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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블랙독 - 내 안의 우울과 이별하기
매튜 존스톤 지음, 채정호 옮김 / 생각속의집 / 2020년 9월
평점 :
굿바이 블랙 독 : 우울증의 본질과 치료의 시작을 위한 그림책

뉴스 란을 장식하는 유명 연예인이 자살사건을 접하면 상당수의 케이스에 깔려 있는 질환이 하나 있다.
바로 "블랙 독"이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지배자에게 속박당하고 있는 우울증이다.
마음의 병은 드러나지 않기에 외부인이 보기엔 멀쩡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증세가 심각해지고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기 시작할 때는 이미 병세가 위중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일보직전일 경우가 많다.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경우에도, 퇴물이 되었다는 자괴감에 자신감을 잃어버린 경우에도, 블랙독이 뒷다리를 덥석 물고 결코 놔주지 않는다. 다양한 경우와 상황에서 끊임없이 등장한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과거 회사 일에 문제가 생겨 곤란함을 겪을 때 일이 생각난다.
문제가 발생하고 근 1년여의 시간을 소비했는데, 당시에 하고 있는 현업 업무는 계속 관리자로서 진행하면서도 과거의 문제해결을 위해 1주일에 한번 정도 본사 사무실이나 변호사 회의실에 불려가 대책을 세웠다. 부하직원들도 조사와 진술을 해야 했고 업무 중에 혹시라도 놓친 일은 없었는지 전전긍긍했었다. 결과적으로는 잘 해결되었고 회사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같은 사안으로 경쟁사의 직원들은 큰 곤란을 겪었고 업무와 관련된 비리도 발각되어 죗값을 치르기도 했으니 스트레스는 심할 수밖에 없었다.
지방에서 근무하던 시절이라 사택에서 혼자 생활하는 시기였는데, 저녁에 지친 발걸음으로 퇴근하여 돌아오면 현업의 일과 과거의 문제가 결합하여 피로도를 극도로 높여버렸다. 맥주 한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는 게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생활이었고, 돌이켜 보면 다음날 벌어질 새로운 걱정거리에 잠을 이루기 어려웠던 우울증 초기 상태였다.
그때 그나마 정신을 잡아줄 수 있었던 요인은 음악과 영화감상 정도였다. 사택이 1층 아파트라 볼륨을 좀 높여 음악도 듣고 홈씨어터로 영화도 볼 수 있었기에 그 시간만큼은 자신과 작품의 세계 속에 몰두하여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어려웠던 시적은 지나서 생각하니 별것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도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블랙독을 저자처럼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숨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이 꼬였더라면 개의 강력한 턱과 이빨은 나를 잘근잘근 씹어 먹었을지도.
이 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 형태로 우울증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울증이란 병을 "블랙 독"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에 투영시킴으로써 병이 얼마나 영혼을 갉아먹을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삽화 중에 내 머리속을 싹 비우고 있는 개의 모습을 본다면 마음의 병이 얼마나 삶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지 잘 드러낸다.
저자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러서야 전문가에게 상담을 요청하고 치료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만의 블랙독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고 녀석을 없애기 위해서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치료법이 필요하며 오랜 기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진실에 다가설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숨기고 있던 블랙독을 친구와 가족에게 밖으로 드러내면서 마음의 평온함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고 감정에 솔직해지는 방법이었다. 스스로 불안함 감정을 지우고 명상 등의 활동을 통해 블랙독을 길들이며 도망치지 않게 된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 몰두하여 단 4시간만에 책을 써 내려갔다고 술회한다.
그림과 곁들여 꽤 두꺼운 내용으로 심층적인 우울증 치료 이야기를 기대했기에 얇은 책과 그림 위주로 전개된 내용은 아쉽다. 우울증의 본질과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컨셉을 명확히 보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그림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우울증에 대해 보다 깊숙이 들여다보고 가족과 친구들 중에 우리가 놓치는 경우는 없을지 생각할 소명의 기회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보여주긴 하다만.
이 책에 연결된 블랙 독 해부학 사전을 저자로부터 기대한다면 너무 무리한 요구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