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승환의 ETF 완전 정복 : 투자의 기본을 다시 시작하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주식시장이 뜨겁다 못해 이글이글거린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장의 일부가 뜨겁다.
2024년 이후 상승세를 주도하는 건 결국 AI 관련 종목들이고, 그 외의 섹터에 분산투자를 해온 사람들은 오히려 손에 쥔 게 별로 없는 이상한 장이 계속되고 있다.
투자의 기본 원칙이라고 배웠던 분산투자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몇몇 AI 테마주만 붙잡고 있는 사람들은 신났고, 교과서대로 넓게 펼쳐놓은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는 상황이 됐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원칙대로 하면 손해고, 원칙을 무시하면 이익인 시장이라니.
그렇다고 원칙이 틀린 건 아니다. 이건 시장의 시간이 짧을 때 나타나는 착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수익률 표를 보고 있는 투자자 입장에선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나 역시 그런 감정을 갖고 이 책을 펼쳤다.
주식 투자에 본격적으로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과거에는 펀드가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했다. 개별 종목을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 전문가가 운용해준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하지만 펀드는 사고파는 타이밍이 영 불편했고, 수수료 구조도 불투명한 경우가 많아 외면받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인 ETF가 채웠다. 상장지수펀드라는 이름답게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고, 분산 효과까지 기본 탑재된 상품이다 보니 요즘은 ETF 하나도 없는 사람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문제는 그렇게 가볍게 시작한 사람들이 ETF의 구조나 특성을 제대로 알고 투자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이름이 그럴듯하면 사고, 최근 수익률이 높으면 사고, 유명한 운용사 브랜드만 믿고 사는 식이다.
직접 투자보다 손실 가능성이 낮다는 건 맞는 말이지만, 그게 리스크가 없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나도 이 부분에서 솔직히 말하면 허술했다. ETF 몇 개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는 부끄러움 몰려온다. 그러니 상품별 수익률도 제각각.
삼프로 TV에서 꽤 자주 보던 얼굴, 염승환 저자가 100문 100답 형식으로 ETF의 기초부터 심화까지 풀어쓴 책이라기에 기대를 갖고 페이지를 읽어갔다.
책은 크게 여섯 파트로 구성된다. 1부와 2부에서 ETF의 개념과 유형을 정리하고, 3부와 4부에서 실전 투자 전략을 다루며, 5부와 6부에서 트렌드 분석과 절세 방법을 소개한다. 구성 자체는 깔끔하다. 입문자가 처음부터 읽어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고, 이미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2부 이후부터 읽어도 무리없다.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게 이렇게 많았구나"였다.
분산투자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분산이 아니었다는 대목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S&P500 ETF도 사고, 나스닥100 ETF도 사고, 미국 빅테크 TOP10 상품도 하나 더 넣었더니 왠지 다양하게 갖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밖에 없을텐데, 저자는 이게 전형적인 착각이라고 못 박는다. 세 상품 모두 결국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가 최상단에 똑같이 들어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어, 진짜!
포장지만 다르고 내용물은 같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진짜 분산이 되려면 섹터가 달라야 하고, 지역이 달라야 하고, 자산 성격 자체가 달라야 한다. (물론 이러면 서두에 이야기한 요즘 국장의 분위기와 또 다르지만.)
운용보수에 대한 이야기도 여러 번 반복해서 강조하는데, 이게 읽을 때마다 아차한다. 수익률 계산할 때 운용보수를 빼먹는 습관은 생각보다 흔한 실수다. 표면적인 보수만 확인하고 기타 비용, 즉 매매 중개 수수료나 합성 ETF에 붙는 추가 비용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흙퍼서 장사하는게 아닌데 말이다. 특히 해외 자산형 ETF는 비용 구조가 복잡해서 지수 수익률과 실제 수익률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은 나중에 꼭 다시 체크해봐야겠다고 밑 줄 쫙.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경고도 명확했다. 지수가 10% 하락 후 10% 반등하면 원금은 99%지만, 2배 레버리지는 20% 하락 후 20% 반등해도 원금의 96%밖에 되지 않는다는 퍼센트 계산의 함정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수치로 보니 더 실감이 난다. 요즘 AI 섹터를 강조하는 레버리지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고 광고도 많이 보이는데, 반도체 주가가 앞으로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나도 동감한다. 하지만 그 방향이 맞더라도 레버리지 상품을 장기 보유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동성 때문에 가치가 잠식되는 구조는 방향이 맞아도 타이밍이 틀리면 크게 잃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꼽으라면 원자재 ETF와 리츠 ETF 섹션이었다. 나는 아직 금, 은, 원유 같은 원자재 쪽으로는 손을 뻗어보지 못했는데, 이 파트를 읽으면서 조만간 한번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어느 정도 미국-이란 간 긴장이 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원자재 상품성이 다소 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지금이 공부하기에 적당한 타이밍일 수도 있다. 원유 ETF는 실물 보관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물 형태로 구성된다는 것, 그래서 원유 가격과 ETF 가격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구조적인 차이를 이번에 처음 제대로 이해했다. 금 ETF는 실물 금을 금고에 보관하고 가격을 추종하는 방식이라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안전자산 성격도 겸비하고 있어 첫 진입으로 적합하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었다.
리츠 ETF는 예전보다 매력이 떨어진 건 맞다. 오프라인 유통의 퇴조,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오피스 수요 감소 등이 리츠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준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부동산은 어떤 형태로든 시대에 맞게 재편되면서 살아남는 시장이기도 하다. 물류센터 수요라든지, 데이터센터를 담은 인프라 리츠처럼 구시대적인 쇼핑몰 리츠와는 성격이 다른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어떤 리츠 ETF를 담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갈릴 수 있다는 것, 그 안을 들여다보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절세 부분은 솔직히 조금 벅찼다. ISA 3년 만기 사이클, IRP 안전자산 30% 의무 규제 돌파 전략, 연금저축 이전 등 내용 자체는 정확하고 실용적인데 한꺼번에 소화하기엔 좀 어려웠다. 특히 ISA 계좌 해지 후 만기 자금을 연금 계좌로 이체하면 이체 금액의 10%까지 추가 세액공제를 받는다는 부분은 기억해두면 꽤 유용한 팁인데, 이런 내용들은 따로 정리해두고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책 한 권으로 ETF의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흩어져 있던 지식들을 정리하는 데는 충분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상품명, 들어본 적 있는 개념들이 이 책을 통해 하나의 체계로 묶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산발적으로 알고 있던 ETF별 특성과 포트폴리오를 한자리에서 비교하면서 정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직접 발품을 팔지 않아도 주요 상품들의 구조와 차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으니 효율적인 공부가 됐다.
다만 책의 숙명적인 한계는 있다. 책이 나온 이후에도 시장은 계속 움직인다. AI 레버리지 상품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전기차 섹터는 캐즘 이후 반등을 준비 중이며, 반도체 주가에 대한 전망도 계속 수정된다. 책에서 소개한 특정 트렌드나 추천 상품은 시간이 지나면 이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독자 스스로 시간의 간격을 감안하면서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건 이 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투자 입문서가 공유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ETF 공부를 미뤄온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시작하기에 좋은 책이다. 남들 다 한다는 ETF, 나도 이제 좀 제대로 알게 됐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