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 -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의 결정적 순간들 ㅣ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
마이클 돕스 지음, 허승철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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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 : 세기적 변화를 들여다보는 기회

 
 


빨갱이.
냉전시대가 종료되고 신냉전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휩싸고 있는 2020년에도 이 강렬한 단어가 위력을 떨치는 나라는 아마 대한민국뿐일 것이다.
한참 미소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시절 매카시즘으로 불리던 용어가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로 선정되어 이데올로기를 점유했고, 비극적인 과거 동족상잔의 기억과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DNA에 각인되는 수준.
전세계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양대 이념으로 나누어 놓았던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이란 나라가 조각난 지도 벌써 30년이 되가는데 아직도 우리의 일부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이념이라는 구식무기로 현실을 잊고자 싸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어쩌면 우리나라 교육체계가 현대사를 피해가려는 의도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역사의 판단을 섣불리 내릴 수 없는 현대사라고는 하나 이 책이 제시하는 1991년의 대변환, 그리고 국내 정치사의 변화 등은 교육적인 측면에서 정규 교과과정에서 어느 정도 취급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저자는 영국에서 태어나 생후 8주차에 외교관인 부모를 따라 스탈린의 동토를 밟게 된다.
성인이 된 그는 28년간 워싱턴포스트 외신기자로 활동하며 굵직한 사건들을 취재했고 소련의 몰락을 외국기자의 눈으로 냉철하게 바라보고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오랜 경험과 남다른 글쓰기는 냉전 3부작을 통해 2차 대전 이후 새롭게 권력이 나누어진 미 소 양국의 상황과 결국 나락의 길을 걷게 된 소련의 마지막을 진지하면서도 사실적인 필력으로 담아내고 있다.
특히 1991은 소련이 몰락해가는 10년간의 과정을 때로는 소설처럼 때로는 역사서처럼 숨막히게 이어가는 필력에 놀라게 했다.
크렘린 궁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역사의 현장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은 생생함과 모든 행동과 결과들이 작지만 큰 물줄기로는 붕괴로 가고 있다는  - 결론은 이미 알지만 - 죄어드는 긴박감이 표현되어 있다.
소련 공산당의 각 중요한 기관들이 균열을 드러내고 잘못된 판단과 선택으로 무너짐을 가속화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프롤레타리아, 체제, 민족, 공산당의 반란.
4개의 반란이 거대한 제국을 산산조각 냈다고 정의하고 있다. 마치 오래전 로마가 그랬던 것처럼.
최근 보았던 영상물 중 가장 가슴이 갑갑한 느낌을 주었던 미드 "체르노빌"
힐두르 구드나도티르의 우울한 음악처럼 잿빛 가득한 사고현장과 방사능측정기의 소리만큼 방향을 잡지못한 채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정부의 섣부른 대응. 그리고 거짓말들.
이와는 반대로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사건현장을 해결하기 위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뒤로 하고,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련이 해체될 수밖에 없었다는 역사적 당위성을 드러낸다. 최근에 본 영화나 드라마 중에서 가장 마음이 무겁고 음악과 효과음만으로 우울하게 만드는 걸작 뒤에는 무능이 숨어있고, 분노가 숨어있다.
책은 시간대별로 서술해 나간다.
시대적인 상황과 주요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들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게 디테일 하게 알려준다.
소련뿐만 아니라 위성국가였던 동유럽 국가들의 잘 몰랐던 비화까지 상세히 설명한 부분은 다른 책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대목이다.
브레즈네프라는 무능한 지도자의 과오들을 숨기기 위한 노력과 잘못된 정책 방향으로 지속적인 추락을 맛 봐야했던 소련의 모습부터 시작하여 고르바쵸프도 미리 알지 못했던 연방의 해체의 숨가쁜 순간까지 역사의 뒤흔들리는 사건과 장면, 인물들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기회였다.
유고슬라비아의 초대 대통령 티토의 장례식을 첫 장면으로 독자들을 이끌며 이것이 몰락의 시작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하룻밤 작전으로 끝날 줄 알았던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잘 못 꿰어진 첫 단추, 오판, 끝나지 않는 전쟁은 제국의 역사를 뒤흔드는 나비효과가 된다.
마찬가지로 쉽게 제어 가능할 줄 알았던 폴란드 레닌조선소의 파업과 떠오르는 리더 - 이름도 유명한 - 바웬사.
퇴직당한 외부자가 총파업의 리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요즘이면 무척 어려웠겠지만, 경험과 의지가 아우러져 제대로 된 궐기와 파업을 이끌어낸 활약은 놀랍기만 하다.
교황의 도움도 폴란드에게는 행운이었을 것이다. 조국의 어려움을 손수 챙기는 그의 모습이 권력자들에게는 손댈 수 없는 영역이니 얼마나 미웠을까?
우리에게는 분노의 기억인 KAL격추사건은 손이 부르르 떨리면서 읽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희생자들의 원통함만 남아있다.
그야말로 어쩌다 열려버린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 물결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파도로 세상을 변하게 만든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렇게 소련과 주변 위성국가들은 한계에 부딪힌 공산주의의 초라한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세계로의 발걸음을 옮기고 역사는 방향을 틀었다.
고르바쵸프에 반해 일어난 쿠데타 스스로가 "절반은 술고래고 절반은 무능력했다."라고 표현하며 포기하게 되는 과정은 강대국이었던 소련의 최후를 보는 듯하여 애처롭기까지 하다.
탱크 위에 올라타 감동적인 연설을 하게 되는 옐친과 그 옆에서 배경화면이 된 저자의 사진은 진지하고 무거운 책 분위기에 다소나마 긴장을 이완시키는 작용까지 한다. 
포레스트 검프의 한 장면 연출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어설픈 편집이 아닌 역사의 한 순간이었던 진실.
 
