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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현대 편 - 대공황의 판자촌에서IS의 출현까지 ㅣ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평점 :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현대 편 : 팝콘 같이 맛난 역사적인 실수들
왜 다들 역사에 빠지게 됐지?
서점에 들러 여러 코너를 기웃거리다 보면 확실히 역사 관련 도서들의 출간이 부쩍 늘었다.
최근 구설수에 올랐지만 설민석 강사의 인기가 큰 몫을 한 부분은 사실이고 유튜브 등을 통해 양질의 컨텐츠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구독자 수를 늘리는 상황도 반영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통사가 주도하던 출판시장에서 다양한 주제와 테마를 가지고 접근하는 도서들이 인기를 끄는 현상도 과거와는 분명 다른 분위기다.
물론 직장에서 동료들에게 요새 무슨 역사책을 봤냐고 물어보면, 차가운 겨울바람이 둘 사이를 어색하게 휩쓸고 가지만.
2019년에 출판되었던 "인간의 흑역사"라는 책은 이런 경향에 있어 의표를 찌른 기획이었고, 독자들의 반응도 무척 좋았다. (네이버 평점 무려 9.12에 리뷰가 109건이나 된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된 빌 포셋 등 여러 작가들이 참여한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현대편과 고대~근대편은 이런 트렌드를 이해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중요한 역사의 부분들을 발췌하고 의미를 집어주는 형식으로 지식의 깊이를 한층 다듬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101가지 역사는 두 권의 책으로 나뉘어 연결되어 있는 책이고, 제목만 봐도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 쉽게 눈에 들어올 정도로 카피를 잘 뽑아냈다.
현대편은 51~101 51가자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1930년대 이후 현대 세계에서 벌어졌던 여러 사건들이 오만한 판단을 통해 거대한 흐름을 바꾸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일단 목차에서 흥미를 느낄 만한 제목들 한 번 소개 시간.
흑역사 62. 만약 로널드 레이건이 ‘카사블랑카’에 출연했더라면?
흑역사 65~66. 히틀러의 불면증과 롬멜의 생일 파티
흑역사 70. 만약 미국이 호찌민을 지지했었더라면?
흑역사 77. 심장 박동기를 만들어 낸 그레이트배치의 실수
흑역사 79. 케네디의 편이 아니었던 댈러스에서의 운명
흑역사 94. 결국 고귀하지 못했던 고르바초프의 실패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당시의 시대상황과 선택들이 다른 방향으로 이루졌다면 지금은 어떤 세상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상상하는 일은 가끔 끔찍했을 결과로 도출될 수도 있지만 자유로움은 생각의 사유와 개인의 선택 역시 신중하고 현명해야 함을 깨닫는다.
첫번째 이야기는 1930년, 실수로 만들어졌지만 세계인의 맛난 간식이 된 초코칩 쿠키 이야기로 시작한다.
코코아 쿠키를 만들겠다고 생각했지만 재료가 다 떨어지는 바람에 오븐에서 다 녹으리라 기대하고 초콜릿바를 쿠키에 집어넣은 루스 웨이크필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입자 크기가 컸기 때문에 초콜릿이 제대로 녹지 않고 딱딱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탄생한 의외성은 식당을 찾는 고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아작 아작 씹히는 저작감은 맛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덕분에 네슬레사는 이 레시피를 제품 표지에 실케 해달라고 루스와 협상을 했고 성공적인 마케팅의 사례로 남게 된다. - 루스는 평생 재료를 무상으로 받게 되는 즐거운 거래를 하게 된다.
실수의 흑역사가 오히려 긍정적이며 세계인의 입맛을 풍요롭게 해준 권장할 만한 사례다.
같은 1930년대 소련에서는 무지막지한 공포정치가 횡행했고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스탈린이다. 피의 숙청을 다룬 주제의 역사도서에서 그의 이름은 히틀러, 마오쩌둥과 함께 끔찍한 학살자로 이름을 올려놓았고 지금도 잔인함이 회자되는 인물이다.
앞으로 자신이 진행할 정치적 행보에 걸림돌이 될 소지가 있으면 미리 사형시키거나 시베리아로 보내 버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 측근조차 그의 광폭함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KGB의 전신인 NKVD가 선두에서 그의 명령을 철저히 실행해 나간다. 측근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뽑힌 키로프의 암살 배후에 스탈린이 있었고, 심지어 암살 사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짓거리를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자신의 권력에 위험요소가 될 수밖에 없는 군대의 위험요인도 싹을 잘라버려 군사력을 형편없게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1938년~39년 군부 숙청이 진행되어 대부분 총살형으로 마무리된다. 숙청자 명단에 3명의 원수, 군대장 16명 중 14명, 군단장 67명 중 65명, 사단장 199명 중 136명, 여단장 397명 중 221명이 사라졌다.
진짜 미친 짓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그 이후 소련이 독일의 진격에 속절없이 무너지며 수많은 사상자를 낸 원인이 바로 내부에 있었다는 충격적인 역사적 사실이다.
공포정치는 결국 칼자루를 자신의 목을 겨눌 수밖에 없다. 무자비한 숙청과 탄압으로 스탈린 자신은 스스로 암살에 대해 두려워했고 주변의 아무도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 책에서는 뒤에 또다른 챕터로 다루는데 결국 그는 집무실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방치되어 골드타임을 놓친다. 자업자득이라고 쓰기에 자신의 비참한 최후는 티끌만한 수준이긴 하지만.
"적은 당신이 바라는 대로는 고사하고 당신이 기대한 대로 행동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2차 대전 독일의 아르덴 숲 돌파작전을 설명하며 인용한 문구는 완벽한 고사처럼 들린다.
마지노선이라는 희대의 병크를 했다고 우리는 알고 있었지만, 저자는 그 정도로 마지노선 건설이 무의미한 작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프랑스의 가장 중대한 실수는 아르덴 숲이라는 자연요새를 적이 공격옵션에 절대 넣지는 않으리라 성급히 확신했다는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전쟁사를 훑어보면 방심이 모든 패전의 원인이었다. 항상 나의 수는 적에게 들키지 않는 완벽한 상태라고 믿어버리는 순간 모든 사고 회로와 실행력은 현실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2차 대전의 커다란 분수령이 된 프랑스의 완벽한 패배가 시작된다.
기업들의 흑역사도 소개된다.
대표적으로 코닥의 유명한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어 놓고도 망해버린 흑역사와 텐디 코퍼레이션이 모델 600이라는 경쟁력 있던 휴대용 컴퓨터를 만들어 놓고도 자사 창고에서 꽁꽁 숨겨놓았다가 뒤늦게 출시하여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사례를 소개한다.
시대를 너무 앞서도 문제지만 결국 모든 기업의 선택은 적시에 상품을 고객에게 투척하는 타이밍이라는 역사적 증명을 꺼내 놓는다.
에피소드별 장수가 길지 않아 다양한 역사의 한 토막을 흥미 진지하게 읽을 수 있는 기회였다. 좋은 점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바로 몰입이 되는 점이다. 많은 독자들에게 선택을 받고 추가적인 시리즈로 등장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기업 관련 에피소드는 조금 흥미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CEO의 의사결정이나 회사 내부 상황보다는 시장의 분위기와 사건이 전개된 상황 위주의 설명이었다면 조금 더 생동감이 있었을 것이다. 코닥과 다른 길을 걸은 후지필름의 비교사례는 기업의 경쟁과 선택이 전쟁과 꼭 닮았다는 부분을 다시 한 번 알려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일고 서평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