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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품격 - 통쾌하거나 찝찝하거나 찌질하거나 위대하거나
박재항 지음 / 위북 / 2021년 6월
평점 :

반전의 품격 : 잘나가는 리더가 되기 위한 반전이라는 숨겨진 전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 내 몸에 써 있는 이 글자들은 뭐 지?
거장의 반열로 들어선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2번째 장편영화인 "메멘토"는 시간을 역순으로 구성한 전개방식이 당시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을 뿐 아니라, 시간의 과거로 도착하였을 때 던져진 반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놀라움을 주었던 영화였다.
"식스센스"가 관객들의 혼을 빼가는 반전의 묘미를 선보인 이후, 스릴러 영화의 공식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탄탄한 성공의 비결이 숨어있는 반전을 영화 중반부까지 관객에게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을까에 달렸다는 믿음까지 갖게 된다.
인생에도 반전이 있을까?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을 살아왔다면 앞으로 계속 포근한 여생을 지내면 되겠고, 굴곡이 심한 대다수에게는 인생한방의 꿈도 있고, 자신이 추구하던 성취를 갈망하는 끈기도 생겨나며, 역전의 명수 답게 힘들었던 과거를 떨치고 한단계 도약한 자기 모습을 바라기도 한다.
반전의 묘미를 저자는 본인이 몸담았던 광고업계의 에피소드와 역사의 이면,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찾아내 우리에게 제안한다.
이런 역전 드라마를 통해 우리도 같이 멋진 반란을 꿈꾸어 보지 않겠느냐고?
자비
링컨의 일화가 나온다.
저는 춤을 못 추는 사람이라고 하며 여성에게 춤을 권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상대방의 험담이나 모욕을 한발 물러서서 자기를 낮추는 동시에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드는 반전 또는 역전의 기술이 보인다.
자학개그라고 표현하는데 3가지 특징이 설명된다.
-상대방의 공격을 인정하여 맥이 풀리게 만들고
-자신을 낮춤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화술을 사용하며
-상대에 대한 배려까지 충족시킴으로써 오히려 시비를 건 사람이 무안하게 만들며 링컨을 다시는 업신여길 수 없는 상태까지 몰아넣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을 때 머리가 핑 돌면서 달라붙어서 한 판 벌이는데 남는 건 서로의 상처뿐이다. 때로는 모욕을 당한 건 난데 대판 싸움의 패배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상황이 된다면 그야말로 멘붕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이 두려워서 자신을 낮추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잘 생각해보면 감정적으로 행동한 결과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경우의 수가 적다는 상황판단이 필요하다.
생력
이탈리아 축구선수 피를로가 등장하는 하이네켄 CF 이야기로 생력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매순간 긴장하며 살기 마련인 우리의 인생이지만 같은 강도의 집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시간의 밀도를 때로는 꽉 차게 중간에 다시 풀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런 여유를 가지고 유연하게 움직일 때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결정적인 순간은 예기치 못한 때 오기 때문에 그때 풀파워를 올려야 한다.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유가족들에게 쌍욕을 하던 노인에게 한 정신과 의사가 찾아가 말을 거는 장면이 등장한다. 심한 언사를 주고받을 생각이었다면 이내 보기 흉한 광경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의사는 부드러운 미소로 노인의 불만과 생각을 들어주기만 했다. 오랫동안 아집과 고독 속에서 허둥대다 그 자리까지 흘러온 노인은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던 미안함이라는 감정을 꺼내 들게 된다. 끌어당기는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반대로 생각할 때 네 말이 맞다며 허허실실 웃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그냥 바보도 있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정확하게 나를 꿰뚫어보고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궁지에 몰아넣을 것이다. 허허실실 작전에 속아서 잘난 척하다 가는 우울한 결말만이 기다린다. 세상에 고수는 많다. 내가 고수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연
공자는 같은 상황에 대해 한 제자에게는 즉시 실행하고 명하고, 다른 제자에게는 뒤로 물러나 있으라고 권한다. 다른 제자들이 왜 같은 사안에 대한 조언을 하냐고 의구심을 갖자, 염구는 매사에 뒤로 물러나 있는 사람이고 지로는 남보다 배를 앞서는 사람이니 둘에 대한 가르침이 달라진다고 한다.
