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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 사람을 얻고 세상을 얻는 인재활용의 지혜
리수시 엮음, 김영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용인.
사람을 얻고 세상을 얻는 지혜. 인재활용의 지혜. 다시 문제는 사람이다. 벼화의 시대, 기회를 잡을 열쇠는 사람에게 있다. 인재를 얻어 천하를 경영하는 현묘한 지략과 리더쉽. 用人 - 책 표지에 적힌 글들이다.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를 단박에 알 수 있게 해주는 글들이다.
몇 달 전부터 동영상 다운 받아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보던 것이 작년에 EBS에서 방송했던 [김영수의 사기史記와 21세기]다. 사마천의 사기를 중국 최고의 고전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고 가장 존경하는 이로 사마천을 생각하고, 중국을 수도 없이 드나들고 중국의 고전을 여러권 편역하고 책도 쓴 이가 김영수다. 그래서 사기에 대해 강의도 했다. 이 책을 보는 순간 역자 김영수가 번쩍 생각이 났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소지품을 찾은 것처럼 반가웠다. 사기의 내용이 상당부분 있어서 보는 내내 복습한다는 느낌으로 편하게 진도를 나갔던거 같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꼭 [김영수의 사기史記와 21세기]를 다운받아 함께 보시길 권하는 바이다.
용인用人.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와 다민족, 넓은 영토, 무엇보다 세게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나라. 그 긴 역사속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한 나라가 중국이다. 멀리는 요순시대에서 은,주,진,한으로, 그리고 가까이는 청말기의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또 우리 기억속에 남아있는 곳이다. 많은 군주와 재상들은 인재를 선발하고 상주고 벌하는 문제를 고민했다. 어떤 인재관을 세우고 어떤 등용의 규칙을 정하느냐에 따라 모이는 인재들의 면면도 다르다. 중국의 역사는 용인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인은 어떤 의미에서는 본인의 능력이 출중함보다 자신보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건달출신으로 허구헌 날 주색잡기에 정신없던 유방이 7년만에 황제가 된 비결을 "내가 천하를 얻은 것은 각각의 분야에서 나보다 훨씬 잘난 세 사람을 잘 썼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인재의 기준을 달라질 수 있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을 뽑아 장점을 부각시켜 잘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20세기 경영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장점을 더 키워라. 단점을 보완하려고 하지 말고 그 노력으로 장점을 더 키워 능력을 극대화 시켜라'라고.
책 서두의 [편역자의 말]은 현 정부에 대한 아주 날카로운 비판이 들어가 있다. 현 정부에 대해 실망을 금치 못하는 사람으로써 편역자의 일침은 속이 시원할 정도다. 그러면서도 안타까움이 동시에 묻어난다. 위정자들이 이 말을 듣지 못할터이니.
[편역자의 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정치력 부재는 잘못된 용인에서 - 세상이 온통 난리가 난 듯 합니다. 국론은 갈기갈기 찢기고, 정권은 통째로 불신당했습니다. 경제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한없이 추락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울분을 삭히느라 울화병에 걸렸습니다. '속수무책'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정권이 신뢰를 잃고 나면 회복하기 정말 어렵습니다. 역사가 그것을 날것으로 보여줍니다."
중국의 역사나 고사, 그리고 인물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면 책의 맨 뒷 부분 부록의 [인물사전]과 [고사성어와 명구]를 먼저 읽고 독서를 시작하는 것도 9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 중 하나다.
900페이지의 엄청난 분량에 겁먹지 않아도 된다. 에세이가 아무리 두꺼워도 쉽게 읽히는 이유는 글 하나가 길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도 900페이지라는 엄청난 분량이지만 글 하나가 길어도 10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책을 완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내용이 어렵거나 지루한 부분이 없다. 중국의 고전에 조금이라도 친숙한 사람이면 그냥 술술 넘어가고 그렇지 않더라도 책보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이 책이 현대 중국사의 인물까지 다루었다면 오늘날 중국이 자유경제로 발전하는데 초석을 다진 등소평도 소개되었을거다. 그의 "흑묘백묘론"과 함께. 주지하다시피 흑묘백묘론은 등소평의 실용주의 정책을 대변하는 구절로 흰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잡은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라는 말이다.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우리 경제를 IMF로 몰고간 대통령은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고 매일 매일 열심히 조깅을 했다. 건강은 빌릴 수 없어도 머리는 빌릴 수 있다. 그래 머리는 빌릴 수 있다. 살인마 전두환은 경제팀을 꾸릴 때 경제수석으로 김재익박사를 앉혔다. 그는 "나는 전두환 대통령을 위해 일하기보다 대한민국 경제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이다. 목표는 대통령이 아니고 우리 경제다. 우리 경제가 민주화만 된다면 그것은 정치적 민주화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목표다"라고. 살인마 전두환에게 평가라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경제에 관한 당시 상황에서 한국의 나아갈 길을 제대로 파악하고 인기 없는 정책들을 소신있게 밀고 간 인물을 등용한 것은 훌륭한 용인술이다. 이명박의 강만수도 소신있다. 현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없이 신념대로 밀고 나가는 소신. 이런건 소신이 아니라 고집이다. 그리고 그 정책들이 인기가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