해체의 과정에 대해서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고르바쵸프에 대한 저자의 표현 - 천재성과 무능, 이상주의와 이기주의, 순진함과 교활함이 기묘하게 뒤섞여 있다 라는 해석은 중대한 시기에 지도부의 어설픈 동작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역사의 샘플이다.
고르바쵸프는 자신이 추진한 개혁에 추월당한 개혁자였으며, 자신이 착수한 혁명의 희생자가 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는 실패자라기 보다는 마지막 종지부를 찍지못한 혁명가는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실패한 리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개인적인 결론을 내리게 된다.
번역체가 사실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다. 원본이 그렇겠지만 교과서 읽는 느낌이 나서 퐁당 퐁당 가볍게 읽고 넘어가기에는 내가 읽은 것과 이해한 것이 맞는지 멈칫거리는 현상이 중간중간 발생한다. 생생한 표현과 이런 아쉬운 부분이 교차가 되니 다소 어리둥절하다.
의역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과감히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역사서라 그런 건지 문학 쪽 상상력은 매우 절제한 번역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진도가 찔끔 찔끔 나가고 있는 "일본제국 침략기"와 이야기 끌어가는 문체와 번역방식이 유사했다. 우연찮게도 두 책 모두 역사의 하루 하루를 옆에서 지켜보며 기록한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한 부분이다.
 
꽤나 읽는데 긴 호흡이 필요한 책이다. 시리즈상으로 앞에 있는 두 권을 서점에서 고르려고 하니 팔이 무겁다. 그래도 빨리 냉전 3부작을 마무리해야 겠다.  순서는 역순이지만 나름대로 역주행의 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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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의 신 - 1등 영업고수의 영업비법
권태호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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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의 신 : 영업에 왕도는 없지만 지름길은 있다.



