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탐정 야마네코 - 예측불허 천재 도둑의 화려한 외출
가미나가 마나부 지음, 김은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괴도탐정 야마네코 : 신나는 활극같은 탐정소설



겉 표지가 책을 고르는데 얼마나 영향을 끼칠까?
사람마다 편차가 심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최소한 책을 표지 때문에 사게 되는 경우는 적더라도 표지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는 꽤 많을 것 같다. 특히 요즘같이 화려한 표지들이 서점을 장식하는 상황에서 첫인상으로 구매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요인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오늘 리뷰하는 괴도탐정 야마네코는 표지가 매력적이었다. 복고풍이면서도 강렬한 이미지와 제목의 배치가 탁월했고 책을 읽다 드문 드문 책 표지를 한번 더 보게 되는 마술까지 보여줄 정도로 매력이 넘쳤다. 오! 놀라운 표정의 복면은 왜 그리 마음에 들던지.
책장 넘기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게 진행이 될 정도로 스토리의 흡입력도 대단하다. 스릴러물임에도 잔혹한 장면보다는 퍼즐 또는 트릭을 풀어가는 묘미와 개그스러움이 조화를 이루는 편이다. 라이트노벨 쪽 냄새가 살살 난다고 하는데 전작에 비해서는 그래도 탐정물에 집중하는 편이라는 평가다. 시리즈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이거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겠네 라는 생각을 했다.
(알고 보니 이미 TV드라마로 방영이 되었다고 한다. 예상대로 우리가 책에서 읽는 등장인물들과 동떨어진 배우들이 실망스러움을 안겨준다.)


야마네코라는 절도범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단순한 도둑이 아니라 10억 이상 정도 되는 거액을 털어가는데 한 장의 종이를 남긴다. 종이에는 범죄의 주인공이 자기라는 사실과 왜 절도를 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써있다. 그는 구린 냄새가 나는 돈만 털어가는 일종의 협객 또는 의적이다.
무려 300만엔 이상 절도금액을 자랑하지만 정작 그가 훔친 돈으로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야마네코는 지금까지 살인을 저지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경찰 내부는 물론 기자들에게도 주목받는 사건이 된다.
절도범과 강도범은 범죄의 중함을 따졌을 때 하늘과 땅 차이다. 거기에 살인까지 저질렀으니 일부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1차적인 가설은 범행이 발각되자 야마네코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질렀다는 내용이고 가장 일반적인 추정이다.
여기에 네사람이 관여하게 된다.
살해당한 피해자 직장 선배이자 스승이었던 현직 잡지사 기자 가쓰무라
그리고 가쓰무라가 대학시절 흠모했던 열혈여형사 기리시마와 야마네코 사건을 전담했던 세키모토
그리고 사건 현장을 떠난 가쓰무라가 들렀던 술집에서 만나게 된 또다른 기자...
의심스러운 퍼즐을 맞추는 인물들의 관계가 이렇게 설정된 것이다.
살짝 스포일러를 이야기하면 술집에서 만난 기자가 사실 야마네코다.
가쓰무라가 피해자에게 살해당하기 전에 전달받게 되는, 사건의 키가 될 지도 모르는 목걸이를 강탈하고 그 안에 숨긴 암호를 찾기 위해 2명의 깡패가 동원된다.
코뼈가 주저앉을 만큼 폭력을 당하고 납치까지 당하려던 찰라, 야먀네코가 등장하여 그들을 제압하면서 인연이 이어지게 된다.
가쓰무라는 선배의 죽음에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또다른 주인공인 야마네코는 자신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게임과 같은 범죄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며 좌충우돌하게 된다.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들의 급한 열차처럼 달려가는 이야기는 페이지를 넘김에 따라 완벽한 팀이라는 생각에 흐믓해짐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사건을 풀어가는 영역에 있어서는 다른 성격과 스타일이 한 팀을 이룰 때 더 효과적일 수 밖에 없다. 퍼즐을 푸는데 다양한 각도에서 사물을 들여다 봐야하는데 2명이 2명 효과를 내야 빨리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홈즈와 왓슨처럼.
