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 너머의 세계 - 의식은 어디에서 생기고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
에릭 호엘 지음, 윤혜영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평점 :

세계 너머의 세계 : 의식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과학적 고찰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증명하는 최고의 논리인, 이 한 마다 문장이 제시하는 의미를 예전에는 이해가 쉽지 않았다.
생각은 의식은 - 인간의 근원을 가장 잘 짚어내는 단어일까?
우리의 생각이 머리에서 - 뇌에서 작동하는 건 알겠는데 감정도 뇌의 작용이라는 건 알겠는데, 심장은 왜 아픈거지? - 탄생하고 진화하고 종말을 향해 가는 순간의 과정들은 다른 과학적 성과들에 비해 미지에 덮여 있는 영역이다. 그리고 과연 원하는 수준의 깊이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면이나 심리 분석 등 정신세계를 파헤치는 과학과 마술의 중간쯤 되는 행위들이 신뢰를 얻고 일부라도 현실세계에 반영된다는 자체만으로도 존재와 무가지론이 혼동되어 사람들에게 각인된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의식”이라는 단어, 그리고 존재의 문장 하나에서 시작된 궁금증 가득한 여정은 시간이 꽤 흐른 후, 알 수 없는 외딴 골목에서 벽을 마주쳐야 멈출 수 있다. 정답도 없고 내가 걷는 방향이 맞는지도 모르겠다는 의미다.
생각의 문을 열어 더 큰 의미의 존재를 고민하는 인식의 단계로 넘어서면, 세상의 모든 시간이 정지하고 무한한 질문과 답변의 시공간이 열리는 듯한 착각이 시작되고, 꾸벅거리며 졸든지 딴 짓거리에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실 처음부터 어려운데 풀어가는 과정도 마찬가지 쉽지 않다. 더듬거리며 저자와의 소통해야 하는 답답함이 여기저기 묻어난다.
독자가 쉽게 따라갈 수 없는 이질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겨갈수록 저자의 주장과 궁금증의 본질에 대한 갈망은 커져가니, 이 또한 의식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그게 책이 주는 오묘한 매력이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설명 방법은 역사의 흐름에 꿰어 맞춰보는 접근법이다.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관점을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이는 역사의 시간 흐름으로 이해하면 한결 귀에 쏙 쏙 들어온다.
인간 본연에 대한 의식은 내부적 관점으로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는 과정 동안 지배해 왔다. 그리고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오 이후 과학의 눈부신 발전은 사람들의 관심을 인간 자체와 종교 등에서 자연과 우주, 그리고 과학의 본질, 즉 인간 외부의 모든 원리에 대한 생각으로 지평을 넓혔고 이는 외재적 관점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이다.
다만 많은 학자들은 두 가지의 관점을 별도로 설정하였지만, 저자는 두가지를 하나로 묶어 어떻게 미래를 연구하는 기초로 삼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으로 질문의 방향을 돌린다.
의식과 인식이 시작되는 뇌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를 밝혀내고 과학자들은 이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의 범위 설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여러가지 의식 현상에 대한 연구는 한계성을 분명히 가지지만 실존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로 설명 가능할 때에 비로소 우리는 의식에 대한 과학의 명확한 입장 위에 미래 연구 방향과 기대치를 정할 수 있다.
내부와 외재적 관점을 이해하여 인간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사회와 과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준비를 맞출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복잡한 문제를 다룰 때 다양한 관점을 필요로 한다는 실천의 덕목을 얻을 수 있다.
진화의 방향에서 뇌는 궁극적으로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변화하였는지, 인간은 이를 어떻게 수용하였는지 어렴풋이나마 큰 얼개를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솔직히 한 번 읽은 수준으로 저자의 커다란 이상향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다시 한번 정독하며 관련된 책이나 글들을 연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페이스 오딧세이” 전반부에는 유인원 수준에 머물러 있던 인간의 의식이 성숙하는 결정적 과정을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검은 비석 “모노리스”에 이끌린 주술의 이미지로 연계시킨다.
어쩌면 검은 비문의 정체는 초과학의 산물로 인간 인식을 교화하고 감응시키는 기술일 수도 있고, 순수한 종교적 각성일 수도 있다.
영화 후반부에 인간의 삶을 순환으로 그려내는 감독의 의도를 감안할 때 어느 쪽으로 해석하더라도 의미 있는 성찰의 과정이 된다. 마찬가지로 의식의 시작과 끝, 그리고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과 꿈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화두를 던진다고 생각하는 독서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