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와 생각
이광호 지음 / 별빛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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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동경憧憬의 도시다.

 

머리 속은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의 살육이 상영되고 있지만, 가슴 속에는 소니 워크맨과 엑스저팬의 구슬픈 록 발라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탓이다.

당장 지진의 여파로 땅 속에 매몰되면 쌤 통을 외치며 좋아라 하겠지만, 150여년 세계 강대국과 어깨를 같이하며 쌓아온 그들만의 문화 저력이 사라진다는 아쉬움은 한 켠에 머물러 있을지 모른다. 애증이라고 하기에는 일본이라는 국가에 대한 증오가 크지만 도시와 그 안에 담긴 컨텐츠는 동경이라고 근사한 이름 붙이기에 조상님께 죄송한 미련이 남아있다.

 

10여년전 처음 도쿄를 방문한 날, 비가 추적 내렸다.

오랜 시간 오염수를 정화시켜 지금은 괜찮아졌다는 헛소리를 믿으라고 언론이 감언이설을 내뱉지만, 당시에는 쓰나미로 후쿠시마가 작살 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하늘에서 검게 쏟아지던 비는 혹시라도 피부에 닿을까 노심초사하게 만들었다.

 

업무상 오른 여행길이라 낮에는 거래처와 벤치마킹을 위해 도심 외곽 이온몰을 탐색하고, 저녁 느지막이 신주쿠 역 인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첫날의 회포는 노포에서 풀어야 한다는 일행의 합의 하에 번화가의 찬란한 네온사인 거리를 휘저었지만 내리는 검은 비는 무섭기만 했다. 지금도 무섭다.

(일단 HBO 드라마 “체르노빌”의 번뜩이던 섬광을 바라보던 주민들과 장관의 어깨를 두드리며 죽음의 공간으로 떠나던 광부들의 무심함을 보고 온다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회와 초밥은 절대 못 먹겠네 억울해했지만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 큰 걱정없이 계속 먹어왔다.누군가는 원산지를 속여가며 잘만 팔아먹었겠지만 이제는 정말 방사능 낭떠러지 끝자락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다.

 



저자는 아내와의 동경 여행을 에피소드로 엮어내며 감상과 소회를 독자들에게 풀어놓는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세계를 활짝 열어버리겠다는 야심 찬 사전 보고서를 보고한 후 방문한 나와 일행은 상념에 빠질 시간은 사실 없었기에 알콩달콩 도쿄의 에세이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문물을 눈으로 입력하고, 우리나라에 적용할 만한 대상에 포함되는지 열심히 두뇌회전을 통해 분류하고 기록해간다

신사유람단이라도 된 느낌이 바로 이것. 다행하게도 나는 이런 방식이 더 좋다.

 

저자 부부가 공항에서 개찰구를 통과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에피소드는 어찌나 우리와 똑 같은 심정이었을 지 공감이다. 사전에 준비했던 부하직원의 실수로 발권을 못한 일행은 미리 1시간 정도 지체된 일정을 시작했고, 노포 방문 시간은 1시간 반, 취침시간은 2시간 늘어졌다. 그런데 이게 여행의 묘미라고 히죽대던 녀석의 입방정을 손바닥으로 탁 때려주고 싶었던 기억이다.

 

첫번째 방문 이후 3년만에 다시 찾은 도쿄의 살짝 기름기 찌든 냄새 역시 비즈니스 냄새가 결합했다. 회사의 각 파트 리더들이 실제 일본 유통업의 실태와 새로운 업태를 체험하기 위한 교육의 일환이었다.

맛집에 줄서 진미를 맛보는 기회는 없지만 회사에서 준비한 관광 버스와 통역 가이드, 그리고 공짜 식도락은 더이상 바랄 것도 없지. 게다가 하루 일당은 선물사기에 두둑 했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쇼핑과 문물을 즐기는 감상에 포함된 상념의 시간을 나 역시 다시 갖게 되기를 바라는 욕망이 꿈틀대는 에세이와 여행의 깊이가 책 페이지마다 느껴진다

 

한국 쇼핑객이 가득하다는 샤넬 빈티지 샵에서 아내의 환한 웃음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는 저자의 고백은 능력을 떠나 철저한 사전 점검과 준비로 같은 실수를 독자들이 반복하지 않게 해주는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모노 차림으로 손님에게 끝까지 봉사하는 친절함 가득한 식당의 모습 역시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

 

하필이면 내게는 제일 인상적이었던 일본에서 식사가 오사카의 유명해진 와사비 테러, 바로 그 초밥집이라 100점 만점을 환호성으로 외치는 고수의 식당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든다. 어디일까 그 식당은?

 

도쿄대공습의 아름다운 폐허가 인상이 깊었던 탓일까? 유난히 흑백사진이 잘 어울리나는 도쿄의 한적한 골목길 사진이 중간에 페이지를 잡았다면 조금 더 좋았을 에세이집, 이번달 말에 후쿠오카를 가게 되었다

앞에 언급한 깨 방정 후배와 간만에 일본 여행길이다. 저자가 느꼈던 일본에 대한 시각과 감상과는 시선이 다른 느낌이겠지만 나만의 글을 적어보겠다는 작심을 얻게 된다.

 

심플하고 간결한 책 표지의 여행에세이를 나도 출판할 날이 오길 고대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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