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4 - 이카로스 최후의 도약, 완결 ㅣ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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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4 : 마지막 내 정의의 칼을 받아라!




한자와 나오키를 책으로 만난 지 벌써 1년이 다 되간다.
4권이자 마지막 작품이라니 아쉽긴 하지만 새로운 장르의 미스터리인 만큼 어느 작품 못지 않게 긍정적인 의미로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다.
1권을 읽고 썼던 서평의 도입부를 잠깐 빌려오겠다.

첫 인상 5초의 법칙.
사람을 평가하는데 처음 5초가 많은 것을 좌우한다는 이론이다.
불과 5초만에 굳어진 첫인상을 바꾸려면 40번의 만남이 필요하니 첫인상 한번 잘 못 보이면 사실 게임은 끝났다고 봐야한다.
보편타당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눈에 벗어난 인상이 40번을 본다고 해도 바뀐다는 것은 현실세계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한자와 나오키는 개인적인 첫인상이 한참 빗겨난 책이었다.
먼저 한자라는 사람과 나오키라는 사람이 등장하는 소설로 보았고, 미스테리 물이라고 광고에 카피가 되어있다 보니 아! 형사 파트너로 나오는 스릴러로 판단했다.
일본에서 잘 나간 소설이고, 드라마로 등장한다니 자잘한 문구는 나도 모르게 건너 뛴 본질과 벗어난 선입견이라 하겠다.
책을 펼친 10페이지 안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라도 한 토막 나와야 하는데…..
은행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유사한 금융계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이나, 은행원들의 어떻게 보면 꽉 막힌 사고방식들에 대한 동질의식이 있어 책장을 넘겨 나가기 편했다.

독자들은 더이상 "한자&나오키"가 버디 탐정소설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금융 기반의 미스터리물이 의외로 인기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는데 공감표를 많이 얻었을 것이다. 
(기업 미스터리와는 이 작품의 또다른 맛은 경제적 이론뿐 아니라 은행 실무적인 에피소드들을 잘 녹여내는 부분에 있다.)
일본의 출판물을 볼 때 항상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지글 지글 요리하는 모습에 박수와 경외를 보냈는데, 어느덧 우리나라도 그에 못지 않게 발전하고 다양한 소재가 책으로 또 드라마로 창조해내는 요즈음에 벅참을 느낀다.
분명 일본은 우리 보다 앞서 선진의 문물을 받아들였고 나름대로 가꾸어 왔던 자신들만의 전통적인 의식과 믹스하여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자신들만의 문화를 생성하였고 보급하였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문화적 격차를 느꼈던 우리의 자화상.
하락세를 보이는 일본의 경제상황과 함께 문화적 부흥도 저물어 가고 있고, 그에 반해 우리는.....
이젠 우리 차례다!

도쿄중앙은행 본사로 복귀한 주인공은 은행장으로부터 경영위기에 몰린 항공사를 제건하라는 미션을 부여받는다.
원리원칙을 지키려고 하는 나오키는 강도높은 구조조정계획을 가지고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려 하지만 스토리 전개상 반드시 필요한 갈등구조가 나타난다.
정부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항공사의 경영진은 크게 반발한다.
설상가상으로 선거를 통해 새롭게 정권을 잡은 정치권의 욕심은 새로운 테스크 포스를 만들며 나오키가 하려던 일들을 틀어버린다.
단순히 구조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의 비호와 명분 찾기 싸움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은행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진 주인공이 그렇다고 물러설 일도 없지만 누가 보더라도 불리한 싸움을 시작하는 셈인데, 아뿔싸, 이런 일은 한자와 나오키의 전공이란 사실이 독자를 흥분시킨다!
더군다나 이번 시리즈에서는 홀로 전투하던 과거와 달리 믿음직스러운 아군도 두둑하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 또는 알면서도 - 정치적 판단이나 경제적 이권에 의해 움직이는 정치인과 정치 공무원들의 폐해를 왜 일본에서 수입해왔는지 짜증난다.

