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흐르는 것들의 과학 - 물질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여행
마크 미오도닉 지음, 변정현 옮김 / Mid(엠아이디) / 2020년 4월
평점 :
흐르는 것들의 과학 : 우리 세상의 액체라는 물질에 대한 놀라운 비밀들
저자는 비행기를 타기위해 입국수속을 하다 깜박 잊고 가방에 넣어둔 땅콩버터 잼이 액체 반입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공항 쓰레기통에 쳐 박아지는 모습을 보고 탄식했다.
아, 저건 액체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데.
911테러 이후 공항검색대가 강화되면서 위험이 될 만한 웬만한 것들은 비행기로 가져갈 수 없다.
액체의 경우도 100밀리 이하의 용기에 담겨있지 않다면 불편하지만 수하물로 붙이거나 포기해야 한다.
가방 안에 꽁꽁 숨겨진 마약을 탐지할 수 있는 검색기술의 발전이 액체 앞에서만 서면 진땀을 흘리는 것이다.
그만큼 액체는 정해진 형태가 없고 인간에게 선/악의 이중성을 동시에 가진 존재이기에 매력적이면서도 치명적인 물질이다.
저자는 비행기를 타고 가며 주변을 에워싸는 액체들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고 책으로 엮게 되었다.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착한 과학 이야기"로 우리는 액체라는 물질에 대한 이해를 한단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서두에 나와있는 가장 중요한 말은 이것이다.
모든 액체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믿을 수 있거나 없거나 좋을 수 있거나 없거나 건강에 유익하거나 해악이거나 맛이 있거나 없거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액체를 통제할 수 있으며 물질의 성질을 이해할 수 있는 가가 중요하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액체의 활용은 본질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우리 인류에게 유익한 물질로 활용할 수 있다.
과거 상온 상태에서 유일하게 액체의 성질을 갖는 신비한 금속인 "수은"을 제대로 알지 못해 외면적으로 드러나는 신비로움이 인간에게 영원한 삶을 약속하는 액체라고 굳게 믿는 오류를 가져왔다. 덕분에 진시황은 더 빨리 저 세상으로 가버렸고 수많은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착각과 탐욕 속에 인생을 송두리채 날려버린 것이다.
어려운 과학책을 소설 읽듯이 물 흐르듯 설명하는 방식은 타고난 작가일 때 가능한 일이다.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라는 책을 통해 우주에 대한 신비를 알려줄 때, 사실 다큐멘터리라는 영상매체가 보조를 맞춰준 영향이 크다.
우주라는 호기심 가득한 대상에 대한 독자의 몰입이 딱딱한 과학적 용어에서 막혀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독자의 과학적 지식의 한계를 부드럽게 마사지해주며 설명해주는 방식이 요즘은 큰 인기이고 일반인들이 과학에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되어준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로 비행기에 타고 창 밖을 바라보며 옆에 앉은 수잔이라는 여성과 대화를 나누며 주변에 있는 액체들에 대한 설명을 두런 두런 들려주는 방식이라 페이지를 넘기기가 한층 부드럽다고 보면 된다.
스튜어디스들이 비행기가 설명해주는 비행기 안전가이드를 들으며 사실 이 비행기에는 엄청난 폭발 위험이 있는 위험물질이 있어! 독자의 관심을 끌고, 비행기에서 제공되는 감미로운 와인을 통해 알코올에 대한 특징을 설명하며, 과거에 그렇게 헷갈려 하던 에탄올과 메탄올의 차이를 설명해준다.
왜 메탄올은 위험한지 두가지 액체의 화학적 특성과 분자식은 어떻게 다른지. 화학에 문외한이지만 이해가 쏙쏙 된다면 작가 이 아저씨는 이야기 꾼으로 불러줘야 한다.