영업에 대한 책들은 자기계발서 코너에 항상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눈에 번쩍 들어오는 카피부터 표지까지 요란한 경우가 많고, 읽다 보면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책들이 1/3은 저자의 경력 (또는 자랑), 1/3은 여러가지 조언들, 나머지 1/3은 어떤 규칙이 등장한다.
놀랍게도 모든 이야기는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가고 긍정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 마치 카피한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틀린 이야기는 또 거의 없다.
노력과 노하우가 잘 결합하면 누구나 영업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결론이 난다. 
음, 그래 맞아. 책을 손에 든 독자들은 작게 움츠려 들었던 용기에 불쏘시개 역할을 해준 책에 고마움을 느끼고 박카스 한 사발 먹은 자신감을 팡팡 키운다.
미안하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실적은 똑같을 것이다.
책에서 하라는 데로 했는데 왜 안되냐며 삿대질이라고 하고 싶겠지만, 원래 그렇다.
개인적으로 성과가 안 나오는 이유로 두가지를 뽑는다.
"영업의 신", 이 책에도 언급된 바와 같이 "나의 컨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상황.
그리고 시간이 걸리니 꾸준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까먹게 되는 것.
책 한 권 읽어서 갑자기 영업의 귀재가 된다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뜩일 거라고 책을 고른 당신이 문제의 원흉이다.
영업에는 왕도도 없고 몇가지 중요한 규칙도 있지만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므로 내재화 과정이 필요하다.
화려한 언변이 영업에 중요한 기능일지라도 금융설계나  법적인 서비스라면 독이 될 수도 있다. 신뢰를 쌓기에는 뭔가 사기꾼 냄새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 몸에 맞는 옷을 스스로 제작해 입어야 하며 여러 번 수선의 과정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책에서 나온 내용을 내가 하는 일과 스타일에 맞게 새롭게 고쳐 쓰는 노력은 시간과 스케줄을 잡아놓고 꼼꼼히 체크하며 진행해야한다.
필요하다면 책 내용을 한글자씩 그대로 써가면서 내 이름과 직책, 회사명을 적용하는 과정을 거치는 훈련도 필요하다.
모든 저자들은 이런 내재화 과정에 대한 충고를 책에 써놓고 있는데 읽는 사람이 정작 중요한 설명을 놓친다.
댄스가수 지망생이었던 저자가 어떻게 영업의 신이 될 수 있었는지 다수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 안에 숨어있는 규칙들 그리고 지녀야할 자신감을 소개해준다.
노란색 표지만큼이나 자극스러운 내용들은 어쩌면 가슴에 바로 다가 오더라도 약간 시간을 두고 내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할 것이다.
특히 일반적인 영업맨들이 한가지 분야를 깊게 파는 경향에 비해 이질적인 영업을 한 저자의 경험은 득도 되지만 독을 될 수도 있다.
영업하는 상황과 방식이 틀리기에 계속 반복하지만 나만의 방법을 스스로 구해야 한다.
강의를 찾아 듣고 책을 써가는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정리하고 또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간 것은 누구나 본받을만한 방식이다.
35개에 이르는 자격 취득 같은 것 역시 어려운 일이지만 도전해볼만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이 책의 장점은 이런 과정들을 책을 따라 읽어가면서 독자가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방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그저 자신의 과거 경력을 자랑하고 누구나 할 수 없는 쉽지 않은 방법을 마치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서술하지 않는 방법이 오히려 독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설득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와 자신의 경험, 때로는 전우의 경험을 계속 고민해보고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화법 - 고객이 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하게 만드는 - 을 개발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자기관리를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매일 내가 실천한 것들을 체크해가는 끈질김은 어떨까?
성공한 영업맨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또 그에 못지 않게 내 고객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관계가 지속되고 신뢰는 굳건 해야한다.
영업을 짧게나마 해본 경험과 저자의 조언은 향후에 라도 다시 영업에 도전하게 될 때 자신감이 되어 주는 것 같다.

취업보다 영업이 좋은 이유는
첫째, 인생을 배울 수 있다.
둘째, 영업은 성공의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셋째, 나를 알 수 있다

매우 공감이 가는 3가지인데, 그 중 마지막 나를 알 수 있다는 점은 특별히 공감한다.
저자는 성공하려는자, 영업의 무게를 견뎌라고 조언하는데, 처음 영업할 때 방문처를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배회하다 포기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 2번째 방문처부터 용기를 갖고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심지어 이 때의 업무는 간접영업, 즉 직접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 PB가 고객에게 우리 회사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서포트하는 영업이었다!)
첫 방문지의 무게감은 결국 실패로 좋지 않은 모양새였지만 나 스스로 약한 면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 그리고 첫번째 상담을 성공했을 때의 자신감, 이런 것이 영업의 무게를 견뎌내는 일들이 아닐까.

솔직히 나는 영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영업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적도 없고 불가피하게 업무 중 일부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보다 욕심을 가졌다면 영업의 신이 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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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 - 구글맵도 찾지 못하는 우리 몸 구조
가이도 다케루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서혜영 옮김 / 니케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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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 - 생물시간 졸았던 것 후회하게 됨



일본에 갔더니 지하철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더라. 
2020년 기준 성인 평균 일년 독서량 7.5권으로 좌절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위협적인 이야기. 책을 읽는 국민에게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
그런데 말이야.
대부분 만화책이더라고.
다행이다. 만화책을 폄하하는 발언은 아니지만 진지한 독서보다는 오락으로 만화책을 읽는다는 것은 분명 결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며칠 전 지하철을 훑어보았다. 지금은 책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 스마트폰 삼매경. 가끔 이북을 읽는 사람도 있지만 종이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기는 정말 어렵다.
책 읽기를 즐거운 경험으로 만드는 데는 책의 기획이라는 부분이 저작 본연의 역할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소설이야 작가의 필력이 제일 중요하고 사실 그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만, 교양서나 실용서적은 기획을 얼마나 잘 만들고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가가 성패를 좌우한다.
노란 색의 강렬한 이 책, "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는 출판사의 기획 측면에서 엄지를 척 올리게 해주는 도서이다.
건강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막상 내 몸 안에 대해서는 학창시절 생물교과서에서 배운 게 전부인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면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들어올리게 구성했다.
내용의 흐름도 그렇지만 삽화들은 화려한 그래픽이나 CG같은 기법이 아닌 간단한 캐릭터를 활용하였고, 지식을 정확히 전달하는 목적에 부합하게 내용을 복잡하거나 어렵게 만들지 않았다.
깨알같은 대사의 드립 력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 구입했던 "찾아라, 나의 비즈니스 모델"같은 도서의 기획력도 비슷한 구성인데 깊은 맛은 적지만 뇌를 말랑거리게 만들고 휘파람 불면서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형태의 구성으로 훌륭했다.