이 스토리는 실제 경영난에 빠졌던 JAL항공과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재난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해 자민당 독주체제의 독을 만들어낸 민주당이 초기 시절 벌였던 사실을 차용한 것이라고 하는데 어디까지 실제 상황인지 추측을 해보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주인공의 능력도 상승한다.

현실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소설 속의 성장 이야기는 어린 소년의 성장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탐정 소설이었다면 탐정의 경험과 지혜가 경륜이라는 이름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이겠고, 독특한 금융을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의 주인공은 금융의 실무적 기술뿐 아니라, 소설 주인공으로서 적과 맞서며 당면한 문제해결 능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성장 과정이 자연스러워야 하고, 현실감이 있어야 하는데, 저자는 이런 독자의 우려스러운 부분을 잘 간파하고 해결책을 스토리에 녹여낸다.
터지는 사건은 실제 해결하기 무척이나 어렵고 특히나 정치적인 색채가 들어가면 미궁으로 빠지는 법이나, 오히려 이런 성향의 문제를 주인공의 파워 업 된 능력을 통해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커져가는 기대감에 맞는 해결방식이 후련하다.

물론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을 계속 응원하게 된다는 것인데 정의사회구현을 바라는 독자의 이상형과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쁜 놈이 발 뻗고 잘 수 없게 만드는 것. 단순히 살인이나 폭력의 범죄자들을 두드려 패는 것 보다는 반사회적인 음모의 응징을 통해 벌하는 색다른 + 맛난 카타르시스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의 전작들인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하늘을 나는 타이어"은 재출간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지만, "변두리 로켓" 시리즈는 조만간 출간 계획이 있다고 하니 내심 기대된다.
4권의 씨리즈로 작별을 고하지만 2-3년 뒤 우리는 그를 다시 만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작가는 효율성 있고 수익성있는 프랜차이즈를 외면하기 어려운 금융쟁이 출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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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 - 차별화된 기획을 위한 편집자들의 책 관찰법
박보영.김효선 지음 / 예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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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쓰는 방법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보자.



베스트셀러를 한 권쯤은 써보고 싶다면 어떤 일들을 챙겨봐야 할까.
글 쓰는 일 자체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소설 같은 문학적인 요소가 아닌 경우라면 결국 책을 읽는 독자가 바라는 바를 정확히 꿰뚫어보는 힘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가진 지식은 일단 정해진 범위 안에 있는 것이고, 글을 써가면서 부족한 부분은 조사나 인터뷰 등을 통해 채워 나가는 방식이 유효할 것이며, 독자가 조금이라도 더 쉽게 이해하고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도구들을 사용하고 격려하여 같은 곳에 도달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닌데, 또 하나 간과하지 말 것은 글 쓰는 이 혼자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우수한 축구클럽에는 스타선수도 있고 변함없이 뒷문을 버티고 지켜주는 선수도 있다.
그리고, 감독이 있다.

왜 내가 쓴 책을 출판사에 보내도 채택이 되지 않을까?
이 질문에는 두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하나는 책이 거지같거나, 아니면 좋은 내용을 효율적이게 구성하지도 못했고 독자가 읽기 싫게 써내려 갔다는 것이다.

책이 한 권 세상에 선보일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저자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실용서나 트랜디한 도서일 경우는 절대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렇기에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편집자의 관점에서 글을 써 내려가는 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내려는 목표는 자기만족이 아니라 판매가 되기 위험이니 말이다.
이 책에는 편집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책을 만들 것이고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려준다.
책의 커버 디자인부터 목차라던가 머리말, 추천사 등 우리가 책을 구매하여 첫만남부터 읽어 나가는 요소마다 마케팅적 전술들이 녹아 있다는 사실에 이미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하는 행동들이지만 여기까지 신경 쓰는구나 감탄을 하게 될 것이다.