퍼즐을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소설 스타일이나 가면을 쓰고 등장하든 의적이라는 설정은 일본 독자들이 좋아하는, 어쩌면 추리소설에 입문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정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구의 스릴러들이 점점 흉폭해지고 잔인해지는데 비해 (모방범이나 살육에 이르는 병같이 시뻘건 소설들도 있지만) 일본소설은 나름 장르적인 특징을 추리라는 단어에 한정하거나 아기자기한 스토리텔링이 눈에 띄는 편이다. 어쩌면 이런 차이가 전자는 영화로 제작되고 후자는 드라마로 제작되는 경향이 많다는 이유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모방범 TV시리즈가 방송된다는 놀라움을 떠나 잔혹한 주제가 TV드라마의 가벼운 포멧으로 선택된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이런 경향으로 볼 때 본 작이 시리즈로 등장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든다. 가벼운 스릴러로서 여러가지 미디어로 변환하기에 가벼우면서도 재미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표지를 눈 여겨 보게 될 것이라는 점도 재미요소이다.
다만 작가의 전작인 심령탐정 야쿠모 시리즈는 중단된 상태라는 점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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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도시에는 아름다운 다리가 있다 - 공학으로 읽고 예술로 보는 세계의 다리 건축 도감 ㅣ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에드워드 데니슨.이언 스튜어트 지음, 박지웅 옮김 / 보누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위대한 도시에는 아름다운 다리가 있다 - 위대한 건축물 다리의 백과사전, 다리 척척이가 될 수 있어요.
 
연결의 힘은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 중 하나이다.
최 근래 우리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새로운 가치와 소통을 만들어내는 SNS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얻었고, 과거를 돌이켜 보면 사회라는 제도로 자연에서 홀로 살아남기 힘들었던 인간은 최강의 포식자로 거듭 태어날 수 있었다.
공간적인 연결도 막강한 힘을 부여한다. 바다와 강으로 분리되었던 격리된 공간이 다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연결되었을 때 새로운 문화가 충돌하고 융화되며 쌍방의 진보와 발전을 가져오는 역동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평상시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는 다리는 그저 차를 타고 바쁘게 지나가거나 부산발 서울행 KTX의 지친 몸이 슬슬 하차 준비를 하기 위해 일어날 때 문득 눈에 들어왔다 사라지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가끔 한강공원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탈 때는 야경에 어울리는 감수성 채워주는 예술작품이 되기도 한다.
6.25 전쟁시절, 국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를 끊어버린 독재자도 있었고, 그때의 트라우마가 지금까지 남아있는건지 수많은 한강 위 다리가 건설되었고 왕래가 이루어진다. 조만간 개통하게 될 28번째 월드컵대교의 공사현장을 가끔 지나칠 때, 다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생각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어떤 효용성이 있을지 교통량은 어떻게 변화하고 주변 상권은 어떨지, 항상 막히는 성산대교는 좀 더 쾌적한 다리가 되어줄지.
그렇다. 다리는 이렇듯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중요한 도구이고 시장의 변화를 가져오는 경제적인 영향력도 높은 건축물이다. 그러나 그들의 역사와 공학적 구조에 대한 이해도는 현저히 낮다. 이런 도서를 통해 우리가 모르게 세상을 지배하는 인간의 창조물에 대한 이해와 재미를 잡는 것도 책읽기의 즐거움 아닐까?
책은 크게 2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다리의 이해
2장 위대한 도시의 아름다운 다리

1장은 다리를 만드는 다양한 재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강철과 콘크리트는 물론이고 역사책에 자주 등장하는 돌이나 나무 등을 이용하여 만든 다리들을 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 유리로 만든 신기한 다리도 볼 수 있다. 