세상은 우리 몸 안과 밖으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책의 서두애서 만났을 때, 당연한 이야기지만 왠지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몸의 장기들을 보호해주는 근육과 뼈, 그리고 피부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도 있었고 막상 나 자신과 "="인 몸에 대해 자세히 알려는 노력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생물시간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뇌나 심장 같은 장기에 대해 조금은 깊숙한 내용까지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사실 대부분 "병"이나 "아픔"에 관련된 내용이었지 의사가 아닌 이상 이 친구들의 작동원리나 보호하는 방법, 가장 중요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충 알고 있었다.
이웃집 예쁜 소녀의 일상을 알고 싶었던 학창시절의 열정이 내 몸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어쩌면 지금은 의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과 함께 내 몸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가자는 취지의 책인만큼 발걸음은 룰루랄라.
책의 도입부분에서 내 몸의 장기들을 리스트업하고 어떻게 배치되었는지 그림을 그려보라는 주문이 떨어진다.
대충 머릿속에서 그림은 그려지지만 막상 정확한 모양이나 장기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직접 그려보니 고등학교 정규교과시간에 제대로 하지 않았구나 하는 창피함이 몰려온다. 
그래서 그림을 공개하겠다.  아니다.



책은 크게 세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총론 : 제1장 몸이란 무엇일까 / 제2장 몸의 구분
각론 :  제1장 장기 분해 /  제2장 아기가 생기는 과정 /  제3장 장기 재조립
의학개론

총론에서는 우리 몸의 전반적인 기능이나 구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령 콧구멍을 파다가 피가 나는 이유를 아파트에 비교해서 설명하는 식이다. 혈관이 파손되면 그 안을 피가 흘러나온다. 마치 아파트 내부에 전선이나 수도관이 파열된 것과 같은 식이다. 이런 설명이라 보면 된다. 매우 심플하고 간단한 이야기지만 이거 책 읽다 보면 대충 어렴풋이 알고 있지 자세히 명칭이나 작동원리 모르는 사람 많다. 초등이나 중학생들 읽는 책이라고 우습게 본다면 당신은 유치원 레벨의 내 몸 상식을 알고 있다는 현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요즘 골치 덩어리인 코로나19가 면역체계의 과민대응으로 인한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침입자에 대한 대응 ‘면역’ "챕터를 이해하고 있다면 쉽게 와 닿을 것이다.
"가로무늬근육(횡문근)과 민무늬근육(평활근)". 이런 용어는 뭔가 개정된 것 같은데 조금 더 쉽게 와 닿는 용어로 바뀐 것 같다. "수의근과 불수의근"같은 일본식 의학용어가 요즘 생물 교과서에서는 우리말로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각론에서는 각 장기의 특징이나 몰랐던 상식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기들의 무게나 길이도 제목에 적어 놓았는데, 심장이 300g밖에 안된다는 사실은 이해가 가지만 소장이 3m, 대장이 1.5m라는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다시 숫자로 접하게 되니 꽤나 길다.
심장은 1년에 3000만번, 70살까지 20억회 뛴다. 1분간 5리터의 피를 온 몸으로 구석 구석 보낸다. 소중한 나의 나다.
삽화와 함께 알지 못했던 작지만 알찬 지식이 차곡 차곡 내 머릿속에 쌓이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장기재조립이란 챕터는 우리 몸을 기능별로 묶어서 이해하자는 취지로 보면 된다.
신경계, 순환기계, 호흡계,  소화계, 비뇨생식계, 내분비계.
병원 과 구분도 유사하게 되어있고, 실질적인 동작의 원리는 각 기관보다는 기능적인 특성에 의한 순환으로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지식체계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우리 몸은 원래의 형태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안티에이징 같은 다소 과장된 작동들을 할 때도 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여러가지 변화가 노화와 함께 세월에 저항하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게 된다.
즐거운 분위기로 책을 이끌던 저자는 책 읽던 속도를 멈추고 죽음과 해부라는 이야기를 건들고 있다. 굳이 가볍게 손에 든 책 후반부에 이런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죽음도 우리 몸이 겪어야 할 필수 코스이고 이런 기회에 다시 한번 숙고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맨 앞에서 제시했던 내 몸 그리기의 사례가 등장한다.
꽤나 엉성해 보이지만 그래도 제 위치에 큰 틀의 자리잡기는 제대로 되어 있다.
우리 몸은 외부와 내부로 나뉘어 있다. 사회생활을 하고 휴식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많은 활동들을 하며 바깥세계에 대한 동경과 시련 그리고 성취를 해오는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내 안의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새로운 세계가 거기에 있고, 그 안에 있는 것들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과 내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이유를 깨닫게 될 것이다.
2년전 실수로 왼쪽 손가락 옆면에 실금이 가서 한달동안 반 깁스를 했다. 생활이 조금 불편했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타이핑할 때 손가락이 어색하고 제대로 오므려지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실수로 작은 크랙이 생긴 것뿐인데 머릿속에서 2년을 괴롭혀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형외과 의사는 결코 좋아지지는 않고, 사람 몸이 익숙해질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키 타이핑할 때는 항상 어색함이 느껴질 것이다.
한번 손상된 내 몸은 회복되지 않는다.
평상시에 건강을 위한 노력은 물론이고 우연한 사고나 흥청망청 지내며 망가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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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텀 씽킹 - 와튼 스쿨이 강력 추천하는 전략적 사고법
데니스 C. 캐리 외 지음, 최기원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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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텀 씽킹 : 살아남기 위해 먼 미래를 바라보는 전략