챕터 별로 구성을 살펴보면

C1.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편집자들이 책을 어떻게 바라보며 마케팅적 요소나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는가에 대해 알아야할 것들을 알려준다.
C2.에서는 독자에게 보다 더 효과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글쓰기에 대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C3.에서는 책 읽기 기술을 통해 쓰기의 효율도 올릴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챕터 2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와 닿는 대목이 많았는데, 평상시 글쓰기가 그저 자기만족을 위한 글쓰기의 틀에서 못 벗어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주장하는 것을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것이 최종 목표인데 나 혼자 떠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배운 내용들은 바로 써먹을 수 있어 효과가 높은 처방이 되리라 믿는다. 또한 독자 타겟팅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색다른 글 짓기가 될 수도 있는데 시골카페 이야기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흥미롭게 읽었던 책인 "시골카페에서 경영을 찾다"라는 책이 등장하는데 카페 경영주니까 카페 경영주를 위한 책이 아니라 범위를 넓혀 경제경영 전반적인 고객을 타겟으로 설정한다. 비록 분야가 다르더라도 차별화를 해나가는 방식이나 경영이라는 큰 틀에서의 아이디어는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두껍지 않는 분량의 책이지만 편집자들이 소위 말하는 "본다"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고 효율적으로 풀어 놓았다.
편집자들의 "책 보기"는 책을 실제 읽는 개념이 아니라 독자의 필요와 숨어있는 니즈까지 구성을 하고 편집과정을 통해 선택받을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나가는 개념으로서의 보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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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
커스티 애플바움 지음, 김아림 옮김 / 리듬문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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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
- 14살 소녀의 성장통이 담긴 희망 모험담
 
 


디스토피아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내기에 좋은 주제이다.
지금 힘들고, 지구는 끙끙 앓고 있다고 하지만 끔찍한 미래에는 어떨까?
현재와 많이 다른 모습일 수도 있고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환경이나 재앙으로 지구가 반쯤 날아가 버렸을 수도 있지만, 모래바람만 불어대는 황량함의 변화만 있을 수도 있다.
디스토피아 작품들이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현재의 자리에서 인류의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기 때문이겠지.
핵전쟁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싸움박질 하고 있는 "미래소년 코난"이나, 절망의 나락으로 독자를 끌어내리는 "더 로드"
파란약을 선택하지 그랬니, 네오. “매트릭스”는 인기를 얻자 세계관이 확장되며 액션물이 되어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늙어간 몸뚱이를 내던지고 전사로 태어나는 "노인의 전쟁"은 그래도 조금은 낙관적이었을까?
"인터스텔라" 정도면 디스토피아 적 암울함에서 긍정적인 미래를 끌어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려냈다는 소설 "경계를 넘어"는 청소년 소설이다. 어린이들 볼 영화 같은 “판의 미로”와는 반대로 어려운 현실이지만 희망을 보여주려고, 또 쟁취하려고 노력한다.
성장소설이라고 이름 붙이면 어떨까?
주인공인 14살짜리 소녀의 모험담은 적당한 스케일과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판타지 같은 느낌을 주는 표지에 걸맞게 어딘가 동떨어져 다른 삶을 살아가는, 어쩌면 지금 지구 어딘가에 실존하고 있을 것 같은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은 시대적인 배경이나 지리적인 위치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반지의 제왕 호빗 마을을 책 읽는 내내 머릿속에 그렸고 결론적으로 잘 어울린다.
하지만, 마을에는 경계가 있다.
건너가서는 안되는 저쪽에는 우리와는 달리 첫째 아이를 조용한 전쟁으로 보내지 않는 더럽고 사악한 "방랑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소문에 의하면 그쪽에 갔다가는 무슨 일을 당해 바보로 귀환하는 경우도 있다.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돼!
 
사람은 재미있는 존재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 진다.
우리의 주인공도 계속 자기 합리화를 하고 경계를 넘는 행동은 정의롭다면 용서받을지도 모른다는 신념을 키워낸다.
하지만, 경계가 허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는 아직 어리다.
 
어린 소녀는 남의 말에 잘도 넘어간다. 그럼에도 계속 의심을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성숙해가는 과정이다. 스스로와의 대화와 고민들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된다.
 
