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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를 버려라
제임스 터크, 존 루비노 지음, 안종희 옮김 / 지식노마드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달러를 버려라
달러를 버려라? 그럼? 금을 사라. 제목에 노출시키기 조금 민망해서인가? 이 책의 제목은 "Buy Gold"가 되어야 했다. [금을 사라].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책의 중반부 이후에 있다. 달러 가치가 이런저런 이유로 하락하고 금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그러니 달러를 버리고 금을 사라고. 두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의 도메인 주소에 이 내용을 드러내고 있다.
제임스 터크의 홈페이지 주소는 www.goldmoney.com 이고 존 루비노의 홈페이지 주소는 www.dollarcollapse.com 이다. 경제위기진단론으로 시작한 책이 투자 안내서가 되어버려 아쉽긴 하지만 오늘의 경제 위기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진단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물론 저자들이 말하는데로 금의 가치는 점점 올라가고 있으니 좋은 투자안내서로도 큰 역할을 할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왜 달러는 몰락하는가? 파트1의 시작하는 글은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다룰지 예고하는 동시에 일반인들이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경제, 금융계의 사정에 대한 진단과 역설이다. 사회의 기초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교묘한 방법은 사회에 통용되는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 방법은 경제 법칙의 보이지 않는 힘들을 활용하여 사회를 파괴한다. 그리고 이것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 존 메이나드 케인즈 [평화의 경제적 결과] 1930년대 경제공황이 낳은 수퍼스타 경제학자의 말이지만 지금도 유효하다.
20세기 마지막 20년간 미국 경제는 제자리 걸음하거나 불황인 유럽이나 일본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 시기 미국 경제는 3천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많은 백만장자를 탄생시켰다. 연방정부는 경제호황이 가져다 준 잉여자금으로 부채를 갚은데 얼마간의 시일이 걸릴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첨단 기술주가 폭락하고 봉급생활자가 백만명 이상 줄어들고 세계무역센터빌딩의 붕괴와 함께 미국인의 자존심도 무너졌다. 사회복지프로그램의 확충과 테러와 전쟁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5천억달러를 차관하면서 달러의 가치와 금대비 달러화 가치는 동시에 폭락했다.
오늘날 미국의 문제가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 모든 강대국들은 번영의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지고 불환화폐를 발행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총과 버터 guns and butter" 전략, 즉 군사 업무와 민생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택했다. 수천명의 병사를 고용하고 여러 여러 공공사업에 돈을 투자했다. 국가 재정 부족은 주화의 질을 떨어뜨려 발행량을 늘려 메꾸었지만 통화량 증가로 물가가 상승했다. 물론 화폐가 제가치를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황제는 물가 상승이 상인들의 탐욕때문이라 주장하고 "최고가격령 Edict of Prices"을 선포해버린다. 상인들은 가게문을 달아버리는 방법으로 응수한다. 통화량이 증가하고 물가가 상승하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이 기시에도 부자들은 순도높은 금화와 은화를 저축해서 더 큰 부자가 되었다. 가치없는 구리주화를 소유한 가난한 자들은 정부의 지원을 기댈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이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었다. 결국 재정적으로 파탄이 난 로마는 서고트 족에게 멸망했다. 18c 프랑스, 20c 초 독일, 그리고 20c말 아르헨티나도 대체로 비슷한 과정을 겪으면서 몰락한다. 경제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설명해 준 이 부분이 내가 이 책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다.
오늘날 지도자에게는 딜레마가 있다. 세금인상을 반대하는 납세자와 사회복지예산을 늘리기를 바라는 국민들. 납세자와 국민은 결국 하나다. 세금을 올리지 않고 복지예산을 늘릴 수 없는데 통치자들은 세금을 올리지 않고 새로운 지출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돈을 빌린다.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화폐 가치의 폭락, 즉 물가의 폭등은 한 세대 전체의 축적된 저축액을 모두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지도자의 과감한 정책과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어찌보면 이런 면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아는 부자를 국민으로 두고 있는 미국은 조금 행복한 편이다. 부시 행정부가 상속세율을 낮춘다고 했을 때 거부들이 반대를 했다고 한다. 물론 미국이 이런 부자만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의 스톡옵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 실적이나 회사 가치를 속이고 회사가 망해도 퇴직금을 챙기는 이들도 윌가의 최고경영자, 다시 말해 미국의 부자들이다.