CEO는 오너가 아니다.
한계가 뚜렷하다는 이야기. 물론 국내에 한정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유능한 경영자는 위기에 빠진 기업을 성공적으로 부활시키기도 하지만, 전도유망한 기업을 하루아침에 도산에 이르는 마지막 종지부로 내몰기도 한다.
CEO의 임기는 짧아지고 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성과를 보여 달라는 압박도 짧아지고 거세진다.
국내 몇몇 사례를 보면 오너가 직접 관여하고 사업방향을 리딩 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고 투자자들의 불만도 잠재우는 사례가 많다.
오너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였기에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전략이 조직을 이끄는 힘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CEO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하더라도 결코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기 위해 단기적인 희생을 감수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비단 CEO의 문제만은 아니다.
경영진, 임원, 팀장, 담당자...회사 구성원 모두는 단기성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 모인 집단으로서 이익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10년후 이 회사를 계속 다닐지도 모르는데 당장 올해의 성과 보너스가 와 닿지 않겠는가?
저스티스 리그라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뒷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영진이 M&A 직전 이 영화의 개봉으로 보너스를 받기 위해 일정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감독이었던 잭 스나이퍼 감독이 가족의 애사가 있어 시간이 딜레이 되자, 아예 감독을 바꿔가면서까지 개봉일자를 당기기위해 전력투구를 했다고 한다.
물론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이었고 보너스는 받아갔겠지만 영화 시리즈는 또다시 삼천포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워너 브라더스 사례를 보면 경영자의 개인적인 욕심이 롱텀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하는데 어떤 식으로 방해가 되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롱텀 씽킹을 통해 도출된 회사의 중장기적 플랜은 계획 자체의 유효성만큼이나 조직원 전체가 나의 미션으로 받아들이고 동참하게 만드는 동의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의 전반부는 몇몇 기업의 사례를 통해 어떻게 우수기업들은 롱텀 전략을 수립하였고 문제점들을 극복하였는지 보여준다.
포드 : 급할수록 천천히 가라 / CVS 헬스 : 리스크를 감수하라 / 유니레버 : 목적이 이끄는 기업을 만들어라
버라이즌 : 때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 3M : R&D에 집중하라 / HPE : 함께 나아가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수한 브랜드 6개 기업들의 실천 전략이다.
후반부는 장기전략을 세우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 장기전략을 위한 4가지 원칙
  • 장기전략을 위한 동기부여
  • 롱텀 씽킹, 기업을 이끌 새로운 패러다임

