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생물과 무생물사이

 

제임스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이중나선의 형태를 띠고 있는 DNA에 대한 구조와 기능을 서술한 네이처지의 논문을 시작으로 분자생물학의 시대는 화려한 막을 올린다. 생명은 '자기 복제'시스템이며 새 생명이 탄생할 때 혹은 세포가 분열할 때 정보가 전달되는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유전자 정보다. 분자생물학계 최고의 스타 두 명을 소개한 부분이다.

 


생물과 무생물사이. 맨해튼의 풍경 묘사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미국 유학시절 그리고 그 후로도 계속된 분자 생물학의 연구 속에서 알고 느끼게 된 사실과 아직도 의문을 품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과학자 답지 않은(?) 글솜씨로 풀어 쓴 글이다. 과학에 약한 내가 계속해서 책을 놓지 않게 한 힘은 초반에는 두명의 흥미로운 인물들 때문이다. 그 이후는 저자의 글솜씨고. 그 두 인물이 하나는 록펠러 이야기이고 하나는 노구치 히데요다. 록펠러는 누구나 다 아는 세계 최고의 부자이면서 자본주의의 모든 병폐를 누리면서 엄청난 재산을 오른 사람이다. 그러나 말년에 전 재산을 기부하다시피 하여 문화교육에 힘쓴 사람이다. 뒤가 아름다운 사람이다. 노구치 히데요는 만화책 '닥터 노구치'로 그 감동이 억울하다 못해 만화책 속의 다른 인물들에게 심한 분노감까지 들게 만들었던 감동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의 열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죽기전에 내 놓은 연구 결과는 의학자 아니 과학자로써 양심에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객관적이거나 치밀하지 못했다.

 


책 제목인 '생물과 무생물사이'라는 말은 저자가 바이러스를 정의한데서 비롯되었다. 바이러스의 무생물적 특징은 일체 대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양을 섭취하지도 않고, 호흡도 하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도 않는다. 노폐물을 배출하는 일도 없다. 바이러스를 혼합물이 없는 순수한 상태로까지 정제시킨 후 특수한 조건에서 농축하면 결정으로 만들 수 있다. 세포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단순한 물질과 구분짓는 유일한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증식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 무엇이다. 만약 생명을 '자기를 복제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린다면 바이러스는 틀림없이 생명체다. 그러나 입자 단위로 생각하면 무기질적이고 딱딱한 물체에 지나지 않아 생명으로서의 움직임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과학자로써의 논리적이고 신중한 자세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안타까운 과학자 중 한 사람. 에이버리. 균의 성질을 변환시키는 형질전환 작용이 외부에서 유입된 단백질이나 미량의 다른 물질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 본체가 DNA라고, 자신이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데이터를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추론하여 논문을 썼다. 그러나 에이버리의 데이터에 가장 신랄한 비판을 한 이는 같은 연구소의 동료 알프레드 머스키였다. 동료의 비난에도 변함없이 보다 정확한 자료를 얻기 위한 실험을 진핼할 뿐이었다. 순도의 딜레마, 즉 오염문제를 해결하는 문제가 부딪힌다. 에이버리는 끝까지 신중을 기하는 논문을 남기며 1948년 록펠러의학연구소를 정년퇴직한다.  그 뒤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제임스왓슨과 프랜시스크릭은 에이버리의 연구와 크게 차이나지 않은 내용응로 노벨상까지 받는다. 록펠러대학 사람들에게 에이버리에 대해 물어보면 '왓슨과 크릭은 에이버리의 무등을 탄 버릇없는 손자'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책은 분자생물학에 근현대사다. 분자생물학의 역사가 오래 되지 않았으니 분자생물학의 역사라고 봐도 좋다. 짧은 역사속에서 업적을 남기고 이름을 남긴 이들의 설명도 있고 분자생물학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주제에 관한 설명도 있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머리 아픈 과학서적이겠지만 필자의 부드러운 글솜씨는 읽는 이들이 과학도가 아니더라도 이해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

 


일전에 신문에서 본 기사가 기억이 난다. 과학자든 의사든, 기업인이든, 철학자든 우리 대중이 그의 학문적 깊이 이상으로 대중이 친숙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라고.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를 뛰어난 생물학자 그 이상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유는 글을 잘 쓰기 때문이고, 화가 김병종을 우리가 잘 아는 이유도, 유홍준 전 청장도 모두가 글빨(?)이 뛰어난 사람이다.
20세기 생명과학의 막이 오르고 그 화려한 꽃이 개화한 시기다. 그렇다면 그 서막을 처음으로 연 사람은 누구였을까? 1953년, 영국의 케임브릿지 대학에 있던 제임스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은 DNA가 이중나선 구조라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간단한 사실을 발표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왓슨은 아직 이십대, 크릭은 삼십대였다. 그 발견은 그 전까지 완전 무명이었던 젊은 과학자들을 20세기 생명과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스타로 만들었다. 이 '전광석화 같은 성공'은 그들 앞에 레드 카펫을 깔아주었고 그것은 훗날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노벨상 시상식까지 일직선으로 뻗어있었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그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받은 칭송된 영웅들(sung heroes)이었다.
어느 과학자가 이렇게 맛깔진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책이 일본에서 50만부 이상 팔린 이유인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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