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2 - 한순구의 게임이론으로 읽는 역사 : 리더십편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2
한순구 지음 / 삼성글로벌리서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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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2 : 게임이론으로 되짚어 보는 역사의 이면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순구 교수가 저술한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2”는 경제학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해부한 리더십의 관점으로 바라본 역사의 숨막히는 한순간들이다. 26개의 결정적 순간들을 게임이론의 렌즈로 해석하며 역사 속 인물들이 선택한 배경과 판단, 그리고 실패의 결과를 초래한 이유들을 분석해본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일본 전국시대의 세 명 영웅에 대한 평가와 정치적 결단에 대한 부분이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 자신에게 반대했던 영주들을 쫓아내고 자신의 측근들만을 에도 중심으로 재구성해 권력을 공고히 했다. 히데요시의 구 가신세력을 토벌하고 영지를 몰수하며, 자신의 세력으로만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적을 자신의 장수로 포용했던 오다 노부다나가 어이없는 죽음으로 내몰린 것과는 정 반대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같은 주제를 놓고 저자는 두가지 상반된 의견을 내놓아 잠시 어리둥절했다. 유비의 패착을 관우와 장비라는 측근들에게 정치적 동료로서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새로운 도전자들의 출세 길이 막히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

이 상충되는 전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맥락에 따른 최적 전략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은 아닐까?

유비는 약자의 위치에서 세력을 확장해야 했기에 다양한 인재를 포용하는 '협조 게임' 전략이 필수였다. 반면 이에야스는 이미 세키가하라에서 승리하고 실질적 권력을 장악한 후였기에, 배신 가능성이 있는 외부 세력을 제거하고 충성도 높은 측근으로 체제를 안정화하는 '비협조적 게임' 전략이 합리적이었다. 즉, 권력 획득 단계에서는 포용이, 권력 공고화 단계에서는 선별적 배제가 최적 전략이 되는 것이다. 같은 이론을 각기 다른 시대의 역사 속을 프레이밍할 때 이런 미묘한 차이로 인해 이론의 적용이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흥미로운 메시지를 던져준다.


오다 노부나가는 과감한 혁신으로 시대 변화를 주도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자세로 기회를 포착했으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내와 끈기로 최적의 때를 기다렸다. 이에야스는 히데요시가 그를 경계해 먼 에도로 보냈을 때조차 가족까지 희생시키며 참고 기다렸고, 결국 260년 에도막부를 열며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게임이론에서 이는 '백워드인덕션(backward induction)' 전략으로 설명된다. 이에야스는 현재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미래의 최종 결과를 역산해 최적의 선택을 했다. 반면 한신은 이 백워드인덕션을 읽지 못해 유방에게 토사구팽을 당했다는 분석이 책의 또 다른 교훈이다.​

항우는 진나라를 정복한 후 너무 성급하게 공로를 세운 장수들에게 영토를 나누어줬고, 정작 유방과의 전쟁에서 이미 받을 것을 다 받은 이들이 도우러 오지 않아 사면초가에 몰렸다. 게임이론적으로 항우는 세 가지 실수를 했다: 첫째, 내부의 적(초나라 의제)을 제거하지 않고 외부 전쟁을 벌였다. 둘째, 논공행상을 전쟁 종료 전에 해버려 동맹의 인센티브를 상실시켰다. 셋째, 경제력이 높은 관중 땅을 유방에게 내주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은 신라의 삼국통일로, 김춘추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불교·유교를 활용한 문화 통합 전략을 썼다는 점이다. 게임 이론의 '징벌 메커니즘'으로, 협력 유지를 위한 장기 보상 시스템을 보여준다. 유방은 이러한 교훈을 실천해 한나라를 건국했으며, 공신 한신을 처형한 것은 충성 관리의 냉철한 면을 드러낸다. 로마 시대나 가마쿠라 막부 사례처럼, 명성 과신이 몰락을 부른다는 분석도 신선하며, 몽골 침략 승리 후 내부 부패로 무너진 가마쿠라의 경우를 통해 리더의 '신호 관리'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역사 팬에게는 재미있고, 경영자에게는 실전 팁으로 다가온다.​​


고려 공민왕의 개혁 실패를 게임 이론의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로 분석하는 사례는 직장생활에서 비정함을 느낄 수 있는 적나라한 예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는 주인(공민왕)이 대리인(신돈)을 통해 목표(권문세족 개혁)를 달성하려 하지만, 정보 비대칭과 동기 불일치로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을 저해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공민왕은 몽골 혈통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신돈에게 전권을 부여해 전민변정도감(토지·노비 개혁 기관)을 운영하게 했으나, 신돈의 비리와 권문세족 반발로 개혁이 실패하자 신돈을 버리고 처형했다.​

게임 이론적으로, 이는 '우월 전략(dominant strategy)'인 배신의 딜레마로 설명된다 – 대리인(신돈)이 주인(공민왕)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된 데 실망하며, 공민왕이 자신을 버릴 가능성을 예상했다. 신돈 처형 후 공민왕은 자제위(홍륜 등)를 새 대리인으로 삼아 친위 조직을 만들었지만, 홍륜은 이전 신돈의 운명을 가만히 지켜만 보지 않았으나, 어차피 자신에게 돌아올 화살을 기다리느니 공민왕 암살로 선제 타격을 감행했다. 이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로, 대리인이 주인의 감독을 피하거나 보상을 과도히 기대해 배신하는 메커니즘을 드러내며, 리더가 대리인에게 인센티브와 감독을 균형 있게 제공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결국 공민왕의 개혁은 내부 배신으로 무너졌고, 이는 현대 조직에서 상사의 책임 회피가 직원 반발을 부르는 사례로 비유할 수 있다.


한순구 교수의 책은 역사를 단순히 과거의 사실로 보지 않고, 반복되는 인간의 속성에 따른 결과물로 이해하기 시대가 변해도 놓치지 말아야할, 현재이 우리가 직면한 의사결정의 실험실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의 조직과 정치, 경영 현장에서 내려야 할 결정들에 대한 실용적 가이드로 잘 정리해서 머리 속에 챙겨놓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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