포드의 경우는 2008년 위기로 인해 고사 직전까지 몰렸다.
규모를 줄이고 자산은 물론 브랜드까지 내다 팔아야 했으며 전세계의 공장과 종업원을 줄여야 마땅한 상황이었다.
무려 170억 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던 기업에게 비전이란 것이 존재하겠는가?
새로운 신임 CEO인 앨런 멀럴리가 회사에 도착하여 일을 시작하자 이런 혼돈의 상황은 기본이고, 임원진부터 절대적인 위기상황에 놓여있었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며 정보는 공유되지 않고 협업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심지어 문제 있는 부분을 상부에 보고하는 것조차 두려워하여 CEO가 새로 제안한 색깔카드로 분류하는 현재 상황판을 모두 긍정적으로 보고하는 지경이다.
앨런 멀럴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지금 17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는데 상황판이 모두 정상인 초록색이군요. 정말 문제가 없는 것입니까?
그제서야 용기 있는 임원 한 명이 빨간색 위험 상태의 표지를 하였고 CEO의 지원 하에 2주만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대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믿음을 가지지 않던 조직이 협력을 하기 시작하였고, 이런 믿음의 근본은 장기적인 전략을 설정하고 밀어붙이겠 노라는 신임CEO의 강력한 의지를 경영진은 물론 전직원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말단 직원까지 자신이 의미 있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회사의 성공에 기여한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는 것까지.
구조조정이라는 뼈를 깎아내는 고통을 전 조직이 감내하고 한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구축한 것이다.
회사가 망할 지경인데 장기적인 비전을 세운다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CEO를 비난하고 단기적인 처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 단기적인 배당금을 챙기고 기업을 새로운 투자자에게 팔아 넘기고 싶어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더욱 극성일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비전에 대한 공유와 명확한 실행플랜을 통해 실제 회사가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내용을 인정받는다면 단기와 장기 두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신뢰와 협력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때로는 이 과정에서 단기적인 타격을 감내해야 할 상황일 수도 있다. CSV헬스의 경우 꽤나 큰 매출액이 나오는 담배를 과감히 판매 중단시켰다. 신뢰받는 헬스케어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데 백해무익한 담배까지 판매한다면 소비자의 신뢰와 동의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한 결정은 당연히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를 필요로 한다. 특히 경쟁사들은 전략적인 선택에 대해 동조를 하지 않음은 물론 이런 상황을 기회로 판단하여 더욱 공격적인 판매활동을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롱텀 전략이라는 비전으로 보았을 때 그들의 선택은 옳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내 모 유통사에서도 동일한 내용을 진행하였다. 담배판매를 중단하였다. 목적은 CSV헬스와 동일한 건강을 자사의 메인 컨셉으로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기업의 명확한 미래 컨셉에 대해서 고객까지도 동의할 수 있는 마케팅 플랜의 구축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장기전략을 위한 자본투자가 동반되는 경우는 앞서 이야기한 모든 것들을 원점에서 다시 점검하고 더욱 강력한 리더십과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버라이즌이 무선통신/광대역망 사업에 1500억 달러나 되는 투자를 감행하는 사례에서 전략을 지지받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중요한 일인지 체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가장 어려운 상황임은 자명한데, 제각기 성향과 목적이 다른 투자자들에게 하나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누구나 장기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행해지는 행동들에 대한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측정지표를 선정하여 설득기재로 삼는 것은 중요한 방법이 된다. 버라이즌의 사이덴버그가 시장점유율을 측정지표로 내세운 것은 이 두가지 이슈가 충분히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지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에는 이런 지표는 오히려 설득력을 잃을 수도 있다. 기업경영에 있어 핵심지표의 중요도와 신뢰성조차 극변하는 시대환경 덕이다. 어쩌면 지금이라면 시장점유율보다 버라이즌의 ARPU 상승률을 지표로 내세우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R&D에 투자가 장기전략을 세우는데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3M이 단순하게 우수한 사업부나 중요한 파트에만 투자비를 집중하지 않고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사업부마다 차별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대목은 전략수립에 꼭 잊지 말라는 태그를 붙여 놔야 할 항목이다. 어쩌면 3M이 우리에게 보여준 저력의 근원적인 기반일 수도 있고, 신제품 출시에만 목을 맨 기업이 결코 아니라는 반증을 보여주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과거에 비해 비용이 효율성을 높여 수익성이나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3M의 신제품 라인업을 떠올리면 와 닿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3M은 이 두 가지를 다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트 잇의 발명의 경이로움뿐 아니라 짝퉁들과의 경쟁에서 압승하고, 시기에 맞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 제품 -기능은 똑같은데!-으로 고객에게 어필하는 실사례가 전략적 실행력의 우수함을 나타내는 주는 지표다.
장기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네가지 원칙은 내용은 바로 이해하기 쉬우나, 실천하기 녹록치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1. 조직을 위해 이윤창출보다 원대한 목적을 세워라.
  2. 그 목적을 장기적 사업전략으로 녹여낸 후, 이사회와 투자자들에게서 강력한 지원을 받아라.
  3. 장기적 목표를 기준으로 기업이 성과를 내는지 이사들과 투자자들이 이해하도록 ESP나 단기재무성과 외에 여러가지 측정 지표를 만들어라.
  4. 장기전략이 적절히 실행되도록 장기적인 내실성장에 항상 집중하는 문화를 키워 나가라.