경계는 결국 누가 그어 놓았는가에 따라 속성이 정해지는 관념일 뿐이다.
역사의 대부분은 건너지 마라고 했는데, 용기 있는 이들은 벽을 깨고 다리를 만들고, 때로는 헤엄을 쳐서 가지 말아야할 미지의 공간에 첫 발을 내딛는다.
소설에서는 빨간 약을 먹는 경우지만, 현실에서는 콜럼버스의 대발견인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마음 속에 있는 경계는 실제 장벽 보다도 높게 앞에 버티고 서있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이 어리기 때문에 오히려 어른 보다 용기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정을 버릴 것인지, 신념을 지킬 것인지, 마을의 평화를 위할 것인지 고민하는 소녀는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치를 밑바닥부터 끌어올리는 성장을 해나간다.
 
문제는 경계를 넘어, 그 이후의 행동이 아닐까?
용기이던 객기이던 넘어선 이상,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하겠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꿈꾸지 못하는 발걸음을 내딛었다면 그 것만으로도 세상은 용기 있는 자들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어쩌면 주인공 매기는 근본적으로 혁명적인 아이였다.
모든 사람들의 인식에 반하여 영웅이 되고 싶었고, 영웅으로 가는 길을 스스로 탐색하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꿈꾼다 - 모든 사람이 칭송하는 순간의 열정을.
비록 첫 째가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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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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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쿄타워

- 10년 전에도 도쿄 타워는 거기에서 우두커니 그녀를 바라보고 서 있었겠지.
 
도쿄의 첫 밤은 우울한 비가 신주쿠 뒷거리를 온통 까만 우산으로 혼잡스럽게 만들었다.
업무상 방문했던 이온 쇼핑몰의 벤치마킹을 끝마치고 동료들과 가볍게 한 잔 하기 위해 번화가 뒷골목을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기껏 잡은 집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허름한 이자카야.
80년대의 도쿄라고 해도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가게라 조금 억울했지만, 술자리란 것은 건배와 이야기가 중요한 포인트인 만큼 잠시 옆자리에.
가볍게 저녁 겸 반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며 모텔 바로 옆에 있는 세븐 일레븐.
자기 전 맥주 한잔 더 하죠?
20가지가 넘는 어묵 중 먹어본 적이 없는 녀석들을 비닐 봉다리에 담고 습기 찬 밤거리로 나와 하늘을 훑어보는 후배에게 뭐냐 고 묻는다.
도쿄 타워가 보이려냐?
- 서울 변두리에서도 남산타워가 보이디?
아 그렇구나.
쓴웃음 지는 후배에게 하품을 한 방 먹이고 추적거리는 걸음을 다시 재촉한다.
맑게 갠 아침의 창문을 열자 6월초의 후끈한 바람이 모텔 시원찮던 에이콘 찬바람과 하이 파이브.
또 하루 종일 시부야를 뺑뺑 돌아다니려면 아침에는 어제 사온 컵 라멘이라도 요기를 해야겠지.
크게 하품을 하다 어!
야, 후배야. 저기 도쿄 타워 진짜 보인다.
-어디, 어디?
싸구려 호텔의 전망에 그게 보일리는 없지. 크게 웃어 제 낀다.
 


책 제목으로 타워가 등장하고, 작가는 어느 공간에서 든 도쿄 타워에서 내려다보이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역사가 깊은 도시에 역사와 현재의 교차영역을 가진 상징물.
그럼에도 왜 하필 도쿄 타워였을까?
서울 사람들이 남산타워를 떠올리는 무엇과는 좀 다른 느낌.
패전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을 이룬 일본인들의 자존심이자 세계를 호령하는 바벨탑 같은 느낌일까?
 
세상 무서울 것 없는 20대 남자 두 사람
 사랑 이야기.
드문 드문 그들이 누렸던 호사스러운 시대의 소품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제일 부러운 것은 자유연애가 가능한 사고의 유연함.
지금 20살을 살고 있는 이 땅의 남자들은 또 과거의 20대와 확실히 다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너무 괜찮은 아내야."
여자는 섹스 도중 이런 이야기를 던진다.
남편을 얼간이로 묘사하며 그게 차라리 편하다고 했다.
코우지는 그런 그녀가 안스럽다.
가정이란 그저 허울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그런 가정에 끼여 든 남자는 괜찮은 남자일까?
 