다리라 설계되는 구조에 대한 내용은 형교, 아치교, 트러스교 등 형태와 구조 별 특징과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다. 레고나 심시티같은 게임에서 제일 좋아하던 배가 지나갈 때 쩍 갈라지는 가동교의 다양한 형태도 볼 수 있다. 
사용목적에 따른 구분 즉 자동차 등의 통행로로 쓰이는 도로교나 기차를 위한 철도교, 군사적 목적인 군용교 등을 살펴본다.
1장의 백미는 다리를 설계한 유명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에펠탑으로 유명한 구스타브 에펠이나 현대건축을 예술적 경지로 승화시킨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같은 명인들을 만나게 된다.
2장에서는 명물 다리 소개 시간인데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크게 역사성, 도시의 혁신성, 상징성, 환경성을 주제로 소개된다.
악마의 뿔처럼 높이 솟은 아치로 유명한 악마의 다리나, 런던브리지, 노르망디교, 시드니하버브리지, 금문교 등 한두 번 이름을 들어본 다리도 눈에 띄고 난생 처음보는 다리나 디자인이 감탄을 쏟아내는 다리들이 소개된다.
멋진 다리들의 사진은 당연히 컬러로 소개되고 있고, 간단한 역사와 구조적인 특징 등을 백과사전 식으로 서술하고 있어 어떤 페이지를 펴 보아도 금방 집중하고 다리 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마스터할 수 있다.
앞선 명인 코너에 소개된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베네치아의 코스티투치오네 다리는 대형 다리는 아니지만 혁신적으로 구조의 틀을 깨는 최신 건축의 기술동향을 엿볼 수 있는 다리라고 한다. 유리로 만든 교상에 불이 들어오는 유리계단이라서 한번쯤 건너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교통량이 많아 점점 거대해진 다리인 라이온스 게이트브리지 같은 다리는 요즘 한강에서 몇 번 마주친 확대작업을 볼 수 있었다. 꽤나 지난한 작업이지만 면적이 35%나 넓어지는 업그레이드 과정이 흥미롭다.
오페라 하우스 쌍벽을 이루는 시드니의 하버브리지는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보는 야경이 꼭 가보고 싶은 장소임을 상기시킨다. 흑백사진으로 다리건설 현장을 볼 수 있는데 대단한 작업이라는 사실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무려 128개의 강선으로 아치가 넘어지지 않게 조치를 했는데 이 일 자체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음이라. 무려 8차선 도로에 두개의 철로와 자전거/도보 다리까지 있다고 하니 규모도 엄청나다.

제일 흥미로웠던 다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장교라는 프랑스 남부 타른 강 협곡에 위치한 마요대교이다. 길이 2.4킬로미터 높이 343미터인데 90미터 높이의 기둥을 지탱하는 교각이 총 7개이며, 기둥에서 11쌍의 케이블이 4만톤의 교상을 지탱한다. 협곡의 멋진 자연풍경과 어울려 차로 시원하게 한번 달려보고 싶게 만든다.
가장 흥미로웠던 챕터는 앞에서도 언급했던 가동교 부분이다. 교상을 움직여 통행을 차단하고 선박의 이동이 가능한 다리인데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적의 진입을 막거나 움직이는 하물대로 물자를 옮기고 강이 범람할 때의 손상을 막기 위한 다리도 있다. 열리는 방식도 다양해서 일반적인 전개교 뿐  아니라 도개교, 축으로 회전하는 비경교, 승개교, 선개교, 접식교, 수송교, 잠수교 등이 있다. 잠수교는 우리나라 형태가 아니라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다리를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는 이름에 딱 맞는 다리이다.
다리에 대해 누구나 척척박사가 될 수 있는 백과사전을 신나게 읽은 것 같다. 사진이 각 다리마다 있지만 구글링을 통해 찾아보면 더욱 다양한 각도에서의 모습과 근사한 야경과 주변 환경도 즐길 수 있다. 지면의 한계를 꼭 넘어서야 하는 책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일본이나 중국의 다리들은 많이 소개되었으나 우리나라 다리는...... 위대한 도시의 아름다운 다리에는 한 건도 없고, 다리의 목적에서 도로교 챕터에서 반포대교가 한 장 등장하는 아쉬움이 있다.
