍으로 끈을 넣어 묶어 만들었다. 한국 고유의 방식인 5침안정법이다. 제본할 책장의 문자가 있는

면이 밖으로 나오도록 한가운데를 바르게 접어 중첩하고 종이끈으로 먼저 묶은 다음(가철), 두 장의 표지를

앞뒤에 대고 구멍을 내어 꿰맸다. 우리와 달리 중국과 일본은 4침안정법이나 6침안정법을 사용한다.

 

 

 

 



 

 

 

 

 

 



 

 

김홍도의 '씨름'이다.

 

 

 

 

 



 

 

그림 왼편에는 옛글 중 씨름과 관련된 글을 실었다.

이옥(李鈺, 1760~1815), [호상각력기(湖上角力記)], [문무자문초(文無子文秒)]에서 발췌한 글을 실었다.

이옥이 누군가? 조선 정조 때 문신으로 문체반정의 덫에 그 재주를 맘껏 피우지 못한 인물이다.

쉽게 말하면 고어체로 전통적인 양식의 글을 짓지 아니하고 오늘날 우리가 바로 읽어도 어색하지 않은

자유로운 문장을 구사하다가 벼슬길도 못나가고 재능도 떨치지 못한 불운아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발췌된 글이 이옥의 글이다.

[이옥전집]은 국문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소중한 자료다.

 

 



 

한 페이지를 더 넘기면 씨름 장면 중 관중을 클로즈업 한 그림이 있다.

 

[오주석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1]의 설명을 빌리자면

....우선 땅에 놓인 위가 뾰족한 말뚝벙거지는 마부나 구종이 쓰는 모자다. 상투잡이 둘 가운데 한 사람이 마부였던 모양이다. 수염 난 중년 사내는 좋아하 입을 헤 벌리고 앞으로 윗몸을 기울이느라 두 손을 땅에 짚었다. 막 끝나려는 씨름 판세가 반대편으로 넘어갈 듯해서다. 인물이 준수한 젊은이는 팔을 베고 아예 비스듬히 누워 부채를 무릎에 얹었다. ...왼편 위엔 모두 여덟 사람인데 맨 구석의 점잖은 노인은 의관을 흩뜨리지 않고 단정히 앉았으며, 그 앞의 갓 쓴 젊은이는 다리가 저리는지 왼편 다리만 슬그러미 뻗었는데, 부채로 얼굴 가린 양을 보면 소심한 성격인 듯하다. 그 뒤쪽 사람은 "야, 이 것 봐라!" 하는 큰 표정이 남다르며, 작은 아이는 두 다리를 털퍼덕 내벌려 양손으로 제 발을 쥔 재미난 모양을 하고 있다. ...

 

 

 



 

운동감을 살려 역동적인 모습이다.

왼쪽의 엿장수를 보라. 맘씨 좋아보이는 엿장수 총각 혼자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왼쪽의 구경꾼 손모양을 보면 오른손이 잘못 그려진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그림 목록이다.

모두 25편의 그림이 소개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을 창원시립도서관에서 처음 보고 바로 빌려 왔고 보고 또 보고 다른 책을 통해서 좀 더 깊은 설명도 듣고 김홍도에 관한 다큐도 봤다. 그리고 거금을 들여 구입도 했다. 내게 들어온 새 책은 너무 깔끔하고 너무 하얗다. 처음에 책을 받고 제법 낯설어 했던 기억이 있다.

 

 

 

다른 이야기 하나 더.

이 책의 아트디렉터가 홍동원이다.

최근에 내가 읽은 책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의 저자, 우리 나라 최고의 편집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인 홍동원이다.

[날아가는...]을 읽는데 [단원풍속도첩]을 편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역시 최고답다는 생각을 갖게 했고 [날아가는...]도 더 애착을 갖고 읽게 되었다.

 

 

 

 

 

 

[단원풍속도첩]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수로요 방명록이다.

이 책과 마찬가지로 선장방식으로 만든 책에 수로요를 방문한 분들께서 붓으로 글과 그림을 남겨 주셨는데

다음에 이 책과 같이 소개할 기회가 있을 거다.

맞보기로 몇 장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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