책장을 넘겨가며 애인인 유부녀의 가족에 대한 죄스러움 보다는 질투가 넘쳐난다는 부분이 오히려 순진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진짜 순수한 사랑을 하고 있었다.
단지 육체적 쾌락을 위한 원 나잇이 아닌 플라토닉과 에로스가 교묘하게 결합된.
 
사랑은 공유에 대한 갈증인가.
젊은 친구들은 과거의 애인을 만나고자 한다.
책을 통해서 
음악을 통해서 
학창시절의 거리를 통해서
 
애인이 읽었던 책을 뒤늦게 독파하고 있는 주인공은 두 개의 감정선이 있다.
과거를 공유할 수 없는 절대 시간에 대한 원망
책의 공유를 통한 감정의 공유
 
하루의 무료한 시간을 어쩜 이렇게 유려하게 흘리듯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을까?
여자 하루키라는 별명에 손색이 없다.
그리고, 귀에 들릴 듯한 배경음악과 도시의 풍경들.
하지만 분명히 다른 것은 사랑에 대한 태도.
소중한 시간을 아껴 쓰는 태도는 하루키와는 다르다. 어쩌면 우리 주인공 남자 두 명이 너무 여성적이던가.
 
책에 나오는 음악을 스포티파이에 걸어 놓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읽기에 최고의 소설이었다. 코로나 방콕의 답답함도 어루만져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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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 하버드 최고의 뇌과학 강의
제레드 쿠니 호바스 지음, 김나연 옮김 / 토네이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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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 사람을 설득하는 과학적 원리를 깨우치는 신기한 과학책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회자되고 있는데 하나 탁 손 끝에 걸린 이야기가 있다.

-신천지나 사이비 종교 교주들을 우습게 보지 마라. 
-너는 평생 몇명의 사람이나 열렬한 너의 팬으로 만들었는가?
-그들은 최소 100명 이상 광 팬들을 가지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목사를 하지 않아도 사기를 치거나 사업을 해도 성공할 만한 사람인 것이다.

뭐 이런 이야기다.
동영상 예배를 보면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박수를 치고 심지어는 장풍을 쏘는데 넘어지는 시늉을 하는 신도들도 있다. 뭔가 홀린 것 같은 모습이지만 어쨌든 그들의 마음과 뇌를 움직인 건 교주들의 탁월한 능력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집까지 팔고 가정을 포기하며 나를 따르는 자가 지금 내 주변에 몇 명이나 있겠는가?