막상 떠올려보면 저 다리는 정말 잘 만들었고 멋지네 하고 머리속에 떠오르는 우리나라 다리가 많지는 않다. (광안대교는 멋지긴 한데 밤에만 멋지고 영종대교는 그냥 길다.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철저히 비용을 생각하고 실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일까? 그래도 밤에 야간 불빛쇼를 하는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는 사실은 미적 예술적 가치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말이다.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명소가 될 수 있는 다리들이 많이 건설되어 경제적인 효용성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축실력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도 찾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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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키운다는 것 - 스탠퍼드 MBA는 왜 도시락 가게의 비즈니스 모델을 배우는가
스가하라 유이치로 지음, 나지윤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사업을 키운다는 것 : 도시락기업의 숨어있는 저력의 중심에는 고객과 직원, 그리고 머리 좋은 사장이 있다.

 


도시락 가게에서 배울 게 뭐 있겠어?
책의 목차를 보다가 슬쩍 지나치려는 순간 두 개의 단어가 눈을 끌었다.
수요예측 빅데이터/ 7만개
뭐지? 작은 도시락회사에서 이 이야기가 왜 나와? 그리고 하루에 7만개를 판다고?
우리나라 편의점 도시락이 전국적으로 하루에 20만개 정도가 판매된다는 사실에 비교하면 어마 무시한 양이다. 게다가 도쿄도를 중심으로 로컬로 판매하는 회사인데 말이다.
도시락이라는 아이템은 몇 년 전부터 우리도 익숙하면서도 핫 한 아이템이었다.
1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주머니 상황이 얇아진 상황에서 편의점의 도시락 아이템들이 대박을 내면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다. 유명요리사나 연예인의 이름을 앞세운 소위 브랜드 도시락이 회자되었고 지금도 인기는 여전하다. 하지만 건강에 안 좋은 짜고 매운 특성으로 자제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이에 반해 이 책에서 소개되는 다마고야 도시락은 우리나라 도시락 전문기업들의 형태와 비슷하다. 가격대도 5,000원 수준으로 유사한 편이다.
사실 사진으로 다마고야 도시락을 보면 그다지 끌리지 않는 비주얼이긴 한데 어쨌든 많은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선택받고 있다는 사실은 도시락이 알차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2대 사장이자 저자인 스가하라 유이치로씨는 자신들의 성공에 3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 기업의 효율성을 높인다
  • 고객중심 사고로 시스템을 개선한다
  • 사회적 책임
굉장히 단순한 요소지만 결국 모든 비즈니스의 룰은 얼마나 원칙과 요소들을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예를 들자면 앞서도 인상적이라고 언급했던 도시락의 수요를 사전에 예측하는 모델이 인상적이다.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남들이 알 수 없는 정보를 확보하고 여러가지의 룰을 만들어 생산에 반영하되, 예상되는 숫자를 100% 만드는 것이 아니라 90% 정도 만들고 나머지 10%는 실제 주문건수에 따라 추가적으로 생산하는 모델이다. 이로서 다마고야는 폐기율을 0.1%대로 낮출 수 있었다. 동종업계의 1/30 수준인데, 하루에 7만개를 팔면 단지 70개 정도만 폐기된다는 이야기인데 유통을 해보거나 장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폐기율이 얼마나 기적적인 숫자인지 감이 오리라.
태풍이 오거나 지하철 파업 등으로 고객 기업의 재택근무가 늘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 바로 도시락 생산이 감량에 들어가는 방식의 노하우가 정리된 룰을 만들고 매일 수요예측회의를 통해 정확한 숫자를 뽑아내는 집요함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귀감이 될 만하다. 더욱이 이런 데이터를 쌓은 방식은 배송기사들이 직접 인간적인 소통을 통해 얻어내는 자료와 고객들이 잔반을 남긴 상황을 비교하여 만들어내기에 정확도는 물론이고 이율배반적인 고객의 생각들도 찾아낼 수 있다.
