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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역사 - 표현하고 연결하고 매혹하다 ㅣ 소소의책 역사교양서
샬럿 멀린스 지음, 김정연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9월
평점 :

예술의 역사 : 인류가 꿈꾼 이상과 동경의 역사를 한 권으로 읽는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오랜만에 가족 나들이.
목적지는 교보문고 광화문점.
딸아이가 꼬꼬마 시절부터 한달에 한 번 꼴 방문지로 네비게이션에 등록 되어있다.
복잡한 서울 시내 건물 중 무료 주차가 가능하니 부담도 적다.
플래티넘 회원은 주요 지점에서 구매가 없어도 2시간 무료 주차가 가능한데, 한 달에 꽤 많은 도서를 구매하지는 못하지만 아이 교육보험 보험료 50%를 실적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혜택이다.
어릴 때야 그림책이나 학습지 섹션에서 뱅글 뱅글 돌아다녔지만 머리가 크고 나니 딸이 꼭 들르는 곳이 미술 코너다.
10만원 훌쩍 넘는 흉기 두께의 서화집부터 영어로 가득 찬 미술사 직수입 서적도 현란한 공간을 채운다.
미술을 전공할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지만, 미술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과정을 꽤나 좋아하는 눈치다.
다행인지 무이자할부가 가능한 책을 사달라고 아빠 손에 쥐여주지는 않지만 부담 없이 지불하는 미술 도서들이 서재의 한 칸을 채워가고 있다.
대학 전공까지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한 쪽 머리에서는 돌아가고, 다른 쪽에서는 미술사나 비평 공부시키려면 학비가 꽤나 들겠다는 걱정도 든다.
어차피 이과 계열은 아니니, 자기가 소질을 마음껏 펼칠 분야를 개척하고 고집스럽게 파 들어가는 선택도 “컨텐츠”가 왕인 시대에 어울릴 수도 있다는 확신을 차곡 자신감으로 쌓아간다.
외출할 때는 입지 않는 유니클로 빨간 맨투맨이 한 벌 있다.
전면에는 앤디 워홀의 선글라스 낀 사진이 흑백으로 멋지게 프린트 되어 있다.
레드와 워홀의 이미지가 집사람 보기에 외출복으로 전혀 적합하지 않다고 판정하여 룸 웨어로 입을 뿐이다.
그래도 난 이 옷이 너무 좋다. 지금도 입고 키보드를 달그락 거리는 중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 미술에 대해 쥐뿔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호암 아트홀 현대 미술 전시회에 우연히 방문하게 된다.
수퍼맨이 날라가고, 캠벨 수프 통조림 깡통이 굴러다니는 팝 아트는 배경음악으로 “Take on me”같은 팝콘 음악이 등장하면 딱 어울리겠네, 감탄을 하며 학교에서 배우는 미술감상과는 다른 차원의 신세계에 다가설 수 있게 했다.
물론 그때부터 미술에 대한 아마추어 수준의 관심 이상으로 증폭되지는 못했지만 일년에 한 번 정도는 과천 현대미술관에 소풍 겸 문화생활로 방문할만한 의지는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미술은 초보가 접근하기 가장 쉬운 분야다.
그저 바라만 보면 된다.
작품에 대한 세밀한 정보와 지식이 없더라도 눈에 보이는 그 상태로 즐기면 되고 관심이 커지고 본인 궁금증이 커지면 그 때 자세한 내역을 살펴볼 수 있다.
연주 도중에 박수치면 크게 힐난 받는 고전음악 콘서트의 부담이나, 지루함이 쏟아지는 소설이나 발레 공연보다 한결 부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역사의 주변 이야기를 엮어서 세계사의 한 분류로 받아들이는 접근 방식도 미술에 대한 깊이를 더 할 수 있다.
“예술의 역사”라는 책이 초보자가 쉽게 거대한 흐름을 쫓아갈 정도로 친절한 설명을 해주지는 않지만 시험 볼 일도 없고 우리가 대충 알고 있는 세계사의 굴레에서 미술이 받은 영향과 시대의 반영을 눈치챌 정도만 얻어가도 남는 장사이다.
색깔 고운 도판이 포함되지 않아 아쉽지만,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인터넷에서 고해상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갈 길 멀고 먼 예술의 역사 속에서 제한적으로 주어지는 그림 이미지에 만족하기만 하면 흥미롭게 책장을 넘겨 나갈 수 있다.
태초에 인간이 동굴에 쳐 박혀 거대한 육식동물의 위협을 피하면서 생명의 연장과 풍요를 기원하며 그려대기 시작한 벽화는 단순히 시간 보내기 심심풀이가 아니라 종교의 냄새도 살짝 나는 기원의 표출이었다. 좀 더 세밀해지는 자신 작품에 만족해지면서 정교한 터치가 이루어지고 내면에 숨어있던 욕망과 표현이 어울러지며 예술은 그렇게 탄생한다.
책에 다루는 예술 역사의 메인 스트림은 불가피하게 유럽 중심의 미술사이다. 동양을 위시한 유럽 이외 지역, 여성의 예술, 복잡해지는 양식의 현대 미술까지 폭넓은 영역을 다루고는 있지만, 예술사를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체계를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와 동양 미술사학자들이 지금부터라도 과거의 업적을 정리하고 학문으로 완성해 주길 바랄 뿐이다.
한국과 중국의 예술 작품들이 불교와 유교라는 종교 색채 짙은 궤적을 이어온 결과는 유럽도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종교가 생활을 지배하지만 전쟁으로 이어지거나 치열한 권력쟁탈로 확대되기 보다는 사회 안녕과 개인의 구도에 집중된 덕에 이교도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융합되었고 미술 유물들에도 이런 경향은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국내 사찰에 있는 수많은 조각상에서 “헤라클레스”도 등장하는데 이는 인도가 받아들이며 지역화 시킨 하나의 상징이 먼 지역을 이동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불교 영역 안에 포함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우상숭배를 철저히 금기시한 기독교의 종교 위주의 제한은 예술 역사에 꽤나 커다란 방해꾼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종교가 정치 사회 개인 모든 영역에 절대 권력을 가지고 횡포까지 휘둘렀기에 인간 본성의 예술혼조차 제대로 피어나지 못했다.
기독교의 종교심 발로라 할 수 있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작품조차 쉽게 허용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점차 종교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화풍은 르네상스를 거치며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현실로 캔버스를 바꾸기 시작했고, 이후 진행된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며 예술은 점차 종교가 아닌 개인의 환상을 쫓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인간 본연의 색채를 가득 채울 수 있었고, 현대 예술로 넘어가며 상상력과 표현력의 폭발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책에 등장하는 백남준이라는 거장의 이름이 한 단락 들어간 것에 만족하기에는 아쉬움이 크지만,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 유행되는 작금의 상황에 예술의 향기도 더욱 증폭되어 전세계로 뻗어 나가길 바랠 뿐이다.
우리 고유의 예술 역사도 발굴되고 정리되어 하나의 학문체계로 자리 매김할 수 있기에 필요한 건 우리의 관심과 예산을 제대로 쓸 줄 아는 똑똑한 정부의 역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