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6 ㅣ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6
강상규.이경수.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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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6권 : 정말 우리와 다른 일본과 일본인, 이유가 궁금하다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늘 마음이 복잡해진다. 

가깝지만 멀고, 익숙한 듯하지만 끝내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나라. 

지리적으로는 이웃이지만 역사적으로는 늘 어딘가 어울릴 수 없는 그림자를 남겨 왔고, 그래서 일본을 이해한다는 말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이 책은 바로 그 복잡한 감정을 조용히 건드린다. 일본을 단순히 관광지나 소비문화의 나라로 보지 않고, 그 사회의 결이나 사람들의 생활 태도, 시대가 남긴 상처와 변화의 흔적까지 차근차근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들의 감정선을 알게 되면서 과거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바램을 가져보기도 한다.


책의 장점은 무언가를 거창하게 설명하려 하지 않는 데 있다. 오히려 일상적인 장면, 한 사람의 경험, 하나의 단어, 하나의 공간에서 출발해 일본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왜 이렇게 흘러왔는지 조망하고 해답을 찾는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오에 겐자부로를 다룬 대목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이 자랑하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라고만 알고 있었다. 하루키가 그렇게 도전해도 이루지 못한 꿈 아닌가! 오에 겐자부로는 전쟁 이후 일본 사회가 어떤 가치 위에서 다시 서야 하는지를 집요하게 묻고, 문학과 시민운동을 하나의 일관된 행동을 바라본다. 그의 작품에는 전쟁의 기억이 깊숙이 배어 있다. 어린 시절 전쟁이 끝났고, 그 이후의 일본은 패전의 상처와 성장의 욕망 사이에서 그애말로 혼란의 도가니였다. 오에는 사회의 절망과 모순을 문학으로 적어내려갔고, 현실에서는 헌법 제9조를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을 주도하기까지 했다. 지식인이 작품을 통해 세상에 자신의 주장을 알리는 한계를 넘어 직접 사회에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천이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지매 심한 일본인들이 안보이는 곳에서 얼마나 작가를 괴롭혔을지 안봐도 비디오다.



생활적인 측면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일본의 생활문화, 특히 모닝 서비스와 깃사텐 문화였다. 

몇년 전 혼자 도쿄 여행을 떠났는데, 호텔비 아끼려고 조식이 없는 예약을 했다. 덕분에 근처 문 연 카페에 들어갔는데,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신문을 펼친 노인들, 조용히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무료로 함께 나오는 토스트와 달걀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놀란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서비스 좋네,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그 안에 훨씬 많은 사회적 의미가 들어 있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랐다. 모닝 서비스는 그저 커피 한 잔에 빵이 따라오는 친절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습관이고 생활의 리듬이며, 깃사텐이 담당해온 사회적 역할이라는 설명이었다.

가격도 꽤 저렴해서 5천원이면 간단한 식사와 커피까지 해결하는데,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 모닝 메뉴 가격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문화는 왜 정착되지 못했을까, 억울해진다.

물론 도쿄 직장인들이 출근길에 식사를 하면서 신문을 펼쳐들거나 여유있는 커피 한 잔 마시는게 더 부럽지만. (대부분이 그러지 못하리라고 믿고 싶다. 우리처럼)

나고야나 히메지 같은 지역에서 모닝 서비스가 지역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과정이나, 각 지방마다 아침 식사의 형태가 조금씩 다른 이유들이 단순한 음식 문화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주는 과정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겉으로 보기엔 빵 한 조각, 커피 한 잔, 달걀 한개지만, 그 안에는 경제 구조와 상업 경쟁, 지역 상권의 변화, 그리고 노년층의 일상적 고립을 완충해주는 기능까지 숨어있다.


일본의 말을 통해 사회를 읽는 재미도 있다다. 신조어와 유행어는 그 시대를 잘 드러내는 징후다. 책에서 소개된 ‘히키코모리’, ‘1.57 쇼크’, ‘취직 빙하기’ 같은 표현들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시대적 불안을 압축한 유행어다. 특히 ‘히키코모리’는 이제 일본만의 단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세계적으로 쓰이게 되었는데, 그만큼 현대 사회의 고립과 단절이 국경을 넘는 문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런 단어들을 통해 일본 사회가 어떤 불안 속에서 변해 왔는지 보여준다. 단어 하나가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담아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정 반대로 한국어가 일본에서 유행하게 된 단어는 뭐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데즈카 오사무 이야기도 평상시 알던 것과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다. 전쟁을 겪은 만화가가 왜 그토록 생명과 평화를 강조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만화를  “종이 요새”라고 생각했는지 인상적이다. 폭격 속에서 사람과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삶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장면은 어떤 예술가에게도 쉽게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데즈카는 그런 현실을 애써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만화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말하고자 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 웃음과 감동을 함께 주는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살게 하는 이야기가 그의 중심에 있었다. 이 부분은 일본 만화의 대중적 매력 뒤에 숨어있는 따뜻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손길이 느껴진다.


우에노 공원의 국립서양미술관과 오모테산도의 네즈 미술관을 방문했던 기억은 책에 소개된 도쿄 미술관 투어 챕터를 보니 다음에는 추가적인 도전을 다짐하게 만들어준다.

로댕의 유명한 작품들이 마당에 전시되어있는 미술관에서 12월초의 서늘한 바람이 다시금 느껴진다. 추운 바람을 피해 들어간 미술관 내부의 유명한 작품들과 열정적으로 관람하는 사람들. 서양열강에 뒤지지 않는 국력을 한 때 보였던 문화저력이 그곳에 있었고, 이제는 시들어가는 나라의 옛영광이라는 안타까움도 교차되던 기억이 난다.



한 번 읽고 끝나지 않고, 여행의 기억과 생활의 장면을 다시 불러오게 만드는 책으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다시 한번 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쇼핑과 먹거리 여행도 좋지만 그들의 삶을 다시 한 번 들어다 보는 기회를 다른 분들도 가져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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