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의 트릭 해부학 - 추리소설의 트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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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의 트릭 해부학 : 고전 추리소설 백과사전, 재미 보장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즘은 한국 장르 문학의 위상이 눈부신 비약을 보이고 있어 다른 산업들처럼 일본의 아성 또한 뛰어 넘으리 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그들의 저력이 지금까지 대단했다는 면모도 부정할 수 없다.


강제 개항 이후 눈부신 산업 발전으로 유럽 열강들과 어깨를 견줄만한 국력을 키웠던 일본의 개혁 드라이브는 예술의 각 분야에서도 화려한 꽃을 피웠고, 2차 대전 패망 이후 세계 2위의 경제력으로 재건해가며 문화의 다양성과 소재를 확보하는 경험의 축적과 향유의 소비력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었다. 경제 대도약 시절 문화 전반의 융성은 지금 우리의 문화 성장속도 보다 한단계 위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그걸 또 나름대로 해석해 또다른 부흥기를 만들게 된 부분도 있을테고.


대발전기의 토대가 되는 1900년대 초반의 개혁의 선구자들은 서양의 문물을 빠르게 흡수하고 자신들만의 강점을 결합시킨 저력을 그들의 문화력으로 창출했다.


그중 우리가 손에 든 이 책의 저자, 에도가와 란포 역시 일본 장르문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 중 한명이다.

지금 읽어봐도 그 어떤 영미 미스터리 문학에 견주어 빠지지 않을만큼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탐정 추리소설에 빠져서는 안되는 트릭과 추리기법 들이 잘 녹아있다는 사실을 그의 작품을 접해본 독자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양념처럼 녹아있는 퇴폐주의와 환상주의는 다소 향이 짙다는 과함도 존재하지만 시대상을 고려할 때 자극만이 살아남을 수 있던 시대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듯하다.

 

그런 그가 당시의 여러가지 소설 작품에 사용된 기법들을 정리해가면서 자신만의 지식 노트를 만들어가며 영역을 구축해갔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추리소설 작가가 어려운 점은 책에도 언급된 바와 같이, 같은 트릭을 카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른 장르의 소설은 과거에 흥행한 스토리를 변형하더라도 새로운 이야기를 잉태한 재료로 웃으며 넘어가지만, 추리소설 영역은 한 번 써먹은 다른 작가의 트릭을 차용하면 제 아무리 변형을 시키거나 스케일을 확대해봐야, 독자들에게 “어이, 이건 예전의 트릭을 베낀거네”라며 조롱을 보낸다.

이 장르만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작가들의 고난의 길을 상징한다.



이 책 한 권을 손에 들면 란포가 활동하던 당시에 절정을 누렸던 동서양 추리소설의 다양한 트릭과 기법들의 생생한 상황과 놀라운 창의력들을 창고에서 꺼낸 오래된 만화책을 읽을 때의 소소한 재미와 감상 속에 나만의  트릭 상자 속에 정리해나갈 수 있다.


기발한 범죄의 기법을 케이스마다 들쳐보는 과정은 수학문제 하나 하나 풀어내는 묘미와 비슷하다.

더군다나 허구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형태인만큼 죄책감 따위는 잠시 접어두고 두뇌 게임에만 몰두하는 장점이 있다.


요즘의 장르소설처럼 자극성이 덕목이 되는 경향과 달리 트릭 자체에 중심을 두는 고전 추리 소설들의 잔잔한 재미는 머리 회전을 가속시키는 롤러코스터같은 흥분감을 선사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봤던 고전 시대의 작가들이 활용한 트릭들을 테마로 묶어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눈으로 단서들을 쫓아가면 페이지는 술렁 술렁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범죄의 방식들을 작가들이 고민하는 내용들도 인상적이다.

예를들어 독극물에 대한 백과사전이라도 준비한 듯, 생각지도 않는 방식으로 누군가를 해치려는 접근은 “독”이라는 매개체로 목적을 이루려는 흉악한 범죄는 인간 역사에서 뗄 수 없는 유착 관계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의 테마를 통한 작가들의 고민을 엿보는 즐거움은 해당 작품을 찾아 읽게 되는 선순환의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다만 하나만 주의하먼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가 읽기로 마음 먹은 고전 소설의 트릭을 미리 알게 되는 스포일러 말이다.


대작가가 엮은 다양한 형태의 원고를 하나로 묶어 멋진 책으로 만들어낸 출판 기획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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