직원들을 키우고 인재로 육성하는 모습도 인상깊었다.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어 배송기사 반장으로 기용했지만 잦은 동료들과 트러블이 생기는 직원이 있었다. 다른 팀으로 옮겨보지만 같은 현상의 반복. 일반적인 기업이었다면 문제사원으로 도장을 찍었겠지만 이 친구가 잘하는 점을 눈 여겨 보고 배송경로를 설계하는 일을 맡겼다. 결과는 대성공! 누구보다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어낸다. 직원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요소에 맞는 배치를 하는 효율적인 인재관리가 작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직원은 뽑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라는 저자의 신념에 공감한다.
자신이 잘하는 범위에 집중하는 일하기의 태도도 사업의 견고함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는데 전문가였다면 본인은 궤도에 오른 사업을 유지하고 확장하는데 적합하다고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분석해서 알고 있다. 비즈니스의 확장 역시 프랜차이즈로 만들자는 제안이 자주 들어오지만 도시락의 품질과 배송거리 등 장점을 유지하기 위해 단호하게 거절한다고 한다. 과욕을 부리다 참사를 일으키는 많은 기업들의 실패사를 꿰뚫고 있는 듯하다.
물론 사장이라는 직책은 미래를 그리고 방향성을 정해야 하는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 중요한 대목은 어떻게 현실과 욕심, 미래, 시장환경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힘이 아닐까?
마지막 장에 실패하는 경영자의 특징 12가지를 나열하고 있다. 꼭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새겨듣고 실천해야 할 특징들을 잘 정리했다.

1.기존의 방법이 제일 좋다고 믿는다.
2. 지금 가장 잘나간다고 자만한다.
3.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한다.
4. 어떻게든 되리라 생각한다.
5.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6. 좋은 물건은 알아서 팔리니 안심한다.
7. 임금은 최대한 깎는다.
8. 지급은 최대로 미룬다.
9. 기계는 비싸니 값싼 노동력을 쓴다.
10. 손님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여긴다.
11. 장사에서 인정은 금물이라고 믿는다.

12. 어차피 안 될 거라며 개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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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파도 속으로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세연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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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파도 속으로 : 여름에 어울리는 해양 미스터리


해양 미스터리....
책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감탄사를 내뱉은 건 우리나라에서 바다에서의 사투를 벌이는 소설은 거의 처음 접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요즘 책을 읽을 수록 즐거운 이유 중 하나는 컨셉의 다양성이 확연히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생충이란 영화가 해외 무대에서 호평을 받게 된 근원적인 이유를 더듬어봐도 근 20여년 동안 우리나라 영화가 뿜어내는 각양각색의 장르와 주제들이 과거에 비해 대단할 정도의 다양성과 활기를 띈 점 아닐까 싶다.
소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큰 틀에서 유사한 패턴을 보이던 소재의 다양성은 점차 다양해져가고 있고 일본의 추리소설 시장을 보며 부러웠던 장르문학쪽에서도 각종 잡지부터 단행본까지 소재의 다양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사회도 다양화되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들이 입체화 되었다는 이야기다. 저녁 5시만 되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태극기 있는 방향을 찾아 가슴에 손을 얹거나 높으신 분들이 해외순시라도 떠나면 공항대로에 중고생 모아놓고 태극기 흔들던 탄압과 폭거의 시절을 벗어나면서 생각이 뛰어놀기 시작한 것 아닌지.
