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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맛있는 커피집
다카하시 아쓰시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8월
평점 :

일본의 습하고 땀방울이 등에 송송 솟아나는 무더운 6월을 극복하는 비법은 머리끝까지 얼음과 함께 짜릿하게 뒤덮는 콜라가 아니었다.
일단 다리를 좀 편히 쉬게 하고 천천히 차가운 음료가 온 몸을 순환하고 단순히 차가운 액체가 아닌 에너지 형태로 말단신경까지 채워줄 검은 무엇인가가 적당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 6월말 급하게 잡힌 후쿠오카 여행을 단순 쇼핑 관광이 아닌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는다는 목표를 정했고, 후배와 첫 날부터 알찬 투어를 시작했다.
미나텐진의 쇼핑몰들을 이 잡듯 뒤지며 새로운 상품의 등장이나 탁월한 VMD를 카메라로 담아내며 코로나로 단절되었던 시간 - 일본인들의 소비행태 변화를 눈으로 추격한다. 하지만 오후 4시에 접어들자 피로감이 아우성친다.
커피가 그리웠다.
앱을 켜고 인근 예쁜 카페를 찾을 여력도 없었고 - 그럴 나이도 아닌데, 그래도 맛 좋은 인연을 만나겠다는 의지 하나는 투철했다.
때마침 미나텐진 1층에서 발견한 ONCA 카페는 심플한 도시 감각이 잘 어우러진, 대형 쇼핑몰 1층에 있기에 딱 맞는 컨셉이라 마음이 끌렸다.
어쩌면 지친 다리의 유혹이었을지도.
메뉴도 심플하게 시로와 쿠로 2종류뿐.
검은 거 하얀 거.
매장 분위기와 딱 맞춤인 심플한 구성은 과연 맛까지 연결될 수 있을까!
얼리버드 광클릭으로 도쿄 왕복 18만원 항공비. 근사한 가격이다.
대신 혼자 모든 걸 해결하는 나홀로 방문일정이다.
일찌감치 숙소를 잡아 놓고 4박 5일 또다른 세상의 기회가 숨어있을지 모를 구석 구석 지도에 압정을 꾸욱 집어넣는다.
기왕이면 내 맘대로 여행일정인만큼 식도락도 내만의 방식으로 준비하기로 다짐한다.
혼자 청승맞게 술 마실 일도 없으니 식사와 디저트, 이어지는 커피의 조합은 오히려 더 좋다!
도쿄의 특색 있고 강력한 카페 일목요연하게 리스트 업 해준 책이 있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텐데.
“커피시간” 기자들이 찾아낸 카페와 킷사텐 38에 대한 분석은 각 페이지마다 오밀조밀 알차게 구성된 편집만큼이나 어느 집 하나 놓쳐서는 안될 강박이 밀려올 정도의 매력을 풍긴다.
킷사텐이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찾아보니, 일본식 찻집을 의미한다.
“차나 한잔하지 그래..“라며 평상심을 상징하는 뜻이라고 하는데, 공손한 주인이 간단한 식사와 디저트까지 대접하는 찻집을 통칭한다.
이러면 일반 현대식 카페보다 멋스러운 고풍이 느껴질 수 있다는 욕심이 방문리스트에 올라가지 않겠는가!
물론 우리나라 상륙 전 일본을 휩쓸었던 블루 보틀을 놓칠 수는 없다.
책에 소개된 기요스미 시라가와 플래그십 카페는 가장 먼저 카페 목록의 웨이 포인트를 선점한다.
일본 공습을 이곳으로 결정하게 된 이유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장사가 잘되거나 핫 플레이스라는 선택지가 아니라 “건물이 낮고, 하늘이 넓고, 지역주민이 친절하다”는 이유.
자신들의 선택한 위치를 공감시키기 위해 설법하기 위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인터뷰 내용이라 공감이 가는 이유는 커피 향보다 먼저 사람을 끌어당긴다.
인간 관계의 중심에서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커피 본연의 냄새가 공간에 가득 차 있기를.
두번째 선택지는 고급 킷사 고죠오다.
고리타분한 분위기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살짝 들기도 한다.
도쿄올림픽 개최 1년 전에 가게 문을 열었다고 하니 오래된 찻집이다.
(물론 1963년의 올림픽)
빌딩 지하로 내려가는 느낌은 중세의 빗장을 여는 느낌도 들지만, 두번째 페이지에 소개된 큼지막한 핫케이크 사진만으로도 방문하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게 만든다.
음료를 마실 때만 주문가능한 410엔자리 커다란 케이크가 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지 신기하다. 오래된 인테리어의 장소에서 오래된 기품이 내려앉은 커피 한잔이 기대된다.
새롭고 멋진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가진 샵을 방문리스트에 올려야 하는데 자꾸 고풍스럽고 약간 가라 앉은 카페가 눈에 밟히니 나이가 먹은 탓인가?
노부부의 커피 내리는 맛이 일품이라 기대되는 쇼안분코와 창문 너머 정원이 마음을 꼬드긴다.
분주한 여행 일정 중 잠깐 쉼이라는 기호를 머리 속에 집어넣고 이국의 머나먼 여정에서 잠시동안의 휴식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인테리어의 세월도 여정의 하나로 생각되기에 정겨울 것이라는 세뇌를 스스로에게 하고 있다. 여기도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7가지 테마로 카페를 분류하고 4페이지의 짧지만 꽉 찬 편집으로 소개하는 커피 향 가득한 가게들의 목록은 도쿄를 방문하는 주목적은 아니지만 여행의 즐거움을 증가시키는 역할은 제대로 할 수 있다.
커피중독자들이 아닌 일반인들도 타국의 혼잡함 속에서 의미 있는 커피숍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추억의 한페이지에 담을 이야기를 얻으려는 노력이다.
기왕이면 맛 가득한 디저트와 함께 할 수 있는 장소를 추천한다.
분주한 발걸음을 쉴 때 검은 액체와 함께하는 스윗츠의 매력은 새로운 힘을 불끈 솟게 하는 영양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시로를 시키고 후쿠오카에서 마신 커피는 서울의 무인양품 커피숍에서 유사한 맛을 찾을 수 있었다.
한때 후쿠시마산 플라스틱을 쓴다고 해서 불매운동도 있었던 상점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본국에서 들여온 새로운 포맷이 마음에 드는 아이러니함이 생소하지만, 다 떠나서 사무실 지친 하루에 잠깐 휴식으로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는 ONCA의 지친 다리가 생각나서 기분이 좋아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