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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만든 사람들 - 아르키메데스부터 괴델까지, 수학자 50인에게서 배우는 수학의 역사와 원리
알프레드 S. 포사멘티어 외 지음, 강영옥 옮김 / 동아엠앤비 / 2026년 2월
평점 :
수학을 만든 사람들 : 차가운 수식 뒤에 숨겨진 뜨거운 인간의 드라마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내게 수학이란 결코 애정을 품을 수 없는 차갑고 건조한 학문이었다.
그나마 수학 언저리에서 즐거움을 느꼈던 기억을 꼽자면 초등학교 시절 다녔던 주산학원이 유일하다. 경쾌하게 주판알을 튕기던 손맛,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도 웬만한 두 자리, 세 자리 숫자의 계산은 암산으로 척척 해낼 수 있게 된 얄팍한 잔기술만이 내게 남은 수학적 유산의 전부였다.
만약 그때, 단순히 숫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하는 기계적인 숙련도를 넘어, 그 숫자와 기호들이 품고 있는 진정한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경이로움과 매력을 누군가 내게 가르쳐 주었더라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생업을 찾지 않았을까?
결국 나는 수학의 아름다움을 깨닫지 못한 채 수식만 보면 머리가 아파지는 '100% 순도의 문과생'으로 대학 생활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험난한 직장생활은 수학에 대한 원망만 늘려놨다. 세상은 감성이나 화려한 문장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복잡하게 얽힌 비즈니스 현장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논리적인 인과관계를 따지며, 최적의 해답을 도출해 내는 과정은 수학적 사고, 그 자체였다. 숫자로 증명하고 논리로 설득해야 하는 숱한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학창 시절 수학을 멀리했던 아쉬움과 미련으로 마음 한 켠에 고였다.
요즘 낯설고 흥미로운 취미 하나를 시작하려고 마음만 먹고 있다. 바로 학창 시절 나를 그토록 괴롭혔던 애증의 책, 수학의 정석을 다시 펼쳐 드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누구의 강요도, 입시라는 무거운 압박감도 없이 오롯이 나의 의지로 수학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책만 사면 된다.
이처럼 지독하게 복잡한 이론과 수식들은 도대체 '누가', '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것일까? 무작정 암기하기 바빴던 그 공식들 뒤에는 어떤 역사가 숨 쉬고 있을까?
이러한 지적 갈증이 알프레드 S. 포자먼티어와 크리스티안 슈프라이처가 공저한 “수학을 만든 사람들”로 이끌었다. 50명에 달하는 위대한 수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연대기적으로 정리한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명확했다. 그렇게 하기 싫어 도망쳤던 수학의 여러 이론과 수식들이 탄생하게 된 치열하고도 인간적인 역사의 현장을 내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고대의 철학자부터 근현대의 대수학자들에 이르는 이 거장들이 감정의 동요 없이 오직 이성으로만 무장한 완벽한 존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두 저자가 담담하게, 그러나 흥미롭게 그려낸 50인의 삶은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질투하고, 분노하고, 좌절하며, 때로는 지독한 편집증에 시달리는 결함 많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다.
