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척학전집 : 훔친 심리학 편 -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인간 매뉴얼 세계척학전집 2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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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훔친 심리학 편 : 책 한 권으로 심리학의 대가가 되어 보자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지적 허영심은 강력한 독서의 동력이 된다. 

지난번 우연히 집어 들었던 “세계척학전집”이라는 수상한 시리즈의 첫번째 편인 “훔친 철학 편”이 내게 남긴 것은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당장 내일 출근길에서 써먹을 수 있는 ‘생각의 무기’로 평상시의 시각을 바꾼 계기가 된다.


칸트나 니체를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그들이 전생애를 걸쳐 고민했던 치열한 결과물을 이해화기 쉬운 일상의 언어로 읽고, 나름의 깨달음을 얻게 되고,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과 상사의 헛소리를 조금은 다른 해상도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두번째는 “심리학”이다.

학창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어쩌면 전공을 이 녀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읽었던 여러 도서 중에서 심리 실험의 다양한 케이스를 다룬 책들은 일순위로 서가에 꽂아둘 정도였으니.

하지만 체계적인 학문의 한 획을 내 것으로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보니 “척”하기는 더욱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본 시리즈를 한 권, 내 것으로 만들어놓는다면 조금은 자신있게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심리학의 대가인 “척”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첫 페이지를 넘겨가며, 나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이 복잡한 구조물을 진지한 눈으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그저 책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기만 해왔다는 적나라한 현실의 부끄러운 자화상과 만나게 된다.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기계가 어떻게 설계되었고, 왜 오작동하며, 그 오작동을 어떻게 역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편안한 사례와 함께 설명되고 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불안과 분노, 타인을 향한 질투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의 근원을 일상속의 언어로 이해하고, 실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자세를 갖게 된다.


책장을 넘기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 두 명은 바로 칼 구스타프 융, 그리고 뜻밖의 인물 데일 카네기다.


먼저 융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프로이트와 함께 심층 심리학의 거대한 기둥을 세운 인물이지만, 내게는 그저 ‘꿈 분석’이나 ‘집단 무의식’ 같은 난해한 용어로 기억되던 학자였다. 하지만 이 책이 안내하는 융의 ‘그림자(Shadow)’ 이론은 최근 회사에서 겪고 있던 스트레스의 실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책에 사례로 등장하는 꼴 보기 싫은 직장 동료가 하나쯤 다들 있을 것이다.묘하게 거슬린다. 상사 앞에서는 혀에 꿀을 바른 듯 아부를 떨고, 회의 시간에는 남의 아이디어를 교묘하게 자신의 것처럼 포장해 발표한다. 처세술의 달인이라 부러워하는 사람, 때로는 나처럼 욕을 하는 두 분류로 나뉘게 된다. 


하지만 융의 차가운 메스는 실체를 얼굴 앞에 들이민다. 그를 혐오하는 이유는, 그가 악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 안에  있는 것, 내가 숨겨놓고 있던 또다른 나의 욕망을 그가 대신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융은 말한다. 우리가 타인에게서 발견하고 혐오하는 그 부정적인 면은 사실 내 무의식 깊은 곳에 억압해 둔 나 자신의 일부, 즉 ‘그림자’다. 자산이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못 하는’ 행동을 그가 보란 듯이 해내고 있기에 질투가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융이 내면의 깊은 심연을 비추는 등대였다면, 책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데일 카네기는 이 심리학 여행의 가장 의외이자 흥미로운 변곡점이다. 


‘심리학’ 책에 카네기라니? 그는 학자가 아니라 처세술 강사, 혹은 자기계발서의 대가 아닌가? 

학문적 엄밀함이 생명인 심리학의 계보에 ‘인간관계론’의 저자가 끼어있는 모습은 마치, 미슐랭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 중간에 햄버거가 서빙된 것처럼 낯설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며 나는 무릎을 쳤다.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카네기야말로 가장 위대한 응용 심리학자 아니었던가!


프로이트 같은 심리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인간의 마음을 해부했다면, 카네기는 그 해부도를 들고 사람들과 만나고 강연을 했다. 그는 복잡한 심리학 이론을 대중이 즉각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행동 지침으로 번역해낸 천재적인 번역가이자 실천가였다.


책 속에서 재조명된 카네기의 메시지는 간결하다. 

“비난하지 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이름을 기억하라”. 


도덕 교과서에 등장하는 고귀한 가르침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동물의 인정 욕구와 방어 기제를 정확히 꿰뚫어 본 후 나온 전술적 지침들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라 믿으며, 비난받으면 즉시 방어벽을 세우고 반격을 준비한다. 

카네기는 이 심리학적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그래서 그는 논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려 방어기제를 작동시키지 말라는 고도의 심리전술 인 셈이다.


직장생활에서 - 특히 상사와의 갈등이 빚어지는 일촉즉발, 바로 그 시점에 머리 속에 꽝 때리며 행동을 중단해야 하는 중요한 지적이다. 나 역시 몇 번인가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면서 마치 스스로 뭐라도 된 듯, 의기양양했던 팔푼이 짓을 해왔다.



우리는 모두 겉으로는 멀쩡한 척, 쿨한 척 살아가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오작동하는 기계들이다. 융이 말한 그림자를 숨기느라 에너지를 탕진하고, 카네기가 경고한 대로 남을 비난하며 적을 만든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괜찮아, 괜찮아, 다 잘될 거야”라고 위로하지 않는다. 

“네가 지금 괴로운 건 시스템 오류야. 여기 버그 수정 패치가 있어”라고 건조하게 말해 버린다.


막연한 위로는 하룻밤의 안락함을 주지만, 명확한 분석은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인사이트를 준다. 회사에서 또다시 얄미운 동료를 마주칠 때, 나는 이제 속으로 웃어야 한다는 깨우침을 머리에서 떠올려야 한다. 내 질투가 나를 갉아먹는 독이 아니라, 내가 더 높이 올라가고 싶다는 내면의 신호라는 긍정적 접근도 필요하다. 회의 시간에 꽉 막힌 상사를 설득해야 할 때, 논쟁거리를 만드는 대신 그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우회로를 택하는 지혜도 얻게 되었다.


물론 대학 동기들과 맥주 한 잔 할 때, 심리학 전도사로 잘난 “척”하는 기초 소양을 다졌다는 점이 장 으쓱하다.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며, 앞으로 다방면에 잘난 인간이 되기 위한 최고의 효율을 책 한 권에서 알차게 파먹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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