비행기가 난류에 흔들리며 승객들이 불안에 떨 때, 작가는 비행기가 사실은 여러가지 조각들을 접착제로 붙여 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과거 나무로 비행기를 만들던 시절 합판 비행기로 효과적인 진화를 했고, 지금은 더욱 견고한 물질들의 접합으로 승객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있지만 접착제로 붙여 놓은 원래는 떨어져 있던 개체들의 모임이라는 근원적인 사실은 변함이 없다.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접착제는 사실 립스틱에도 관여한다는 이야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는 사실 붙이는 작업보다는 떼어내는 작업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더욱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한다. 많은 여성이 하루 종일 자신의 미모를 지켜준 립스틱을 떼어내는데 지금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면 히스테리가 얼마나 확장되겠는가 라는 안도감이 든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지에서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갈 때까지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액체 이야기는 12가지이다.
폭발적인: 등유kerosene
중독되는: 알코올alcohol
깊은: 바다sea
끈적끈적한: 접착제glue
환상적인: 액정liquid crystal
본능적인: 침saliva
상쾌한: 음료refreshment
씻어내는: 세정제detergent
냉각의: 냉매refrigerant
지울 수 없는: 잉크Ink
뿌연: 구름cloud
단단한: 지구earth
요즘같이 코로나 19시대에 침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히 소화작용을 위해 미각과 음식의 목 넘김에 사용된다 거나 아밀라아제가 소화를 돕는다는 것을 떠나 바이러스가 가장 밀접하게 교환되는 창구이기도 하고 공기중에 말 한마디에 12분 동안 버텨내는 매개체라는 사실이 경이로우면서도 안타깝다.
세정제편에서는 마트에서 우리가 늘 상 구매하는 비누, 샴푸, 세제, 섬유유연제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비누는 세탁기라는 주부들을 가사노동에서 일정 부분 해방시키는 역할을 하며 혁명을 일으킨 기기 덕에 더욱 세부적인 분화가 시작되었고, 특히 세제와 섬유유연제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찌든 때를 더 잘 빼 주면서 옷감은 물론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루어지는 무한경쟁 시대에 경쟁하고 있다.
액체비누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일부 있으나,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액체비누보다는 전통적인 고체형 비누가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강해졌다.
그런데 액체 비누가 게으름뱅이들에게는 더욱 효과적인 손 씻기 습관을 들일 수 있기에 외면당하지 않았음 한다.
냉매편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과학자의 눈물겨운 노력을 목격할 수 있다. 바로 아인슈타인.
우리나라가 대한제국이고 3.1운동을 벌일 때 이미 독일에서는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충격에 이어 불완전한 냉매를 사용하다 보니 일가족이 새어 나온 가스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인간의 먹을거리에 대한 완벽한 확장도구의 역할을 해준 에어콘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데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가장 완벽한 냉매인 줄 알았던 -이름도 친숙한- 프레온 가스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진실을 깨닫는데 50년이 걸렸다고 한다.
우리가 조금 더 편하게 생활을 하기 위해 과학은 그동안 줄기찬 노력과 성과를 이루었지만 어쩌면 모든 발전과 발명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마지막 챕터에서 기대했던 우리의 환경에 대한 생각을 들려준다.
액체의 대표주자인 물을 우리는 얼마나 낭비하며 살고 있는가!
단순하게 샤워를 하거나 생수를 편의점에서 사서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는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책을 만들기위해 심지어 마른 빵을 만들기 위해 물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을 물 발자국 (Water footprint)라고 하는데 미국인의 경우 평균적으로 하루 2,200리터의 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2,200리터!
우리에게 공급되는 식수나 화장실 물, 이들이 사용이 되어 바다로 나가기 전의 정화작용, 여기에도 많은 비용과 자원이 소요된다.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샤워를 일주일에 2번만 한다면 지구의 물은 좀 더 보호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지구가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 바이러스를 줄이기 위한 자연방어기제라는 농담이 넷상에서 떠돌았다.
그런데 책을 덮으며 물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래 인간이 없었다면 지구는 좀 더 풍부하게 물을 사용할 수 있었겠다 싶다.
인구수가 조금 있으면 100억이란다. 식량 전쟁이 아닌 물 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데 아쉽게도 인간은 마지막 생존자가 숨을 거둘 때까지 지구를 못살게 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