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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공부 - 말투 하나로 적을 만들지 않는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미숙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어른의 말공부 : 마음과 태도에서 건강해지는 어른의 자세
직장생활 해오며 "말 빨 하나는 괜찮은 편이야"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이년 전 불과 물같이 극성이 정반대인 상사와 일을 하면서 속도 많이 곪았고, 감정도 심하게 다쳤다.
그 와중에 가장 끔찍했던 일은 내가 말 빨이 별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부분이다.
지 혼자 착각하고 살았고 실제 되돌아보니 맞네라고 인정하지만, 착각 속에 살아온 나날동안 자각을 못한 채 미운 놈에게 진실의 빨간 약을 먹게 되었으니 피가 꺼꾸로 솟았다.
냉정해지자.
뭐가 문제지.
말이 빠른 건 알고 있지만 녹음기에 녹음해서 내 스피치를 들어보니 톤은 붕 떠있고 문장의 마무리는 힘이 없고, 중얼거리는 느낌이 드는 어조가 귀에 꽂힌다.
더 비참했던 건 사실 어투나 발음보다는 말하는 형식에 대한 부족이었다.
잘난 척 사느라 말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입장은 물론 설득하려는 방식도 객관적으로 시원치 않았다. 지금까지 일이 그럭저럭 풀렸던 건 그나마 문서작성이나 아이디어 개발 측면과 거래처나 직원들 관계에서 우위에서 서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사건은 굉장히 울적한 기분과 사람을 주눅들게 만들었고, 겸손이라는 부분, 그리고 말공부라는 부분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된다.
물론 조금 더 신경 쓰고 노력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그 때보다 많이 좋아졌느냐 돌이켜 보면, 문제를 인식한 그 정도의 변화뿐이다.
어쩌면 말공부는 책을 읽고 수련하고 다도를 하는 듯한 명상의 시간도 필요한지 모른다.
일본의 다양한 출판물 중 말과 태도에 대한 책이 자주 번역돼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내용은 전체적으로 읽어보면 술잔에 술이 넘치지 않게 90% 정도 찬 느낌의 평범한 내용이다.
종이 한 장 차이의 태도와 어투가 꽤 큰 차이의 반응과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놀랍기는 하지만 사실 익히 아는 비즈니스 룰이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저자가 말하는 챕터마다의 교훈도 중요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나의 태도, 즉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게 아니라 상대방과 공감하면서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하여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어른의 말솜씨라는 사실이다.
"거절의 이유는 일정 때문인가요? 금액 때문인가요?"
협상에 실패한 을의 질문. 받아들이는 갑은 정확히 답해주기 어려운 문제에 곤란해하고 다음부터 이 녀석 얼굴 볼 일 없게 해야겠다라는 높은 벽을 쌓게 된다.
"거절의 이유는 일정 때문인가요? 아니면 다른 사항 때문인가요?"
금전적인 이유였는지 우회적으로 물어보면서도 상대방의 기분을 망치지 않고 여유 있는 다음 기회를 만들어내는 화법이다.
부하직원이나 학생을 가르칠 때도 혼내는 게 능사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장점을 만개할 수 있게 코칭 한다는 자세를 필요로 한다.
회사에서 직원이 제대로 일을 못했을 때, 이 녀석을 어떻게 혼 줄을 내줘야 정신차릴까? 공개망신을 시켜볼까? 큰 소리를 낼까?
이런 고민 많이 해왔다. 하지만 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반감은 오히려 일을 망가뜨린다. 직원의 부족한 부분을 코칭해주는 마음 자세로 시작했다면 대다수의 직원들은 오히려 죄송해하며 자신이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일을 처리할까 고민하며 기운을 낼 수 있다.
"혼을 내 야지"가 아니라 "도와줘야자".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직원들의 좋은 면을 포착하라는 말공부다.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성격이다.
똑 부러지게 안된다고 해야 하나 시간을 끌다 다시 한번 요청이 들어오고 나서야 거절을 하니 서로 두번씩 피곤해지는 상황이다.
물론 영업을 해봤던 경험상 부탁을 하는 이의 입장에서는 거절이 단 칼에 떨어지기 보다는 수고를 들이더라도 두 번에 나뉘어 지는게 이후의 새로운 시도를 도모하는 면에서도 그렇고 거절하는 이의 미안한 마음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회성의 관계이거나 거절하는 사람은 한 번에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게 유리하다.
저자가 거절을 어떻게 유연하게 끌고 가는지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는데, 간단한 방법임에도 실행하였을 때 효과는 제법 클 수밖에 없는 조언이다.
나이를 먹어가고 스스로의 부족을 인정하니 말공부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책을 읽게 되니, 부족함이 많았던 직장생활의 후회가 마음 한 곳을 무겁게 한다.
조금 더 어른의 말공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보다 좋은 내가 되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다.
자식이나 가족 간에도 말에 대한 예의와 공감이 필요하다.
책을 읽어가며 어른이 되면 책임감도 커지고 귀가 커지고 말이 줄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 대화 예시를 대조적으로 배치하여 독자가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그리고 이유는 말투 하나로 얻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딱딱한 문구가 아닌 자연스러운 말투로 바로 옆에서 부족함을 일깨워주는 선생님과 차 한잔 하시는 느낌이랄까.
추운 겨울 조용히 앉아 책을 넘겨가며 아직 어린 마음이 남아있는 어른의 모습을 연마하는 계기가 될 만한 가르침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