가장 먼저 흥미를 끈 것은 고대 수학의 철학적 토대를 닦았던 피타고라스(Pythagoras)다. 학창 시절 '피타고라스의 정리'라는 건조한 공식으로만 외웠던 그는, 사실 단순한 수학자를 넘어 영혼의 윤회를 믿고 철저한 채식주의를 규율로 삼았던 일종의 종교 집단(피타고라스 학파)의 교주였다. 만물의 근원을 수(數)로 보았던 그들의 신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행보를 읽으며, 수학의 기원이 단순한 셈법이 아니라 우주의 비밀을 풀고자 했던 종교적 열망에 맞닿아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챕터는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책 속에 묘사된 뉴턴의 내면은 놀랍도록 편협하고 신경질적이었다. 그는 라이프니츠와의 미적분학 최초 발견을 둘러싼 우선권 논쟁에서 자신의 학계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을 철저히 파멸시키려 드는 옹졸함을 보였다. 타인과의 소통을 극도로 꺼리고 연금술과 이단적인 신학에 집착했던 그의 어두운 이면은, 훌륭한 학문적 성취가 반드시 성숙한 인격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씁쓸한 교훈을 안겨주었다. 주식에서 엄청난 실패를 맛보았던 점도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반면, '수학의 황제'라 불리는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Carl Friedrich Gauss)의 생애 앞에서는 인간 지성이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경계에 압도당한다. 초등학교 시절 1부터 100까지의 합을 순식간에 계산해 낸 일화로 유명한 그는, 그야말로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수학적 진리를 발견해 냈다. 하지만 그의 완벽주의는 다른 이들에게 절망의 벽이기도 했다.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연구는 절대 발표하지 않았고, 동시대의 다른 수학자들이 일생을 바쳐 발견한 새로운 이론을 들고 오면 자기도 예전에 생각해 두었던 것이라며 차갑게 응수하기 일쑤였다. 더우기 이런 말투가 허세가 아닌 진심일 가능성이 더 높으니. 범인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천재의 고독과 오만함이 책장 너머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 책에서 가장 극적이고 가슴 아픈 서사를 꼽으라면 단연 에바리스테 갈루아(Évariste Galois)의 이야기다. 현대 대수학의 근간이 되는 군론(Group Theory)을 창시한 이 천재는 불과 스무 살의 나이에 권총 결투로 생을 마감했다. 정치적 격변기였던 프랑스에서 혁명의 열망에 불타오르던 청년 갈루아는 기존 학계의 낡은 벽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했고, 억울한 감옥살이와 짝사랑의 실패를 거쳐 명분 없는 결투장으로 향했다. 죽음을 직감한 결투 전날 밤, 어두운 촛불 아래에서 시간이 없다는 절망감 속에 자신의 수학적 아이디어들을 종이 위에 휘갈겨 쓴 일화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 뜨거운 피를 가진 청년의 절박함이 어떻게 차가운 수학 공식으로 승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장면이다. 물론 과장된 에피소드라는 의견도 있지만, 역사란 뇌리에 각인된 바로 그 장면만을 기억한다.
무한(Infinity)의 비밀에 도전했던 게오르크 칸토어(Georg Cantor)도 지나칠 수 없다. 그 이전까지 수학계에서 무한은 그저 신의 영역이거나 금기시되는 모호한 개념에 불과했다. 하지만 칸토어는 무한에도 크기가 있으며, 어떤 무한은 다른 무한보다 더 크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해 냈다.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이긴 하지만, 유한한 지성으로 무한의 본질을 직시하려 했던 이 도전은 아쉽게도 비극으로 끝이 났다. 동료 수학자 크로네커의 집요한 공격과 학계의 차가운 외면 속에서 칸토어의 정신은 서서히 무너져 내렸고, 결국 생의 마지막을 정신병원에서 외롭게 보내야 했다. 진리를 향한 탐구가 한 인간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 그럼에도 그가 남긴 '집합론'이 어떻게 현대 수학의 흔들리지 않는 기초가 되었는지를 아이러니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철저히 이과적인 기호들의 세계를 인물 중심의 인간 서사로 풀어낸 두 저자의 솜씨는 친절하고 탁월하다. 나처럼 수학적 배경이 얕은 사람일지라도 책에 등장하는 50명의 업적을 완벽히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공식을 증명하는 대신 그들이 왜 그 증명에 일생을 바쳤는지, 역사의 한 분야로서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에서 뽑아낼 가치는 충분하다.

비록 내 학창 시절은 수학의 즐거움을 모르는 문과생의 길이었고, 오랜 시간 밥벌이 속에서 수학적 사고의 부재로 뼈아픈 후회를 남기기도 했지만, 지금이라도 수학이라는 학문의 새로운 얼굴—숫자 뒤에 숨겨진 뜨거운 인간의 호흡—을 마주하게 된 것은 의미있는 발견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지독하게 머리가 아픈 수열이나 미적분의 공식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우주의 비밀을 엿보고자 했던 피타고라스의 열망과 무한의 심연을 들여다보다 정신줄을 놔버린 칸토어의 뒷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이 책은 나처럼 수학에 빚진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어른들에게 수학이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했던 '인간의 고뇌가 표현된 정수’였음을 깨닫게 해주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