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다 알아? 올리 그림책 27
브렌던 웬젤 지음, 김지은 옮김 / 올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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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브렌던 웬젤의 신간, <<고양이는 다 알아?>>를 읽었습니다.


뾰족한 귀에 커다란 눈을 가진 고양이 얼굴이 그려진 표지가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네요.

파란 목줄을 한, 어린 집 고양이는 창문을 통해서 바깥세상을 봅니다. 

이 고양이는 수많은 창문을 알고 있고, 아기 고양이는 돌아다니면서 멋진 풍경을 찾아냅니다. 

다양한 모양의 창문으로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이 동그래질 정도로 세상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고양이는 이쪽저쪽을 기어다니고, 궁금해하고, 쳐다보는 등의 행동을 하면서 말합니다.

"이 풍경에서 저 풍경으로 이 층에서 다른 층으로 집고양이는 창문을 알고 벽을 알고 또 다른 많은 것을 알고 있어."라고요.


고양이는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걸까요?

창문이라는 유리를 통해서 보는 세상이 전부일까요?

그러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창문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던 고양이가 문 밖을 나와 "아!"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장님 코끼리 다리는 만지듯' 세상을 바라보았던 고양이는 진짜 세상을 마주하고는 소리를 지릅니다.

마치 무언가를 깨달았을 때, 우리가 무릎을 탁! 치면서 "아하!"라고 말하듯 말입니다.

이런 걸 영어로 Aha moment라고 하지요.

아마도 고양이는 자신이 다 알고 있다고, 창문으로 본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 밖을 나서는 순간, 고양이는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생각 납니다.

플라톤의 대화편 <<국가>>에 나오는 유명한 ‘동굴의 비유’죠.

동굴 안에는 죄수들이 사슬에 묶여 고정되어 있고, 이 사람들은 동굴 벽에 있는 그림자만 볼 뿐입니다.

죄수들의 뒤에는 사람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있습니다.

그렇게 죄수들은 모닥불을 통해 그림자만 바라봅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보고 있는 그림자가 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지요.

그러다 한 명이 동굴 밖 세상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런 후에 자신은 지금까지 봐왔던 그림자들이 모두 실물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습니다.


플라톤 철학의 핵심은 '이데아(Idea)'입니다.

현상의 세계는 불완전한 세계이며, 이데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가 감각으로 지각하는 세계는 불완전한 세계, 그러니까 동굴벽에 비친 그림자일 뿐이라는 것이죠.

어쩌면 고양이가 창문을 통해 보고 나서, 다 안다고 했던 것은 현상의 세계, 불완전한 세계를 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양이가 문을 열고 놀랐던 행동은, 동굴 속 죄수가 풀려나 태양 빛을 직접 보고 깨달았던 이데아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드네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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