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스콜라 창작 그림책 38
허정윤 지음, 이명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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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제가 중학생이었던 때, 어린 강아지의 죽음을 떠올렸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제법 되어 걸어다니곤 했었는데요,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커다란 덤프트럭이 쌩~하고 지나가던 찰나...

하얗고 어린 강아지는 그만 그 차에 치여 죽고말았습니다.

저는 그 현장을 여전히 기억합니다.

날이 추웠던 탓에 차가 밟고 지나간 강아지의 몸에서는 하얀 김이 나고 있었고, 차로엔 선홍색의 피가 남아있던 그 잔혹한 사고의 순간을요....

아직도 저는 그 장면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덤프 트럭 기사님은 그 작고 여린 강아지를 못 보았던 것이었을까요?

저는 강아지를 위해 그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걸까요?


허정윤 작가의 <지각>이라는 그림책 역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도로를 꽉 메운 자동차들...


지각하면 안 되는 그 순간,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다리를 건넙니다.

아침부터 사람들은 고양이의 출현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경적을 울리기도 합니다. 

구해주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도 애매한 그 선택의 순간...

고양이 앞에서 어떤 차는 끼~~~이~~~익, 차를 멈춥니다.

그 순간 다른 차들은 뒤에서 경적을 마구 울리기 시작합니다.

비 내리는 분주하고 어수선한 아침, 길 위의 고양이는 다행히 누군가에 의해 구출됩니다.


작가는 그 순간에 이렇게 말합니다.


모두 지각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오늘은 지각해도 좋은 날입니다.


작은 동물의 생명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 덕분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죠.

혹시나 누군가는 길가에 뛰어든 이 작은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불평하고 투덜대겠지요.

하지만 저는 고양이를 구한 누군가에게 가장 바르고 좋은 선택을 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선택의 순간에 막상 나서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비겁하게 고양이 때문에 지각했다고 투덜대는 사람만은 되지 않기를 소원해봅니다.


*이 글은 책세상맘수다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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