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즐기다
이자와 고타로 지음, 고성미 옮김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사진에 대한 진지한 고찰

 

사진을 즐기다.

 

온 국민이 사진사인 시대다. 20년 전만해도 전문가 행세나 하던 이들이 들고 다니던 SLR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똑딱이라도 들고 있고, 또 대부분의 핸드폰에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는 관계로 온 국민 대부분이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졸업식에나 필요하던 카메라가 밥을 먹어도 밥 사진을 찍고 꽃을 사도 꽃사진을 찍고 이쁜 옷을 사도 옷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가 생활 필수품인 시대다.

 

예전에 사진은 적당한 지식이 있어야 했고(수동 카메라 시절)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고 -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먹고 사는게 조금은 여유로운 지금 카메라 구입하는게 아주 특별한 일은 아니다 -  장농안에 꼭, 꼭 숨겨 보관을 하곤 했다. 특별한 날에만 꺼내 사용하던 보물이었으니. 카메라가 귀한 만큼 사진이라는 매체도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제법 수고를 해야하는 분야였다. 지금은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있는게 카메라다. 사진이 더 이상 어려울 것도 없고 어려운 이론으로 접근하던 시대도 아니다.

 

사진을 즐기다. 이자와고타로 지음. 이런 시대에 사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한다면 칙칙하고 머리 아픈 이야기 한다고 할 지도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사진 잘 찍는 기술 같은 것을 가르쳐 주지도 않은 사진 평론가의 사진에 대한 고찰이라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다소 거리감도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자. 한국의 전통요리를 배운다고 하자. 궁중 요리라 해도 좋고. 그래 궁중요리로 하자. 궁중 요리를 배우고 싶어 [궁중음식연구원 www.food.co.kr]에 등록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요리법만 열심히 배운다. 별 문제 없다. 배운 방법으로 요리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먹이면 된다. 요리 솜씨가 있고 제대로 배웠다면 다들 맛나고 멋있다고 칭찬할 거다. 그런데 차려 놓은 음식을 잘 먹던 이들 중 한 사람이 갑자기 궁중요리에 대한 질문을 해온다면?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궁중요리의 유래와 역사, 그리고 전수과정, 중요무형문화제 38호로 전수되어 오게 된 이야기, 이미 고인이 되신 황혜성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 등등. 대충 들어본 적은 있지만 뭐라 설명하기는 부족하고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없이 형식만 따라했다는 생각이 밀려 올거다. 요리만 잘 하면 된다 라고 생각하면 할 말 없지만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이 책은 크게 4부분으로 나뉜다.

보고 읽고 찍고 모으는 이 네가지 즐거움으로 나누고 있다.

 

1부 보는 즐거움.

사진은 보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어떻게 볼 거냐? 사진전에 가자. 갤러리를 찾자는 이야기다. 단순히 책을 보는 것과 사진전을 찾아 갤러리를 방문하는 것의 차이를 음악을 CD를 사서 듣느냐 콘서트장을 방문하느냐의 차이로 비교했다. 여러 가지 조건을 접어둔다면 이건 비교대상이 아니다. 당연히 갤러리가 좋고 콘서트 장이 좋다. 최근의 변화는 웹갤러리다. 조금만 알려지만 수천 수만명이 다녀간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이건 비단 사진 웹갤러리만의 문제가 정보화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의 반대급부다.

 

 

2부 읽는 즐거움.

사진집을 독파한다. 세계 최초의 사진집의 시도물이라 할 수 있는 영궁의 탈보트의 [자연의 연필] 이야기로 시작한다. 19세기의 사진인쇄 기술의 발달과 그에 따른 사진집의 변화,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 20세기에 들어서 에반스가 1938년에 간행한 [미국의 사진]이 최초의 사진집이다. 서점에 가면 한 쪽에 양장으로 빴빴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비닐까지 씌여져서 만만치 않은 가격으로 독자와의 만남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책들이 사진집이다. 아주 센세이셔널한 누드집이 아니고서는(과거 미야자와 리에의 "산타페"같은...) 1쇄를 소진하기가 에베레스트 등정하기만큼이나 힘든 게 사진집 출판의 현실이다. 과거 일본에서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는 방법이 자비출판이었다. 쉽사리 출판을 결정하지 못하는 출판사를 위해(?) 사진 작가가 자비로 사진집을 내는 경우다.

 

사진집은 디자인이 관건이다. 똑같은 사진도 어떤 디자인속에 자리하느냐에 따라 사진이 죽고 산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사진집 제작에 참여하여 창조적으로 관여한 예로 가와다 기쿠지의 [지도]를 든다. 일본 사진집의 첫 황금시대라 할 수 있는 60-70년대를 대표하는 명작이다. 원래 두 권으로 내려던 사진집을 출판사 사정으로 예산이 삭감되는 바람에 모든 페이지가 "양쪽으로 펼쳐진" 놀라운 편집이 실현된다. 사진집의 출판은 어떤 그래픽 디자이너를 만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가 읽기 전에 고르는 수고를 덜하게 된다.