삼각파도는 보물찾기로 시작한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은 전세가 기울어진다는 현실을 애써 부정하면서도 패전 이후의 준비를 위해 일왕의 동생을 중심으로 비밀리에 금과 보물들을 자국으로 이송하기 시작했다. 물론 값진 보물들은 주변국 국민들의 땀과 피가 녹아있는 소중한 재산을 깡패가 빼앗아 모은 것들이다. 실제로 도자기 등의 유산들을 찾았던 신안 앞바다 생각도 나고 오래 전부터 없어지지 않는 직업은 도굴범이라는 존재가 오버랩된다. 하지만 의외로 금괴를 몇 톤씩이나 찾아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본 것 같다. 이미 건져낸 보물들이 지하경제시장을 주름잡고 있겠지만 말이다.
우연히 살인사건 현장에서 주인공 순석은 다잉 메시지를 발견하지만 처음에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죽은 이가 침몰한 일본의 보물선 초잔마루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장례식장에서 듣고 숫자로 이루어졌던 메시지의 의미를 떠올렸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해당 위치에 가서 잠수를 해보는데 빙고! 침몰한 배의 옆면을 발견한 것이다.
잠수 도중 생명선인 산소호흡줄이 마침 지나가던 배의 프로펠러에 걸려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로 인해 순석의 가족사는 끔찍하기만 했다. 이번 건만 잘 성사시키면 지금까지의 가족사의 비극은 끝이 나고 아버지 간호에 고생만 하던 여동생도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퇴행성 관절염에 다리를 쩔뚝거리며 식당 허드렛일을 하는 어머니도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다. 생각만해도 주인공은 로또조차 시시해 보이는 보물을 찾아낸 것이다.
돈도 없는 둘이서 발굴작업을 할 수는 없기에 팀이 만들어진다. 쩐주, 배를 운영하는 사람들, 잠수부, 식당, 의료... 이렇게 여러 명의 보물찾기 원정대가 구성되었다. 주인공의 마음을 끌었던 소설 초기에 등장한 미모의 약사도 여정에 참여한다. 주인공에게는 정말이지 신나는 일이었다.
그동안 각자의 사연을 뒤로 한 채 보물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 길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근원적인 궁금증이 생긴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살인사건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은 없다. 분명 주인공은 현장에서 목도한 범인의 뒤를 따라가다 무엇인가에 맞아 정신을 잃는다. 이쯤되면 보물찾기에 뭔가의 음모와 비극이 이미 숨겨져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의심해야 하는거 아닌가? 
바다에서 설마했던 보물을 건져 올리는 순간, 해적들이 등장한다. 인원수가 유리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휘둘려 다시 보물찾기 작업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 일은 덤벼들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건지지 말아야할 것도 건져버리게 된다. 끔찍한 일이 독자의 머리 속에 들러붙게 된다.
머구리라고 부르는 잠수사들이 보는 세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생소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가 좋았기에 영화로 찍어봄직한 스토리지만 사건이 진행되는 자연스러운 연결과 설득력 부분이 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다. 책의 두께가 이야기를 끌어당기는 힘을 숨가쁘게 만든 면도 있다. 좀 더 압축하면서 스토리의 힘을 키웠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사투리를 좀 더 과감하게 사용하고 설명을  (      )로 집어넣었으면 사실적인 면에서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꽤나 두꺼운 분량의 소설이었지만 약간 거슬리는 대목이 없잖아 있음에도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흥미로운 주제는 물론 매끄러운 문장의 글쓰기였기에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기왕이면 시커먼 바다에서 또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나타나 조우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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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럽
레오 담로슈 지음, 장진영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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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럽 : 어색하지만 과거의 명사들의 공간에 초대받는 책 읽기

 
우리가 머리 속에 흔히 떠올리는 클럽이라는 단어 이미지가 유흥 쪽으로 많이 치우치다 보니 본연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나 버렸다.
사실 클럽이란 모임은 쉽게 참여하기도 어렵고 나름대로의 철학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토론과 사교를 교묘하게 접합시킨 형태다.
학교 동아리보다 조금 더 진보한 형태라고 해야 할까? (아니 클럽이 퇴보한 게 동아리라는 표현이 더 맞긴 한데...)