언제부터 인가 "뇌 과학"이란 용어가 미디어나 SNS상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뇌는 인간의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미스터리한 존재이고 인간의 앎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영역이기도 하다.
눈부신 의학의 발전으로 신비의 영역이 조금씩 알려지며 "뇌 과학"이란 분야가 회자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현대인의 일상이 뇌를 피곤하게 만들고 지치게 만들기 때문은 과학적인 해결법 또는 효율적 활용법에 대한 니즈가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행동양식을 탐구하고 보다 효과적인 교육 및 훈련법 같은 실용적인 접근은 뇌 과학이라는 분야를 통해 과거에 비해 분명히 효과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문화, 사회적 현상을 주어진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에 반응하는 뇌의 특성과 반응을 적용시킴으로써 한 꺼풀 더 깊숙한 이면의 운영되는 작동원리까지 지켜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쩌면 본능적인 또는 인간적인 바탕을 가지고 현상을 해결하려는 노력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같은 맥락으로 사람을 설득하고 비즈니스 협상을 할 때 말하기의 기술, 프레젠테이션의 기술이 전부가 아니라 과학적인 접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제언을 한다.
설득에 대한 12가지 메커니즘을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근거하여 설명해준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스피치 기술을 키우는 책은 어떻게 스토리를 구성한다 거나 말하는 방법과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하는 법에 대한 조언을 주었다면 근본적인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에 작동하는 뇌의 원리와 작동방식을 알려주며 근원적인 해결책을 준다는 것.
뇌 과학을 설득의 기술과 적절히 믹스한 (어쩌면 위험한^^) 과학책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평상시에 알고 있었던 내용도 있었지만 과학적인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직접 활용할 있는 방안이 나오기도 한다.
가령 실제 학창시절에 많이 했던 행동들이 효과가 있었던 건지 시간만 날려 먹었던 것인지 확인해볼 기회도 있었다.
예를 들자면, 공부할 때 음악듣기가 도움이 되었던 것일까?
공부 정말 하기 싫을 때 주요 내용을 음성을 녹음한 뒤 멍 때리는 시간에 이어폰으로 들었던 것들이 도움이 되었을까?
조그만 단어 암기장을 만들어 놓고 제대로 반복 암기는 안 했는데 적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도움이 되었던 걸까?
공부하기 싫으니 이런 저런 교육 부자재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인 것이 결과적으로 대학 들어가는데 조그마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일까?
책을 읽다 보면 어렴풋이 정답은 아니지만 실수했던 부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심지어 손으로 연필 돌리기도 공부하고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다.
꼭 기억해고 싶은 원칙이 하나 있는데, 이름하여 기억의 삼두마차.

-암호화 : 정보는 반드시 뇌로 '들어가야' 한다
-저장 : 정보는 반드시 뇌에 '박혀 있어야' 한다
-회상 : 정보는 반드시 뇌에서 '다시 나와야' 한다

주간회의를 마치고 뭔 이야기를 했는지 한참동안 생각이 안나는 이유는 바로 마지막 과정인 회상을 작동시키는 시간을 두지 않았던 이유였다.
첫 키스의 강렬한 기억은 술 한자 먹을 때 보다 부활의 노래처럼 회상이 되는데 끝나기 만을 기다렸던 회의에 회상의 시간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월급쟁이라면 "회상의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는 실용적인 일침.

기억을 하는 방법은 해당 이벤트 시점의 여러가지 감각과 위치에 대한 기억에 의존하게 된다.
무엇인가를 제대로 외우고 활용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조건, 꽤 괜찮은 내용이라 따로 적어 놓고 시간 날 때 들여다볼 내용으로 뽑았다.

(1) 훈련과 실전의 맥락을 정교하게 연결하라. : 실제 경기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기술 연마할 때 가장 탁월한 결과를 얻는다.
(2) 변화무쌍한 곳에서 연습하라 :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면 그 기술을 다양한 장소에서 테스트해 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새롭게 스타트 지점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속도는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사람들이 출발선에 섰을 때 타이머가 눌러진다. 탄탄한 기본기까지 가는데 속도는 의미가 없다.
(3) 감각을 적극 활용하라 : 음악 들으며 공부하는 것에 대한 답변이 여기에 있네.
(4) 전등스위치를 심어 놓아라 : 기억의 지표를 심어 놓는다.
(5) 공부할 때는 상태 의존성을 경계하라 :  커피 마셔야 공부가 잘된다고? 커피에 중독되는거 같은데?

학생들이 '가장 잘 배우는 방식으로 가르칠 때' 가장 뛰어난 교사다 될 수 있다.
이 문장이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문장이라고 한다.
어, 나 이거 최근에 본 책에서도 나온 대사인데... (책제목 : 일 잘하는 사람은 알기 쉽게 말한다.)

결국 사람을 설득하거나 지식을 전달할 때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흥미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두 저자 모두 공히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막상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내가 가르치는 지식전달의 주체라고 생각하고 니들은 내 이야기에 귀담을 것. 이런 태도를 가지는 게 전통적인 교육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자와 학생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가장 효과적이 전달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중심 사고방식에서 탈출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렇게 한다.

평소에 알던 지식이 과학적으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가에 대한 이해가 더해지면 지식이 깊어지고 현명함을 얻는 길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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