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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의 유산 - 한국전쟁에서 이라크전쟁까지 세계 역사를 조종한 CIA의 모든 것
팀 와이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잿더미의 유산 - 팀 와이너
서양에서 대학은 그 기원부터 하나의 자치 도시로 여겨졌고 그만큼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었다. 유럽의 대학은 국가에 대해 진리의 자유와 가지 결정권을 요구하여 충돌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근대화의 필요성에 의해 수입된 일본의 대학은 그 사명과 교육의 이념이 국가주의에 의해 주도되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학문 그 자체가 뒤틀어져 버렸다. ....유교 교육으로 표상되는 동아시아의 교육기관은 "동양적 전제주의에 종속된 관료 기구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라는 역사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본 대학에 대한 다치바나 다카시의 비판을 장정일이 다시 정리한 대목이다.
CIA의 탄생과 그들의 잘못된 활약을 접하면서 생각난 대목이다. CIA는 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애초에 국가의 안위와 안보 문제가 최우선이 아니고 최고 권력자의 입맛을 위해 태어났고 최고책임자의 기호에 맞게 활동을 했다. 미국의 자유, 민주주의 같은 이상보다는 반공산주의, 그리고 미국의 이익만이 있을 뿐이다.
멍청한 CIA를 가감없이 까발린 저자의 노력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그것도 상대는 비밀을 목숨과도 같이 여기는 세계최고의 정보 조직이 아니던가? 1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란 분량이지만 읽는 내내 세계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의 이중적인 행태에 분노하고 세계최고의 정보기관이라 생각되던 CIA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책의 출판을 막았겠는가?
이 책은 시대순으로 총 여섯개의 파트로 나누어진다.
몇 개의 파트를 소개하면
첫번째 파트는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 정말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CIA의 탄생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이야기다. 트루먼 대통령이 집권하던 1945-1943.
"미국 첩보 역사에서 북한은 가장 오래 지속되는 실패 사례이다" 전 CIA 서울 지부장이자 전 주한 미 대사였던 도널드 그레그가 한 말이다. 한국 전쟁에서의 정보 부족과 판단 실수로 많은 대원들을 희생시킨다. 결과적으로 자살특공대를 양산해버렸다.
두번째 파트는 비밀전쟁
냉전과 비밀공작 전성시대로 CIA가 작전 성공에 맛을 보는 극히 드문 시간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집권하던 1953-1961.
이란에서 친미정부의 수립을 위한 노력, 일본에서 전범을 매수해서 정치적 유대관계를 맺는 것, 헝가리에서 반공주의자들을 포섭해 진행하는 작전 등 첩보전이고 전쟁이라는 상황등을 감안해도 어느 것 하나 깔끔한 일처리를 찾기 힘들다.
세번재 파트는 읽어버린 대의명분
쿠바침공 그리고 베트남 전쟁기간이다. 케네디와 존슨 대통령 재임. 1961-1968.
정보의 사전 유출과 지리 정보의 부재등으로 많은 대원들을 침투하는 즉시 잃어버린다. 핵미사일이 그들 턱 밑에 겨누어질지도 모른다는 예측은 한참이나 비껴나가 있고. 명분없이 참여한 베트남 전쟁의 결과는 미국이 처음으로 진 전쟁으로 기억된다. 남베트남 민주주의의 공식 인물인 키는 사악했고, 반티우는 부패했다. 그들이 적으로 간주했던 호치민은 국민다수의 지지를 받는 영웅이었다.
여섯번째 파트는 불가능한 미래 예측
9.11테러와 이라크전쟁이 있던 시기로 클린턴과 조지 w.부시 재임기간이다. 1993-2007.
전후 세대인 클린턴 대통령의 취임과 CIA의 잇따른 실수로 점점 더 입지가 좁아진다. 직원들은 새일자리를 찾아가고 젊고 유능한 인재를 구하기는 어느때보다 어렵다. 내부의 스파이 문제로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정작 더 큰 문제는 숨어 있는 적=테러와의 전쟁이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CIA와 함께 반군을 도왔던 빈라덴의 9.11테러. CIA, 아니 미국 역사에 있어서 가장 큰 상처를 남긴 테러다. 그 테러와의 전쟁은 잘못된 정보로 이라크 전쟁을 벌이는 실수를.
한편의 코미디를 본 느낌이다. 우리가 세계최고라고 칭송해마지않던 세계최고의 정보 기관 CIA, 아무리 실패한 이야기를 많이 모았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어리석고 멍청할 수가 없다. 검증도 받지 않는 엄청난 예산을 쓰고, 미국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서 최고의 시설과 기술을 사용하는 조직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코미디의 연속이었다. 최고가 최고의 코미디를 만든다. 정보기관이 오히려 적의 역정보에 이용당해 많은 자원과 무기, 그리고 인명의 손실을 입는 장면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저항군에게 전해져야할 자금은 공산주의자들에게 전달되고 비밀침투 요원은 사전 정보 유출로 투옥되거나 처형되었다. 모스크바에 파견한 최초의 CIA요원은 러시아인 가정부의 유혹에 넘어가 작전 실패, 그 러시아 가정부는 KGB소속의 대령이었다. 지난 60여년동안 CIA에 대한 책임자들의 변함없는 공통된 평가가 있다. "CIA가 제대로 자리잡고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5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50년전에도 그랬고 5년전에도 변함이 없다. 감당안 될 정도로 비대해져버린 공룡은 제몸을 이기지 못하고 멸망의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