앞서 6개 기업의 사례에서 나온 내용을 사실 압축한 원칙이라 볼 수 있다.
원대한 목적이라는 화두는 투자자들에게 환영받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나머지 원칙들을 이끌어내어 공유하고 한 방향 목표로 동의해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미안하지만 CEO에게는 이 원칙을 통해 롱텀 전략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러려고 그 자리에 높은 연봉을 주며 앉히는 것이다.
아울러 경영진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은 정해진 로드맵에 대해 신뢰와 헌신을 해야할 것이다. 초경쟁의 시대에서 지속적인 성장률이 이끌어내지 못하치 현상유지만 한다는 것은 2-3년 후에 되돌릴 수 없는 파산의 길로 자동적으로 인도될 수밖에 없는 기업환경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부서이기주의나 한탕주의, 단기성과주의가 회사를 어떤 곤경 속에 밀어 넣을지 각자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살펴봐야할 것이다. 특히 CEO와 이사회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기업의 내제된 협력과 의지이기 때문이다.
CEO들은 주주에게 보상하는 문제와 동시에 직원, 소비자,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해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성장을 이루는 근간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정직성은 물론이고 사회에 대한 기여도까지 소비의 잣대로 활용하는 똑똑해진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적인 의무 사항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장기전략을 추진하는 경영진은 물론 직원들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해야할 것이다. 당근과 채찍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명약이다. 달성한 목표에 대한 보상이 명확하지 않고 사전에 공유되지 않는다면 5년 이상 지속되는 롱텀 씽킹은 점차 무딘 날이 되어 더이상 적과 상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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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들의 과학 - 물질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여행
마크 미오도닉 지음, 변정현 옮김 / Mid(엠아이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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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들의 과학 : 우리 세상의 액체라는 물질에 대한 놀라운 비밀들





저자는 비행기를 타기위해 입국수속을 하다 깜박 잊고 가방에 넣어둔 땅콩버터 잼이 액체 반입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공항 쓰레기통에 쳐 박아지는 모습을 보고 탄식했다.
아, 저건 액체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데.
911테러 이후 공항검색대가 강화되면서 위험이 될 만한 웬만한 것들은 비행기로 가져갈 수 없다.
액체의 경우도 100밀리 이하의 용기에 담겨있지 않다면 불편하지만 수하물로 붙이거나 포기해야 한다.
가방 안에 꽁꽁 숨겨진 마약을 탐지할 수 있는 검색기술의 발전이 액체 앞에서만 서면 진땀을 흘리는 것이다.
그만큼 액체는 정해진 형태가 없고 인간에게 선/악의 이중성을 동시에 가진 존재이기에 매력적이면서도 치명적인 물질이다.
저자는 비행기를 타고 가며 주변을 에워싸는 액체들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고 책으로 엮게 되었다.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착한 과학 이야기"로 우리는 액체라는 물질에 대한 이해를 한단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서두에 나와있는 가장 중요한 말은 이것이다.
모든 액체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믿을 수 있거나 없거나 좋을 수 있거나 없거나 건강에 유익하거나 해악이거나 맛이 있거나 없거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액체를 통제할 수 있으며 물질의 성질을 이해할 수 있는 가가 중요하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액체의 활용은 본질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우리 인류에게 유익한 물질로 활용할 수 있다.
과거 상온 상태에서 유일하게 액체의 성질을 갖는 신비한 금속인 "수은"을 제대로 알지 못해 외면적으로 드러나는 신비로움이 인간에게 영원한 삶을 약속하는 액체라고 굳게 믿는 오류를 가져왔다. 덕분에 진시황은 더 빨리 저 세상으로 가버렸고 수많은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착각과 탐욕 속에 인생을 송두리채 날려버린 것이다.

어려운 과학책을 소설 읽듯이 물 흐르듯 설명하는 방식은 타고난 작가일 때 가능한 일이다.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라는 책을 통해 우주에 대한 신비를 알려줄 때, 사실 다큐멘터리라는 영상매체가 보조를 맞춰준 영향이 크다.
우주라는 호기심 가득한 대상에 대한 독자의 몰입이 딱딱한 과학적 용어에서 막혀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독자의 과학적 지식의 한계를 부드럽게 마사지해주며 설명해주는 방식이 요즘은 큰 인기이고 일반인들이 과학에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되어준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로 비행기에 타고 창 밖을 바라보며 옆에 앉은 수잔이라는 여성과 대화를 나누며 주변에 있는 액체들에 대한 설명을 두런 두런 들려주는 방식이라 페이지를 넘기기가 한층 부드럽다고 보면 된다.
스튜어디스들이 비행기가 설명해주는 비행기 안전가이드를 들으며 사실 이 비행기에는 엄청난 폭발 위험이 있는 위험물질이 있어! 독자의 관심을 끌고, 비행기에서 제공되는 감미로운 와인을 통해 알코올에 대한 특징을 설명하며, 과거에 그렇게 헷갈려 하던 에탄올과 메탄올의 차이를 설명해준다.
왜 메탄올은 위험한지 두가지 액체의 화학적 특성과 분자식은 어떻게 다른지. 화학에 문외한이지만 이해가 쏙쏙 된다면 작가 이 아저씨는 이야기 꾼으로 불러줘야 한다.



