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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쓸모 있는 수학적 사고 - 복잡한 세상을 꿰뚫는 19가지 생각의 기술
류쉐펑 지음, 이서연 옮김,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6년 4월
평점 :

이토록 쓸모 있는 수학적 사고 : 복잡한 세상을 바라보는 수학의 세계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고등학교 시절 수학이 싫어 문과로 '도망친' 전형적인 사람이다. 복잡한 수식과 기호는 늘 도망자로 만들었고, 수학이란 그저 대학 입시를 위한 통과의례일 뿐, 삶의 지혜와는 가장 먼 곳에 있는 학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수학과 관련된 삶의 지혜를 배우는 기회는 가급적 피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고, 세상을 깊게 들여다볼수록 언제까지나 도망칠 수는 없다는 자각이 들고는 했다 “이토록 쓸모 있는 수학적 사고”는 평소 관심이 많던 생각의 방식에 대한 고민과 방향에 수학적 이론을 접목한다는 접근법이 마음에 들었더.
마케팅 업무에서 일하다 보면, 세상은 결코 1+1=2 처럼 명쾌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공들여 기획한 캠페인이 무색하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복잡계 그 자체다. 저자는 우리가 성실함 또는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수많은 실패의 원인을 확률의 부재에서 찾는다.

이 책에서 배운 수학적 사고를 가장 먼저 적용해 본 곳은 지극히 현실적인 나의 생활 반경이었다. 최근 동네 아파트 단지들을 보며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가능성을 타진하고, 곧 있을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선택의 연속이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 동네가 뜨고 있으니까",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라는 직관에 의존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강조하는 '기댓값'의 논리를 대입해 보기로 했다.
단순히 '가격이 오를 확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정책 변화, 금리 변동, 그리고 해당 단지의 고유한 변수들이 실현될 확률과 그로 인해 얻게 될 순수 가치를 곱해 기대 값을 산출해 보는 과정이다. 물론 초보자가 정교한 수치 모델링을 해내기란불가능이다. 하지만 어설프지만 각 시나리오별로 확률을 배분해 보고, 최악의 경우를 배제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만으로도 막막했던 결정에 논리적 근거가 생겼다. 이는 단순히 돈을 버는 법을 넘어, 불확실한 미래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엄청난 안정감을 주게된다. 최악의 수를 피하는 확률게임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나의 오랜 취미는 록 음반을 수집하는 것이다. Deep Purple이나 Rainbow 같은 밴드들의 복잡한 멤버 교체사와 리치 블랙모어, 이언 길런 사이의 갈등사를 파헤치는 것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인간관계의 오묘한 순간들을 관찰하는 탐구라고도 볼 수 있다. 천여장 남짓한 CD가 꽂힌 랙의 알록달록한 모습은 어떤 이에게는 혼돈한 공간으로 보이겠지만, 내게는 나만의 정보 질서를 갖추어 놨다. ABC 순서가 아니라 그룹 계보나 미세한 장르 패턴에 맞춘다..
이 책은 이러한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어떻게 유의미한 패턴을 찾을 것인지를 수학적으로 설명한다. 밴드의 라인업 변화를 마르코프 연쇄와 같은 확률적 전이 과정으로 이해해 보거나, 특정 앨범의 사운드 실험을 정보 엔트로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복잡한 세상을 꿰뚫는 기술은 결국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소음을 제거하고 핵심적인 수학적 규칙을 찾아내는 일이라는 점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정보의 노이즈를 제거하고 진짜만 골라내는 능력은 단순한 직관이 아니라 수학적 알고리즘이 필요하겠다는 공감을 갖게 한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위한 'AI 기반 생기부 컨설팅'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저자는 이런 막연했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힌트를 알려준다. 즉, 완벽한 계획을 세워놓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가 유입될 때마다 나의 가설을 수정해 나가는 접근법이 그것이다.
또하나 중요한 습관의 방법을 얻었다. 바로 '잠시 멈춤'이다. 드라마를 볼 때나 책을 읽을 때, 예전에는 그저 결말을 향해 달려갔다면 이제는 결정적인 사건의 분기점에서 잠시 책장을 덮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방향을 예측해 보려고 한다.
예를들어 "이 인물의 성향과 지금까지의 복선을 고려할 때, 다음 선택의 확률은 어떻게 될까?"
이런 훈련은 비즈니스 기획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일본의 소자본 공간 활용 사례나 senior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할 때도, 단순히 사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시장이라는 변수를 대입했을 때의 성공 확률을 시뮬레이션해 본다. 이러한 '멈춤과 예측'의 시간은 성인 교육에 있어 단순 암기식 학습이 아닌, 복합적이고 통섭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솔직히 고비가 찾아왔다. 각 챕터의 도입부에서 일상적인 에피소드로 시작할 때는 "수학, 생각보다 할 만한데?"라며 부담 없이 읽어나갔지만, 이를 이론적으로 심화하는 과정에서 생소한 수학 기호와 공식들이 등장하면 당황스러움이 앞섰다. Σ(시그마)나 복잡한 지수 함수 기호들은 고등학생 시절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며 "역시 수학은 내 길이 아니야"라는 도피 본능을 깨우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책은 불친절한 교과서가 아니었다. 기호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그 수식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논리적 흐름을 하나씩 따져보니 상당수 내용이 이해할 수 있다. 사실 기호는 그저 복잡한 생각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약속일뿐이었다. 다만 내게는 효율성이 조금 부족하지만.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갑자기 수학적 호기심이 불타올라 미적분 문제를 풀고 싶어지는 학구열이 생긴 것은 아니다. 여전히 수식은 낯설고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수학적 사고가 주는 인사이트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생겼다. 특히 챕터별 마지막에 배치된 요약 정리는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며 내용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