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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코드
캐럴 스티버스 지음, 공보경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3년 3월
평점 :

마더코드 : ChatGPT가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사랑으로 채워질까?
후손을 낳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근원부터 시작되는 생존 본능에 기인한다.
SF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인 이유도 미증유의 사태에서 인간이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지극히 제한되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수작 “칠드런 오브 맨”에서는 마지막 아이를 둘러싼 암투가 인간의 탐욕과 절망이 잘 어우러져 디스토피아 미래에 대한 경고를 엄중하게 내리고 있다.
문제는 멀리 돌아볼 필요없이 대한민국은 그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증발의 직면에 서 있으나 아무런 행동과 의지를 보이지 않는 끔찍한 시대에 놓였다는 점이다.
머리에 깡통을 달고 다니는 집단에서는 사람이 모자라면 수입해서 쓰지, 근시안 플랜을 세우고 여유 있게 자기 재산 증식에만 힘쓰고 있지만, 나라 없는 국민들이 세계인에게 받는 멸시와 조롱을 꼭 한번 당해 보길 바랄 뿐이다. 그래도 정신 못 차리겠지만.
과학은 해답을 찾아낸다.
“인터스텔라”에서 인간이 문제 해결 능력을 도출하듯.
로봇 안에 인간의 난자를 통해 탄생한 생명을 집어넣어 배양하는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된다.
인간은 원천의 생명소스를 빌려주고 로봇이라는 기계를 통해 양육을 넘겨버리는 어찌 보면 편리한 시스템이지만 2023년이라면 윤리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기에 충분한 방식이기도 하다.
다만 시간이 훌쩍 지난 흉흉해진 환경 오염과 종말에 다다른 환경 파괴의 대안으로 제시된다면 뚜렷한 대안이 없기에 순순히 받아들일 방식이다. 더군다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종족 유지가 위협받을 때 인간의 놀랄만큼 휙휙 돌아가는 대안만들기는 소설이 나온 2020년부터 단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가?
멸종에 이를 수는 없으니까.
다만 지금 시점에서 소설로 이런 테마를 접할 때 인간이 논하는 윤리 문제를 앞으로 로봇과 적용하여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하나의 단초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한국인을 평생 괴롭히는 질문.
선택은 어떤 가, 아주 솔직한 답변을 해보자.
아이 시절부터 누구나 자신의 생존권을 거머 쥔 사람을 따를 수밖에 없다.
아이들도 누구 못지 않게 눈치를 보며 내가 오늘 준 이 점심 식사를 맛없다고 접시를 엎어버릴 때 앞으로 계속 음식을 받아먹을 수 있을까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렇기에 밥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사실 엄마 아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다행스럽게 부자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순수한 마음이 머리를 채우고 있는 시절까지는 유모를 최고의 눈치 보기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하인 대하듯 멸시하더라도, 결국 아이에게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는 물론 대화까지 책임져주는 사람을 따를 수 밖에.
그럼 만약 대상이 AI가 탑재된 로봇이라면?
우리는 “엄마”로 로봇을 대하게 될까? 책에서는 이 부분을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감정선으로 이해하지만 당연히 쉬운 문제는 아니다.
윤리 문제와는 별도로 결코 로봇과 나눌 수 없는 감정과 정서의 교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AI가 고도로 발달된 상태의 로봇이라면 그 또는 그녀는 아이를 어떻게 이해할까?
자신이 양육하는 대상으로 바라볼까 우리 부모님이 우리를 바라보는 애틋함으로 바라볼까?
책에서는 양자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유대관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읽어가는 내내 자연스러운 귀결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소설이 던져주는 의미는 스토리 뿐 아니라 생각해야 할 많은 제시어를 던져 놓는다.
한창 ChatGPT로 인간에 대한 AI의 반란이 두려워지는 시대, 평생 로봇의 위협을 받지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예술가들이 먼저 밥숟갈을 놓게 되는 요즘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스필버그의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그가 누구던가?
소설의 인기를 능가하는 영화의 환타지를 구현해냈던 “쥬라기 공원”처럼, 또는 로봇의 사랑과 감정을 꽤나 고민하게 만들었던 “에이 아이”처럼, 새로운 작품을 먼저 읽어보는 기회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미묘한 시기에 출간된 소설이 인간과 로봇의 미묘하지만 긍정 넘치는 사랑으로 채울 수 있다는 점은 디스토피아의 어두움을 벗어가게 만들 한줄기 빛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왜 부주의하게 스스로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할까?
인상깊었던 AI와의 대화는 어쩌면 우리 종이 끼치는 전지구적인 해악과 흉포함을 드러내는 상징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의 결정을 스스로 책임져야한다는 준엄함까지 엿볼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