하나의 상황이라도 시간이나 공간, 사람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관여하는 사람은 상황에 맞춰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법이다.
반전의 재료와 장치들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서도 이야기는 이어진다.
허구
남극 탐험가 새클턴의 탐험대를 모집하는 신문광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모험심과 도전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회자되었다. 하지만 오래 지나서 이 광고가 거짓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허구는 현재의 상황을 과장하게 된다. 때로는 선의의 목적을 위해 허구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허구의 진실이 알려졌을 때는 앞서 사람들이 받았던 감동과 결과가 의미 없는 휴지 쪼가리로 바뀌기도 하는 각오 정도는 해야 한다.
은폐
의도적으로 유리한 내용만 인용하는 방법은 거짓인 허구와는 분명 다르지만 효과와 부작용은 유사하다.
캘리포니아의 오렌지가 유명해진 이유에 대한 미화된 찬사들은 사실 유리한 내용만 뽑아서 연결하였다.
명백한 속임수의 의도는 사실의 집합이라도 결과적으로는 거짓된 유혹일 뿐이다.
앞 뒤 다 잘라먹고 왜곡된 사실을 전면에 나오는 요즘 신문기자들의 행태가 떠오른다.
하버드 로스쿨 졸업생 대표가 연사로 나서서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만 실제 자신이 한 연설 내용이 히틀러가 사람들이 선동할 때 쓰던 연설문이라고 밝힌다.
관중 모두 멍해진 상태에 빠졌다. 의도적인 강조를 위한 연설의 방식으로서 "은폐"가 쓰인 사례이고 효과적인 면에서는 확실하다. 하지만 결국 은폐는 거짓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 같지는 않다.
도치
우리나라 지도를 거꾸로 보면 유라시아 맨 끝에 붙어있는 반도가 아니라, 거대한 바다가 활짝 열린 해양국가라고 한다. 관점의 차이는 사실 어렵기도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간단한 변화다.
지도 같은 경우 단순히 페이지를 뒤집는 간단한 변화지만 상식을 도치시켜 바라보면 생각의 깊이와 방향이 달라진다는 놀라움을 경험하게 된다.
책에 등장하는 우주비행에 대한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도치가 우문현답을 만드는 확실한 도구라는 믿음이 자라난다.
-왜 우주선에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사람을 태웁니까?
-사실 사람이 70kg밖에 안되는 용량으로 초대형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때문에 효율적입니다.
물론 교묘한 나사의 핑계지만 설득력이 있다.
훌쩍 시간이 흘러버린 2021년에는 단번에 반박을 당했겠지만.
모순
이 책에서 가장 재미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바로 헨리 포드의 이야기.
포드 자동차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고 주5일제를 근무하자 많은 기업인들은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헨리 포드의 생각은 모순되지만 오히려 나비효과처럼 자신에게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확신이 있었다.
포드의 고임금 저노동이 기업들에게 퍼져 나가 많은 근로자들이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면 자동차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2수를 앞선 생각이었다.
실제 그 덕일까?
어떤 색상이든 고객이 원하는 데로 맞춰주겠다, 단 검은색을 선택한다면! 이라는 모순된 포드자동차의 마케팅이 연상되며 핸디 포드는 그의 생각대로 대량생산 마이카 시대를 열었고, "현대"를 발명한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노력이 눈에 선하다.
그가 겪었던 광고시장의 숨어있는 에피소드는 물론 기업과 사회에서 회자되던 의미 있는 사례들을 잘 모아 독자가 흥미를 잃지 않고 책을 단숨에 읽어 나갈 수 있는 엮음을 해냈다.
반전이 주는 매력은 "낯 설음"과 "충격"이다.
물론 결과적인 인상은 좋은 방향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상대를 만날 때의 설레임이다.
사회생활이나 개인의 생활에서 변화가 주는 즐거움은 또다른 희망과 가능성을 열게 해준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만들어준다.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도 행동하는 반전의 묘미는 하루아침에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많은 노력과 다른 사람들이 했던 방식의 모방에서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방식의 반전의 방식은 새로운 도전을 제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