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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항복 미술관
두브라브카 우그레시치 지음, 조서현 옮김 / 아트북프레스 / 2026년 2월
평점 :
📍도서명 :
무조건
항복 미술관
📍저자 :
두브라브카 우그레시치
📍출판사 :
아트북프레스
📍장르 :
소설
상처받고 떠돌아다니는 우리의 부서진 기억과 일상의 조각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예술이 될 수 있는지 나지막이 일깨워 주는 참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망명 생활을 하며 겪은 상실의 아픔과 이주민들의 삶, 그리고 베를린 동물원의 바다코끼리 롤란트의 위장에서 나온 기묘한 물건들 이야기처럼 겉보기에 사소해 보이는
일상적 에피소드들을 잔잔하게 나열합니다.
어머니의 빛바랜 일기와 사진, 홀로코스트와 유고슬라비아 내전의 아픈 기억, 나아가 예술가들의 초상과 레시피까지 서로 다른 형식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며 기억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을 유기적인 줄거리로 들려줍니다.
평범한 물건 하나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흔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며, 저 역시 집 안 서랍 속 오래된 편지나 사진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품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연대기적인 순서를 과감히 거부한 채, 역사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아픔과 예술, 노화, 상실을 깊이 있게 사유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수전 손택, 밀란 쿤데라, 페터 한트케 같은 거장들의 이름이 소환되는 현대 문학과 시각 예술의 독특한
흐름 속에서, 망명자가 마주하는 진짜 리얼리티에 대한 줄거리가 흐릅니다
매일 바쁘게 쏟아지는 세상의 기준과 타인의 시선에 맞추느라 정작
주체적으로 내 내면의 상처를 돌보지 못하고 번아웃을 겪던 제 지친 하루하루가 겹쳐 보여 마음이 아련해졌습니다.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우리 안에 남아 삶을
이어 준다는 사실, 그리고 문학은 그 기억을 가장 아름답게 보존하는 예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