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쿄는 어떻게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가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플랫폼 마케팅팀 지음 / 시티폴리오 / 2024년 12월
평점 :

도쿄는 어떻게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가 : 도쿄의 공간에서 서울의
미래를 갈망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 알라딘 영등포점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건물 위치는 제대로 찾았는데 도무지 서점 입구를 못 찾겠다. 건물
외부에도 서점가는 동선은 보이지 않았고 표지판도 부실했다. 건물 내부는 대부분 공실이 발생하여. 도로 면에 접한 몇몇 상점을 제외하고는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있었고, 에스컬레이터는
가동을 멈춘 지 오래되어 거미줄이 출입을 차단하는 흉물스러운 모습이었다.
간신히 엘리베이터로 지하로 내려가니, 애시당초 알라딘 서점의 주출입구는
영등포 지하상가였고 지상층과는 별개의 공간으로 구획이 나누어져 있어 고객들에게 언잖은 풍경을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
코로나 이후 자영업이 급속히 무너지고, 온라인 몰의 승승장구가 이어지며
대한민국 도심 여기 저기에 빈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잘 나가던 상권 자체가 무너지는가 하면, 젊은 층에 인기를 누리던 대형 쇼핑구역이 퇴물이 되어가고 있다.
유튜브 방문기를 살펴보면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동대문 밀리오레, 일산 웨스턴 돔,
라페스타, 그리고 영등포, 명동, 가로수길.
한 때 잘 나가던 상점가는 시대에 밀려 - 질병에 밀려 - 관심에서 벗어났고 공실율이 50%를 넘어 70%를 육박하는 지역역도 꽤 많다고 한다. 문제는 더이상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조차 희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공간은 더이상 상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오프라인이 질질 끌려가는 모양새를 보인다고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다. 또
그래서도 안된다. 온라인의 효율성과 편리함이 유통의 근간을 뒤바꾸어 놓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오프라인의
세계에서 발을 붙이고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명동 같은 지역이 ‘니혼바시’다.
관광가이드를 펼쳐 보면 2박 3일
무조건 방문해야 할 코스에는 빠지지만, 한 번쯤 들리면 좋은 장소 목록에는 등장하는 지역이다. 지난 3월 이 지역에 방문한 이유는 몇 군데 유명한 고상점을 살펴보고
싶었기 있기 때문이었다.
300년 동안 이쑤시개를 만드는 장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사루야”나 가다랑어 포로 유명한 “닌벤”에서 사진 한 컷씩 찍었는데, 여기서 마주친 의외의 풍경은 “닌벤”의 경우 오래된 건물이 아닌 최신식 쇼핑센터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지역이 새롭게 개발되면서 지역 명소들을 내쫓지 않고 오히려 지역의 명물로 유치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전략이 아닐까 싶었다.
동네가 인기를 끌면 바로 임대료가 치솟고, 지역 명물들을 밖으로 쫓겨나고
그 자리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나 플래그 십이 들어서며 다시 쇠퇴의 길을 걷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어두운 굴레를 벗어 던질 수 있는 힌트가 여기에 숨어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오프라인의 가치를 소비자와 공유하며 방문의 이유를 존재만으로도 부여한다.
도쿄는 서울 보다 훨씬 일찍 근대화가 되었지만 탐욕으로 채워지며 도쿄 대공습의 시원한 초기화 과정을 겪었다. 왜 미국이 리틀보이를 도쿄에 떨어뜨리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이미 콩가루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다만 그 와중에 살아남은 도시를 재건하였고 세계 2위 경제대국 다운
복원력으로 80 90년대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고도 성장기를 지나면서 다시 도시는 노후화되었고 공간 재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여기에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욕심이 얽히며 공간은 새로운 형태를 띄기 시작했고 책에 소개되는 부동산 기업들의
혁신은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광범위한 지역의 재개발을 목표로 하며 우리나라와는 다른 접근법을 사용한다. 단순히
건물 한 채나 타운의 재단장이 아닌 “에리어 개발”이라는
넓은 지역을 거주 그리고 생산과 소비가 적절히 배치되어 어우러지는 살아있는 도시의 기능을 부여하는 개념이다.
물론 지역별로 각 파트별 요소의 밸런스는 차이가 난다. 어떤 지역은
오피스 쪽에 집중을 하고, 다른 에리어는 상업과 유통을 중심이 두는 형태다.

여기서 한국과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복잡한 지분관계의 정리는 그렇다 쳐도 개발의 접근방식이 우리나라는 협소한 지역의 한계를 가지거나 주택에 몰입되는
방식을 택한다. 워낙 서울 집값이 높아 돈 되는 건축이라 치부하기에는 도쿄 집값을 생각해보면 핑계거리에
불과하다. 아파트 재건축에 제약이 생기니 이번에는 주상복합이라는 형태로 부동산 개발을 하게 되는데 해당
건물의 상업 시설 면적을 넓혀야 시공사업자는 수익성이 나니 주변 여건을 생각하지 않고 공간만 확보하지만 경기가 하강 곡선일 때는 공실로 도배된다.
비어 있는 곳은 항상 불안이 엄습한다. 아파트 입주가 끝났어도 입점하지
않은 상가가 1층에 즐비하다면 해당 건물은 물론 동네 전체의 분위기도 가라앉게 된다.
실제 거주자들의 생각과 필요한 공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완공 이후
그 안에서 사람들은 어떤 연결성을 갖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갈까 같은 심층적인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고, 이
부분에서 일본과 우리의 격차는 벌어졌다.
그리고 이는 해당 공간의 자본 측면인 리츠 비즈니스의 고도화에도 차이를 보이는 결과를 맞게 된다.
당장 일본 여행 가이드만 봐도 일본 주요 부동산 기업들이 새롭게 재개발하며 만들어 놓은 미드타운이나 힐 같은
브랜드 지역이 각 자 고유의 색을 가지고 거대한 에리어를 지배하고 관광객들에게는 방문의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명한 미술관의 작품을 연계하거나 인근 공원과의 연계를 통한 자연을 강조한 지역 등 나름대로 명확한 컨셉을 제시하게
되니 일상을 지내는 거주민이나 직장인은 물론 관광객에게도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머물 수 있는 이유를 선명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책 후반부에 소개된 숨어있는 F&B 식당들의 사례에서는 프랜차이즈로
도배된 국내 음식점 문화와 또다른 모습도 엿볼 수 있고 이런 컨텐츠의 강력함이 그들이 마지못해 지켜야 했던 가업의 승계나 장인정신이 비록 시대정신과는
벗어난 현대의 상황임에도 특정 분야에서 아직 빛을 발하고 있는 긍정적인 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즌때마다 반복되는 명소의 바가지나, 질에 비하여 비싼 가격, 그리고 임대료 문제로 지역의 명소가 뻔한 테넌트로 채워지는 답답한 서울의 미래상을 다듬어보기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보다 먼저 번영을 이루고 몰락의 길을 걸을 뻔했던 도쿄의 현재 모습을 비교 해봄으로 명확해진다 할 수 있다.
도시는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영감을 주고 소통이 가능한 연결을 제공하느냐가
한 발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준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부동산 개발에 좀 더 담대하고 거대한 생각이 결국 개발 주체에게도 지속적인 수익을 담보한다는 점도 깨달을 수
있었다. 몇 십 년 동안 천천히 개발되었다는 다이칸야마의 상업지구를 한번쯤 벤치마킹해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