영국사람들은 3명만 모여도 클럽을 만든다고 할 정도로 그들에게는 익숙한 문화다. 우리가 잘 아는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는 영국 사람이고 지인들과 내기를 하게 되는 공간이 바로 클럽이다. 인도에 전 구간 철도가 개통되어 80일이면 세계를 일주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논쟁을 벌이고 증명해 보이겠다고 황당한 모험을 시작한다. 이런 단편적인 모습들이 영국의 문학과 문화 곳곳에 숨어있다.
18세기의 런던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급속한 성장기를 맞이한다. 산업혁명으로 도시로의 인구가 집중되었고 이민자들도 영국으로 몰려들었다. 커피가 전래되는 시대가 겹치다 보니 커피하우스는 힘들었던 하루를 치유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하기에 적당한 장소였다. 이런 배경은 클럽들이 생성되는 중요한 토양이 된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더 클럽에는 이름이 낯익은 여러 명의 시대를 주름잡던 인물들이 등장한다.
에덤 스미스, 에드워드 기번, 제임스 보즈웰, 에드먼드 버크... 영국이 제일 잘 나가던 시절 국가의 사상적 이론적 문화적 토대를 만들었던 이들이 사실은 하나의 클럽을 만들고 그 안에서 다방면의 소재들을 토론하고 논쟁을 펼치며 이론들을 확립해 나갔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영국의 대표적인 미술가였고 로열 아카데미의 초대회장이 되었던 조슈아 레이놀즈는 절친인 새뮤얼 존슨에게 클럽결성을 제안하여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여러 유명인 중에서 저자가 집중하는 인물이 바로 새뮤얼 존슨이다. 지나치며 한 번 이름은 들어봤지만 자세한 내막은 모르는 유명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의 업적 하나를 알게 된다면 오호! 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존슨은 단어목록을 늘어놓는데 불과했던 사전을 오늘과 같은 진정한 사전으로 만들어낸 영어사전 편찬의 아버지쯤 된다. 이 정도면 언어와 문학에 대한 후세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 중 손을 꼽을 만하다는데 동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존슨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한 보즈웰의 기록들이 열거되어 있다. 여기에는 17~18세기 유럽의 상류층들과 지식인들이 생활하던 모습이나 사고방식, 대인관계들을 그려내고 있다. 지금의 상류층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부르조아의 기록은 남다르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영국의 고전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묘한 이질감이 드러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시대적 배경 또한 어색하지만 우리 곁에서 벌어지는 일을 목격하는 느낌으로 묘사하고 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그들이 주고받는 말과 행동들에 친숙함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초상화나 삽화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는 편집의 묘미가 어색한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부분이 도움이 된다.
새뮤엘 존슨의 전기를 써서 유명해진 제임스 보즈웰이 창설된 지 10년이 넘어서야 더 클럽의 멤버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은 그들의 자신감과 치밀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구매해 놓고 아직 손도 못 댄 "로마제국 쇠망사"의 에드워드 기번을 만나서 반가웠고, 국부론의 애덤 스미스가 멤버로 참여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연극배우인 데이비드 개릭이 들려주는 당시 런던의 연극계의 이야기들과 스레일 부부를 중심으로 여성지식인들의 이야기도 낯설지만 흥미를 끌 만한 대목이다.
사실 유명인들이라고는 하지만 굉장히 낯선 이름이 많이 나오고 시대상의 차이로 인한 난독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영화나 그림같은 작품을 통해서 느꼈던 잘나가던 시대의 런던 이야기를 두런 두런 듣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현란한 조명이 번뜩이는 흥분과 절정의 클럽과는 정반대의 정적이고 지적인 클럽, 굉장히 아이러니한 대립이다. 토론과 대화의 문화가 학창 시절 이후에는 만나기 어려운 현실에 아쉬움도 느껴진다. 코로나가 좀 끝나면 독서모임같은 소규모 친목 클럽이라도 기웃거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더 클럽은 지금도 런던 문예학회 (London Literary Society)라는 이름으로 명예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영향력과 숨어있는 저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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