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앞에 뭐가 있는데?

맨 앞에 뭐가 있는데? ㅣ 북멘토 그림책 10
장잉민 지음, 마오위 그림, 류희정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1월

대만 그림책 작가라고 하면 리우쉬공만 알고 있었는데요, 이 책은 대만 아동문학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장잉민 작가와 볼로냐 국제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자인 마오위의 작품이네요.

<<맨 앞에 뭐가 있는데?>>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저는 맨과 앞을 띄어쓰는 거냐? 붙여쓰는 거냐에 대한 의문을 먼저 가졌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에게 물으니, "띄어쓰는 거야!"라고 당당하게 말하네요.

어쨌든 문법적인 이야기는 거두절미하고, 책 내용을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 동물들은 줄지어서서 무언가를 미는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밀고 있었습니다.

바다거북, 흰동가리, 파랑비늘돔, 개복치 등등이 등장하는데, 해양생물들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의 이름이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질 것 같네요.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누군가를 위해 끙끙대며 밀어주고 있는 동물들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이건 엔 군중심리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기다랗게 늘어진 줄을 보고 호기심이 생긴 갈매기는 도대체 누구를 도와주는 건지 줄 앞쪽으로 가서 살펴봅니다.

줄은 무척 길어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요.

과연 누굴 밀어주고 있는 걸까요?

너무 궁금해서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그때 갈매기는 작은 꽃게가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큰 바위가 살려 달라고 하잖아!"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으로 꽃게에게 이렇게 큰 생명체는 바위처럼 보였나 봅니다.

갈매기는 이리저리 날아 확인하더니, 바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저희 집 아이들도 단번에 바위가 아니라 고래라는 걸 눈치 채네요.

길게 늘어선 줄 사이에 끼어 있던 복어가 틈이 없어 답답했는지, 몸이 확 부풀어오르고, 복어의 가시에 주위에 있던 동물들은 찔려서 줄이 휘청입니다.

그렇게 고래 바로 앞에서 밀어주고 있던 꽃게의 뾰족한 집게발에 고래의 피부가 벗겨지고,

함께 힘을 모아 쭉 늘어서있던 동물들은 도미노처럼 와르르 넘어집니다. 

이 동물들은 이제 어떻게 될까요?

어딘가에 끼어있던 것으로 보이는 고래, 그리고 누구를 도와주는지조차도 모르면서 온힘을 다해 도움을 준 동물 친구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겨울철 이웃을 돕는 연탄 나르기 봉사자들이 떠올랐습니다.

고래를 돕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동물들처럼 길게 줄을 서서 연탄 한 장 한 장 나르는 영상이 스치고 지나가네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