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도쿄타워

- 10년 전에도 도쿄 타워는 거기에서 우두커니 그녀를 바라보고 서 있었겠지.
 
도쿄의 첫 밤은 우울한 비가 신주쿠 뒷거리를 온통 까만 우산으로 혼잡스럽게 만들었다.
업무상 방문했던 이온 쇼핑몰의 벤치마킹을 끝마치고 동료들과 가볍게 한 잔 하기 위해 번화가 뒷골목을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기껏 잡은 집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허름한 이자카야.
80년대의 도쿄라고 해도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가게라 조금 억울했지만, 술자리란 것은 건배와 이야기가 중요한 포인트인 만큼 잠시 옆자리에.
가볍게 저녁 겸 반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며 모텔 바로 옆에 있는 세븐 일레븐.
자기 전 맥주 한잔 더 하죠?
20가지가 넘는 어묵 중 먹어본 적이 없는 녀석들을 비닐 봉다리에 담고 습기 찬 밤거리로 나와 하늘을 훑어보는 후배에게 뭐냐 고 묻는다.
도쿄 타워가 보이려냐?
- 서울 변두리에서도 남산타워가 보이디?
아 그렇구나.
쓴웃음 지는 후배에게 하품을 한 방 먹이고 추적거리는 걸음을 다시 재촉한다.
맑게 갠 아침의 창문을 열자 6월초의 후끈한 바람이 모텔 시원찮던 에이콘 찬바람과 하이 파이브.
또 하루 종일 시부야를 뺑뺑 돌아다니려면 아침에는 어제 사온 컵 라멘이라도 요기를 해야겠지.
크게 하품을 하다 어!
야, 후배야. 저기 도쿄 타워 진짜 보인다.
-어디, 어디?
싸구려 호텔의 전망에 그게 보일리는 없지. 크게 웃어 제 낀다.
 


책 제목으로 타워가 등장하고, 작가는 어느 공간에서 든 도쿄 타워에서 내려다보이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역사가 깊은 도시에 역사와 현재의 교차영역을 가진 상징물.
그럼에도 왜 하필 도쿄 타워였을까?
서울 사람들이 남산타워를 떠올리는 무엇과는 좀 다른 느낌.
패전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을 이룬 일본인들의 자존심이자 세계를 호령하는 바벨탑 같은 느낌일까?
 
세상 무서울 것 없는 20대 남자 두 사람
 사랑 이야기.
드문 드문 그들이 누렸던 호사스러운 시대의 소품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제일 부러운 것은 자유연애가 가능한 사고의 유연함.
지금 20살을 살고 있는 이 땅의 남자들은 또 과거의 20대와 확실히 다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너무 괜찮은 아내야."
여자는 섹스 도중 이런 이야기를 던진다.
남편을 얼간이로 묘사하며 그게 차라리 편하다고 했다.
코우지는 그런 그녀가 안스럽다.
가정이란 그저 허울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그런 가정에 끼여 든 남자는 괜찮은 남자일까?
 
책장을 넘겨가며 애인인 유부녀의 가족에 대한 죄스러움 보다는 질투가 넘쳐난다는 부분이 오히려 순진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진짜 순수한 사랑을 하고 있었다.
단지 육체적 쾌락을 위한 원 나잇이 아닌 플라토닉과 에로스가 교묘하게 결합된.
 
사랑은 공유에 대한 갈증인가.
젊은 친구들은 과거의 애인을 만나고자 한다.
책을 통해서 
음악을 통해서 
학창시절의 거리를 통해서
 
애인이 읽었던 책을 뒤늦게 독파하고 있는 주인공은 두 개의 감정선이 있다.
과거를 공유할 수 없는 절대 시간에 대한 원망
책의 공유를 통한 감정의 공유
 
하루의 무료한 시간을 어쩜 이렇게 유려하게 흘리듯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을까?
여자 하루키라는 별명에 손색이 없다.
그리고, 귀에 들릴 듯한 배경음악과 도시의 풍경들.
하지만 분명히 다른 것은 사랑에 대한 태도.
소중한 시간을 아껴 쓰는 태도는 하루키와는 다르다. 어쩌면 우리 주인공 남자 두 명이 너무 여성적이던가.
 
책에 나오는 음악을 스포티파이에 걸어 놓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읽기에 최고의 소설이었다. 코로나 방콕의 답답함도 어루만져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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