비행기가 난류에 흔들리며 승객들이 불안에 떨 때, 작가는 비행기가 사실은 여러가지 조각들을 접착제로 붙여 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과거 나무로 비행기를 만들던 시절 합판 비행기로 효과적인 진화를 했고, 지금은 더욱 견고한 물질들의 접합으로 승객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있지만 접착제로 붙여 놓은 원래는 떨어져 있던 개체들의 모임이라는 근원적인 사실은 변함이 없다.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접착제는 사실 립스틱에도 관여한다는 이야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는 사실 붙이는 작업보다는 떼어내는 작업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더욱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한다. 많은 여성이 하루 종일 자신의 미모를 지켜준 립스틱을 떼어내는데 지금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면 히스테리가 얼마나 확장되겠는가 라는 안도감이 든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지에서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갈 때까지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액체 이야기는 12가지이다.

폭발적인: 등유kerosene
중독되는: 알코올alcohol
깊은: 바다sea
끈적끈적한: 접착제glue
환상적인: 액정liquid crystal
본능적인: 침saliva
상쾌한: 음료refreshment
씻어내는: 세정제detergent
냉각의: 냉매refrigerant
지울 수 없는: 잉크Ink
뿌연: 구름cloud
단단한: 지구earth

요즘같이 코로나 19시대에 침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히 소화작용을 위해 미각과 음식의 목 넘김에 사용된다 거나 아밀라아제가 소화를 돕는다는 것을 떠나 바이러스가 가장 밀접하게 교환되는 창구이기도 하고 공기중에 말 한마디에 12분 동안 버텨내는 매개체라는 사실이 경이로우면서도 안타깝다.



세정제편에서는 마트에서 우리가 늘 상 구매하는 비누, 샴푸, 세제, 섬유유연제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비누는 세탁기라는 주부들을 가사노동에서 일정 부분 해방시키는 역할을 하며 혁명을 일으킨 기기 덕에 더욱 세부적인 분화가 시작되었고, 특히 세제와 섬유유연제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찌든 때를 더 잘 빼 주면서 옷감은 물론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루어지는 무한경쟁 시대에 경쟁하고 있다.
액체비누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일부 있으나,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액체비누보다는 전통적인 고체형 비누가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강해졌다.
그런데 액체 비누가 게으름뱅이들에게는 더욱 효과적인 손 씻기 습관을 들일 수 있기에 외면당하지 않았음 한다.

냉매편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과학자의 눈물겨운 노력을 목격할 수 있다. 바로 아인슈타인.
우리나라가 대한제국이고 3.1운동을 벌일 때 이미 독일에서는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충격에 이어 불완전한 냉매를 사용하다 보니 일가족이 새어 나온 가스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인간의 먹을거리에 대한 완벽한 확장도구의 역할을 해준 에어콘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데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가장 완벽한 냉매인 줄 알았던 -이름도 친숙한- 프레온 가스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진실을 깨닫는데 50년이 걸렸다고 한다.
우리가 조금 더 편하게 생활을 하기 위해 과학은 그동안 줄기찬 노력과 성과를 이루었지만 어쩌면 모든 발전과 발명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마지막 챕터에서 기대했던 우리의 환경에 대한 생각을 들려준다.
액체의 대표주자인 물을 우리는 얼마나 낭비하며 살고 있는가!
단순하게 샤워를 하거나 생수를 편의점에서 사서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는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책을 만들기위해 심지어 마른 빵을 만들기 위해 물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을 물 발자국 (Water footprint)라고 하는데 미국인의 경우 평균적으로 하루 2,200리터의 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2,200리터!
우리에게 공급되는 식수나 화장실 물, 이들이 사용이 되어 바다로 나가기 전의 정화작용, 여기에도 많은 비용과 자원이 소요된다.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샤워를 일주일에 2번만 한다면 지구의 물은 좀 더 보호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지구가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 바이러스를 줄이기 위한 자연방어기제라는 농담이 넷상에서 떠돌았다.
그런데 책을 덮으며 물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래 인간이 없었다면 지구는 좀 더 풍부하게 물을 사용할 수 있었겠다 싶다.
인구수가 조금 있으면 100억이란다. 식량 전쟁이 아닌 물 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데 아쉽게도 인간은 마지막 생존자가 숨을 거둘 때까지 지구를 못살게 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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