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학개론
공포학과 엮음 / 북오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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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괴담학개론 : 한여름 열기를 없애는 일상 속의 공포 



어느덧 여름이 끝을 향해 가고 있어 잘 때 에어컨을 끄게 되지만 요 몇주간 잠자기 전 짤막한 공포 이야기 두세편 읽으며 살짝 소름이 돋는 그야말로 여름에만 가능한 작은 납량특집 무대를 만들었다.

 

이 책의 괴담들은 '어디에나 있는 장소'에서 시작된다. 원룸, 엘리베이터, 골목길... 하지만 이러한 일상 공간의 선택은 단순히 친숙함을 통한 공포 효과만을 노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대 도시인의 삶의 패턴과 거주 환경이 어떻게 새로운 형태의 괴담을 생산하는지를 보여준다.

전통적인 괴담이 깊은 산속이나 고택, 폐허 같은 '비일상적' 공간을 배경으로 했다면, 현대의 괴담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공간들을 무대로 한다. 현대인의 고립감과 익명성, 그리고 기술 문명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소외감이 어떻게 공포의 원천이 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좁은 원룸에서의 혼자 사는 삶, 무수한 층을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의 밀폐성, 야간에 홀로 걷는 골목길의 취약성 등은 모두 현대 도시 생활의 일반적 조건들이며 일상 어느 순간 공포의 순간과 맞닦뜨릴지 모른다는 걱정과 함께 일상생활의 지루함을 약간의 스릴로 변화시키는 작은 순기능도 있지 않을까.


전통적으로 공포 장르는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했다. 극도의 자극이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통해 일종의 '진입 장벽'을 만들어온 셈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유튜브나 인터넷 상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은 괴담학개론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처럼 공포를 보다 대중적이고 접근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하려 한다. 이는 단순히 공포의 강도를 낮추게 되는 결과보다는 공포를 둘러싼 문화적 맥락과 심리적 메커니즘을 투명하게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이 더 능동적으로 공포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도시괴담의 다양한 사례처럼 괴담은 시대의 혼란과 불안감을 공포라는 요소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대중의 심리를 대변한다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마치 학교 수업처럼 각 교시마다 제시되는 다양한 형태의 두려움을 통해 단순히 하나의 소재로 소비되기 보다 현대인 내면에 숨어있는 공포를 재인식시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작던 크던 용기와 도전을 보여주기도 한다.

저렴한 월세방에 귀신이 숨어산다거나 낯선 사람에게 당근으로 얻는 의자에 따라온 정체모를 남자는 어려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도전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불안감을 대변한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인간 관계는 메말라가고 의심과 두려움은 세상살이를 압박하는데 오히려 글을 통해 느끼는 현실에서 살짝 벗어난 무서운 이야기의 공포는 정서를 후련하게 뚫어주는 성량 효과 일지도 모르겠다.

더운 여름날 등골 서늘한 무서운 이야기처럼 말이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우리 주변의 공포 이야기에서 우리는 또다른 자아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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