 

 

3부 찍는 즐거움.

여기서 다루는 것은 사진을 "찍는 행위"의 전과 후에 관한 것이다. 일본의 사진 상황이 촬영을 위한 도구와 기술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사진을 찍는가 라는 중요한 핵심이 가려져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우리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과물 못지 않게 도구를 중시하는 어마어마한 커뮤니티가 존재하지 않는가 - www.slrclub.com . 나도 이곳을 들락거리며 좋은 장비를 부러워하는 사람 중 하나다.

초보와 아마츄어 그리고 프로의 차이를 잘 비교해 놓았다. 동호회의 다수(초보와 아마츄어)는 예쁜 풍경과 꽃을 찍어 인화하는 것으로 만족하는데 이와 같은 사진의 즐거움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좀 더 이상을 높여서 "자기만의 테마를 가져보라"고 충고한다. 남의 것만 모방할 것이 아니라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재미있는 테마가 눈에 들어온다고.마시야마 다즈코는 도쿠야마 마을(고향)이 댐 건설로 수몰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셔터만 누르면 누구라도 촬영이 가능한 코니카를 구해서 고향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행방불명된 남편이 갑자기 돌아왔을 때 마을이 사라진 것에 대해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라는 다소 애절한 이유가 있지만 여하튼 마시야마가 20년동안 촬영했다. 7만장이 넘는 사진들은 [마시야마 다즈코 - 도쿠야마 마을 사진전기록]이라는 일본인이라면 누구라도 보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진집으로 재탄생한다. 지속적으로 촬영하는 것도 재능이고 그 지속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잘 알고 가장 친숙한 것이 대상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항상 사진을 찍으면 남과 다른 것만 찾아 떠나는데 몇 번 해보고 쉽게 지쳐버린다.

 

4부 모으는 즐거움.

어떤 사진이 좋으냐 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사진"이라는 답을 던질 수도 있고 "남과는 다른 사진"이라고 답을 할 수도 있다. 뭐 딱히 정답이 없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이야기가 될 수 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저자는 다른 설명으로 나에게 풀어 놓는다. 사진전에서 "어떤 사진을 살까?"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면, 사진의 내용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조금 거리를 두던  평론가의 눈과는 다른 시전을 가지게 된다. 오직 "이 사진을 갖고 싶다"는 욕망만으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진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알게 되는 순간이라고. 그러면서 사진전에 가서 좋은 사진을 보면 오리지널 프린트(original print -> 포토그래픽 프린트 photographic print가 정확한 표현이라함)를 구입하라고. 작가가 하나의 필름으로 번호를 매겨 정해진 숫자만큼만 인화를 한 오리지널 프린트를 구입하라고. 잡지나 인쇄 매체를 통해서도 사진의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지만 사진가가 직접 자기 손으로 인화한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보노라면 생각지도 않은 것을 발견할 수도, 내밀하게 담긴 창작의 비밀을 보다 깊이 느낄 수도 있다고.  사진 옥션에 참여하는 것도 오리지날 프린터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굳이 전시 갤러리나 작가를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우리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고 매진하던 결국 한계를 느끼게 되는 것은 깊이의 문제이지 폭의 문제가 아니다. 잘 찍은 사지 한 장을 보는 것도 그 방법이요, 사진 전반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저자 이자와고타로는 사진전공이지만 사진가가 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재능이 없었기 때문이라 솔직하게 밝히는데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면 사진을 촬영하고 인화하는 작업이 그다지 즐겁지가 않았다고 한다. 카메라 조작이나 인화작업이 쉽게 익숙해지지도 않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만의 손맛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졸업 즈음에 포트폴리오(졸업작품집)와 논문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는데 그는 졸업 논문을 제출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한다. 대학원에서 잡지 등에 글을 기고하다보니 어느 새 '사진 평론가'가 되어 있더란다.

 

 

 

 

 

이자와 고타로가 추천하는 필독 사진집 베스트 8권 가이드

 

1.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트의 [자연의 연필]

   - William Henry Fox Talbot [The Pencil of Nature]

2. 아우구스트 잔더의 [시대의 얼굴]

   - August Sander [Antilitz der Zeit]

3. 윌리엄 클라인의 [뉴욕]

   - William klein [New York]

4. 로버트 프랭크의 [미국인들]

   - Robert Frank [The American]

5. 엘스켄의 [센 강변의 사랑]

   - Edvan der Elsken [Liebe in Saint Germain des Pres]

6. 다이안 아버스의 [다이안 아버스]

   -Diane Arbus [Diane arbus, Aperture]

7. 윌리엄 이글스턴의 [윌리엄 이글스턴 가이드]

   - William Eggleston [William Egglestion's Guide]

8. 스탠리 B.번스의 [슬리핑 뷰티]

    - Stanley B. Burns [Sleeping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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