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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넛지 - 치밀하고 은밀한 알고리즘의 심리 조작
로라 도즈워스.패트릭 페이건 지음, 박선령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6월
평점 :

다크 넛지 : 당신을 조정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라
모의 고문훈련에 참가한 군인이 있다.
언젠가 작전을 위해 참가한 전투에서 적군에게 사로 잡혔을 때 정보를 캐내기 위해 악랄한 수법을 동원하는 적에게 목숨 같은 기밀을 지키기 위한 사전 훈련이다.
시간이 지나면 감금이 해제된다는 전제 조건을 제외하고는 실제와 동일한 수준의 혹독한 고문이 시작된다.
인간 이하의 취급은 물론 잠을 재우지 않거나 침대 바닥에 결박시키는 등 우리가 영화를 통해 익히 보던 끔찍한 장면들이 재현된다.
확고한 의지와 정신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자존감, 자기확신 같은 의식 무장이 없다면 막막한 다음 순간의 고통에 대한 공포감에 인간 본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실 실험이란 전제조건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는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안전이나 기약이 없는 실제 상황은 고문 자체보다 언제든 한순간 목숨이 끝날지 모른다는 낭떠러지 위에서 삶의 종결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다크 넛지라고 통용되는 인간의 행동 방향을 작은 조건만으로 움직이려는 의도는 고문처럼 치명상을 우리에게 입힐 일은 적지만, 행동 전반에 작용-반작용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끌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고문에 대한 사전 준비와 실전 연습을 통해 감내할 수 있는 작은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군에서 시행하듯, 일상의 순간마다 암암리에 강요되는 정부가 계도라는 미명으로 유도하는 음모나 기업의 행동경제학에 따른 접근을 준비하는 일상의 준비와 연습의 필요성을 저자는 강조한다.
부지불식간에 잠식당하는 마케팅의 포로가 되어 통장 잔고를 바닥내는 일 따위는 없게 하려면 1+1 세일에 눈이 돌아가서는 안되고, 정상가격과 타 경쟁사의 가격까지 비교하는 진절머리 나지만 귀찮은 일을 실행해야 하고, 단순 금전의 손해보다는 장난질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자아의 확립이라는 거창한 주제라도 가져와야 한다, 이 말이다.
숏츠나 릴스 같이 짧은 시간 내에 저작자의 모든 할 말을 압축해내는 시스템은 알고리즘 같은 거창한 전략 접근을 떠나 중독이라는 빠지지 말아야 할 위험성에 개인을 노출시킨다.
휴대폰을 손에 들고 손가락으로 다음 컨텐츠를 휙 넘겨버리며 참을성과 인내심을 줄어들고 조금이라도 긴 내용이나 머리를 아프게 하는 발언들을 타노스의 손가락 튕김으로 자신의 세계에서 소멸된다.
교묘한 작동 툴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만큼 끊임없는 자극과 단기의 이익만을 추구하게 인간을 개조한다.
진득하게 자리에 앉아 독서를 즐기거나 영화 감상을 하는 소비자가 아닌 광고와 알고리즘에 즉각 반응하고 지갑을 열 수 있는 행동경제학의 완벽한 샘플 고객을 원하고-만들어 나간다.
이것이 2024년 우리가 하루 종일 유혹받고 있는 다크 넛지의 실체이고 목적이다.
흥미로운 챕터는 소위 “똑똑한 사람”들이 오히려 속기 더 쉬운 환경에 놓였다는 점이다.
자기 과신은 물론 자기 속임에도 능숙하기 때문에 원하는 넛지를 제공한 측과 같은 방향을 갖게 될 경우 더욱 적극성을 가지고 스스로 기만하는 아이러니 속에 잠식된다.
망해가는 기업 사례는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승승장구하던 기업이 소비자의 심리를 우습게 생각하고 대처한 결과, 어처구니없는 신제품을 만들어 한 순간에 나락에 빠지거나, 우수한 기술력을 맹신하다 경쟁사에게 잡아 먹히는 경우다.
똑똑한 인재들이 모여 수많은 학습과 경험을 토대로 집단지성의 결과물을 내놓지만 약육강식 경쟁세계에서 빈번하게 죽임을 당하는데, 개인 vs 집단의 대결에서 개인은 결코 다윗의 영광을 재현할 수 없다.
그저 할 수 있는 대안은 책에서 소개된 바와 같이 사례를 내 주변의 현실과 적용시켜 그동안 실수가 자명했던 선택들에서 벗어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빼곡히 적어놓는 일뿐이지 않을까?
광고가 뿜어내는 악마의 속삭임 정도는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여긴 헛똑똑이들에게 언제든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희생양의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사실을 깨달을 수만 있다면 이 책 한권에 들이는 비용과 수고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출판사의 다크 넛지라고 의심해보는 일도 게을리하지 말자.)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