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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
아오키 료사쿠 지음, 신혜정 옮김 / 잇담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아이디어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 : 디자인이 세상을 지배하는 원리
시부야 스크램블 사거리를 지나 11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배타”라는 샵을 만날 수 있다.
일본 트렌드 관련 도서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장소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신상품이나 컨셉 상품들을 누구보다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편하게 입장하여 반짝이는 제품의 컨셉과 기능성, 디자인들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며 체험할 수 있다.
막상 방문해보면 소개된 컨텐츠들이 무색할 만큼 변화는 적다.
꽤 오랜 시간 신제품이 원활하게 변경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고, 방문객수도 꽤나 적었다.
하지만 일종의 쇼룸을 통해 상품의 탁월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선보이고 상업 성공 확률을 점쳐 보는 공간의 유효성은 언제나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품들로 베타를 채우면 방문객이 늘어날 까라는 선 넘는 고민도 해볼 기회였다.
디자인이 사람을 유혹하는 과정은 진지하게 들여다볼 기회를 많이 가질 수록 커진다.
유통에 종사했던 관계로 매장에 신제품 나올 때마다 제품의 용도, 가격, 타겟 시장을 살펴보고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지로 평가를 마무리하는데 이 대목에서 디자인의 요소는 절대적이다.
단순히 예쁘거나 화려한 문제가 아니라 매력이 철철 넘치는 - 상품 가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정도의 정체성을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는 의미다.
애플이 디자인 측면을 확고하게 강조하기 위해 기술 영역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정도로 완벽한 제품 디자인을 한 덕에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고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도약한 살아있는 사례만 봐도 디자인의 역량이 어떤 방식으로 제품 개발에 적용되는지 알 수 있다.
TENT는 유수 기업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베테랑들이 설립한 회시다.
책의 첫머리를 보면 자신들이 제작한 상품들의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하나같이 강렬한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단순한 핸들 분리형 프라이팬에서도 확실히 때깔나는 자태를 뽐낸다. 딱 일본다운 디자인에 유럽 디자인 냄새가 절묘하게 결합되었다는 느낌이다.
물론 디자인을 위해 불필요한 기능이나 부품을 추가한 부분도 없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바와 일치한다.
최고라는 가치가 아니라 최적의 가치를 얻고자 하는 노력이다.
우리는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를 강요당한다. 기능과 디자인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는다. 소비자는 이럴 때 약자이기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기업이 분발한다면 두 마리 토끼도 잡을 수 있다.
다만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근원적인 이유를 감안했을 때 끝없는 시도는 불가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고민하는 한가지가 있다.
종이에 적힌 중요한 내용을 PC로 타이핑하거나 종이 위에 필사하고 싶을 때, 책이 펼쳐진 상태로 고정되야 한다. 간단하게 다소 무거운 물체를 올려 지지하거나 준비성이 출중하다면 문진을 이미 구매했을 지도 모르겠다. 독서대에 책을 고정시키는 방법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텐트의 디자이너들은 책의 굴곡을 맞춘 투명 아크릴 문진을 꽤 오랜 기간 고민 끝에 만들어낸다. 그게 뭐 대수야 할 지 모르겠지만 책의 내용이 플라스틱에 여과되며 원래의 글자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투명율과 왜곡까지 잡기는 쉽지 않다. 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책에서 설명하며 아이디어가 어떻게 완성된 제품으로 유도되는가에 대한 깊은 고찰을 남기고 있다.
꽤 비싼 가격이지만 문구점에서 이 제품을 발견했다면 꽤 오랜 고민을 할 것 같다.
도쿄공업대학생들의 초청으로 강의를 맡게 된 저자들이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은 무척 인상 깊었다. 학생들이 안내포스터를 만들게 하고 자신들이 만든 포스터를 비교하며 고객과 소통할 때 강조할 점과 순서를 어떻게 잡을지 간결하고 쉽게 알려준다.
센스나 멋은 필요 없다고 하지만 구조를 제대로 만들어 놓으니 보기만 해도 멋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는 부분에 주목할 수 밖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해야 기대한 결과물을 이끌 수 있다.
과거에 유사한 작업을 진행했을 때, 막상 시간이 지나고 다시 결과물을 들여보니 내가 원했던 안내라 기 보다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했구나 라는 아쉬움을 느낀 적이 있는데 바로 이런 가이드를 미리 알았다면 좀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책은 자신들이 작업한 사례와 디자인 기반의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절묘한 균형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쇼핑에 갈 때 마다 독특한 상품에 매력을 느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미는 탐색가 스타일이라면 책을 통해 그 안에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새로운 관점으로 들여볼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다.
단순하게 난 새 상품이 좋아, 멋진 디자인은 갖고 싶어하는 독자라도 기꺼이 숨어있는 디자인 작가들의 영감을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된다.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