연방정부는 2006년 말 9조달러 이상의 부채를 지고 있다. 4인 가구 기준 11만 2천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사회 전체가 빚잔치에 뛰어 들었다. 국민들은 좋은 차, 성형수술, 첨단 주택에 대한 지출을 주택담보 대출과 신용카드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분명 시기적으로 더 어려운 경제 상황이라 가계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하고 대출을 줄이고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해야 했지만 미국 국민들은 반대로 갔다. 신용카드 회사는 신용도에 관계없이 신용카드를 남발했고 자동차 회사도 차량구입이 용이한 대출 상품을 남발했다. 그리고 주택대출 붐이 일었다. 주택담보 신용융자와 주택담보 현금 재융자 같은 혁신적(?)인 금융상품덕에 주택은 본래의 기능을 넘어 투자의 대상이 되었고 현금인출기 역할을 해 주었다. 이런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2가지다. 금융회사 책임자의 무책임과 비도덕성, 그리고 증권화라는 최신금융기법이다. 작은 대출금을 하나로 묶어 잘 가공해 우수한 등급의 채권으로 바꾸어 판매하는 "증권화"라는 첨단 금융기법을 만들었다. 대출금융회사는 이런 과정에서 돈을 벌었고 주식은 올랐으며 직원들은 엄청난 보너스를 챙겼다. 그 피해는 대출을 통해 채권패키지 상품을 구입한 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고 가계의 부채 규모는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은 한 때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었으나 지금은 최대 채무국이다.
미국의 치솟는 부채 수준과 연방준비제도의 공급확대 정책을 고려하면 지금이 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다. 현재 금은 생산보다 수요가 많지만 다른 재화와 달리 기존의 보유량으로 공급 부족분을 메꾼다. 여기서 금 가격의 특이성이 나타나는데 금의 교환 가격은 공급보다 수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신흥공업국인 중국과 인도가 외국 자본에 눈독을 들이면서 해마다 상당량의 금을 구매하고 있다. 금 수요 증가로 금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많다는 이야기다. 제임스의 공포지수(Fear Index)에 의히면 지금이 금의 매수 시점이다. 금과 관련된 대표적인 투자 대상으로는 금광산기업의 주식, 금관련파생상품, 희귀 금화 등이 있다. 디지털금도 있다. 저자 중 한 사람인 제임스 터크의 www.goldmoney.com 에서 우리가 주식을 거래하듯이 금을 안전하고 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실망한 부분이다. 저 사이트가 비전이 없다거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할 능력은 내게 없다. 그렇지만 서두에도 밝혔듯이 이 책은 제목은 다른 것으로 포장하고 마치 경제 진단론인 것처럼 장황하게 이야기하다가(솔직히 이 점은 마음에 쏙 든다.) 말미에 [내가 신종 유망사업을 하고 있으니 오시오]라고. 홈페이지 상단에 Buy Gold and Silver at Goldmoney - Best Way to Buy Gold and Silver 이라고. 골드머니에서 금과 은을 사세요. 금과 은을 사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학교 앞에서 어릴 때 이런 경험 해 봤나? 절대 책파는 사람 아닌거 같았는데, 그냥 이야기 잘 들으면 선물도 주고 공부 잘하는 방법도 가르쳐준다는데 말미에 가서 선물받고 싶은 사람은 계약서와 12개월짜리 지로 영수증 나눠주면서 계약서에 엄마 도장받아오라고. 물론 이 책 전반부에 현 경제 불황의 원인을 분석하고 설명한 부분은 높이 산다. 그치만.......^^ . 어쩌면 책에서 전하는 더 없이 좋은 기회를 내가 거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