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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 / 사람의집 / 2019년 2월
평점 :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건강한 삶의 원천, “잠”에 대한 각잡고 분석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내게 잠은 오랫동안 ‘시간 낭비’로 여겨졌다. 대학 시절 시험 기간이면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를 들이키며 밤샘 공부를 반복했다. 사회인이 된 후에도 야근 후 집에 돌아와서는 영화 보기나 웹 서핑으로 새벽까지 노느라 바빴다. “잠은 죽어서도 잘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 마 따나 수면 시간은 철저히 희생된 셈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잠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게 되고 최소한 6시간 룰은 지키고 있었지만, 사실 8시간 정도가 적절하다고 한다. 아니 대한민국에서 8시간 자고 살아남을 수가 있나요? 반문하고 싶지만, 신체의 생명시계는 봐주는 일 없을 테다.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내가 알고 있던 잠에 대한 오류를 수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잠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와 신체의 필수적인 정비 과정이며, 수면 부족이 치매, 암, 우울증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에 쿵 하는 충격을 받았다.
잠은 24시간 주기의 생체 리듬(서카디언 리듬)과 뇌에 쌓이는 아데노신이라는 화학 물질에 의해 조절된다. 아데노신은 깨어 있는 시간이 길수록 축적되어 졸음을 유발하며, 카페인은 이 수용체를 차단해 일시적으로 각성 효과를 낸다. 수면 단계는 비렘수면(깊은 수면)과 렘수면(꿈 수면)으로 구분된다. 비렘수면은 신체 회복과 기억 강화에, 렘수면은 감정 정리와 창의성 발현에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7시간 미만의 수면이 지속되면 면역 체계가 50% 이상 약화되는데, 예를 들어 감기 발병률의 경우 4.5배 증가한다. 알츠하이머병 유발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 축적되며, 이는 치매 위험을 급격히 높인다. 또한 수면 부족은 혈당 조절 능력을 해쳐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키고,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해 고혈압과 비만을 유발한다.
그야말로 만병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인의 삶은 건강식을 즐기고 조금이라도 수명을 높이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잠이라는 관점에서는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내달리고 있다.
인공 조명과 스마트폰의 청색광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 질을 저하시킨다. 한국인 직장인의 70% 이상이 주중에 6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며, 이는 ‘수면 부채’로 누적되어 만성 피로와 업무 효율 저하를 초래한다는 자료도 있다.
개인적인 잠자기의 문제점이 뭔 지 살펴보았다.
잠자리 직전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습관은 다들 똑같지 않을까 싶다. 대신 책 한 권을 집어 들지만 이 역시 청색광이 멜라토닌 분비를 50% 이상 감소시켜 수면 시작을 1시간 이상 지연시킨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가끔 화면을 보던 잔상이 남아 잠에 드는 데 1시간이 소요된 경험이 있다.
직장인들 종특인 주말에 몰아서 자는 ‘주말 보상 수면’은 생체 시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매슈 워커는 이 습관이 월요일 아침의 피로감을 유발하며, 장기적으로는 서카디언 리듬 교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나는 평일과 주말의 기상 시간 차이가 3시간 이상 나는 경우가 많았고, 월요일마다 두통과 무기력증을 경험했다. 이것이 “월요병”의 실체이다.
오후 3시 이후에도 커피를 마시는 습관도 문제다. 카페인의 반감기는 5~7시간이므로, 저녁 시간대 섭취는 수면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솔직히 커피 대체 음료가 찾기 어렵다. 녹차나 홍차 등을 찾아보았지만 효능감에서 대체재 찾기도 어렵고 심지어 가격면에서도 아메리카노의 우위를 넘볼 음료는 없다. 이런 작은 중독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를 카페인으로 메우는 악순환으로 반복되기 쉽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극한 상황은 영화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썸니아』(2002)는 백야 현상 속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태양이 지지 않는 환경은 멜라토닌 생성을 방해하며, 이는 매슈 워커가 설명한 서카디언 리듬 붕괴의 극단적 사례다.
『파이트 클럽』의 경우에는 수면 박탈의 정신적 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주인공의 극심한 불면증은 분열된 자아를 초래한다. 워커는 렘수면 부족이 감정 조절 능력을 저하시켜 현실 인식을 왜곡한다고 설명한다.
결국 매슈 워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잠은 인생의 남은 시간을 최적화하기 위한 투자다.” 내가 과거에 저질렀던 수면 방임은 결국 생산성 저하와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침대 옆에 스마트폰을 두지 않기로 작정하고, 오후 2시 이후에는 커피 대신 허브 티를 마시기 시작하는 삶을 저자는 권고한다. 오늘부터라도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만들어 보자 다짐한다. 잠이야 말로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일상의 기적임을 이 책은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인간의 진화에서 잠은 쓸모 없이 자리만 차지했던 부분이 아니라 보다 완벽해지는 기반이 되었다는 점 또한 각인시켜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