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0
유종선 지음 / 가람기획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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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이제스트 100 : 미국 제국이 완성되는 역사의 변곡점 100군데를 확인하다

 

9.11 테러는 한국사람들의 생각과 비교도 안될 수준의 충격을 미국인들의 뇌리를 때렸다.

미국 역사 초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과정에서 영국이나 프랑스 등 기존 세력과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경험했고, 내전의 고통도 지켜냈지만 그 이후 지금의 안정된 국가 지위를 확고한 이후에는 단 한번도 자국 영토를 침략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주만은 어차피 먼 하와이니 논외로 치고 말이다.

영화에서도 등장하지 못할 수준의 테러를 성공에 마무리한 대가는 알 카에다에게도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주었지만, 그들이 기대했던 미국인들을 트라우마에 빠지게 만드는 목표는 성공했다 볼 수 있다. 세상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

 

미국은 제국의 관점에서 역사상 가장 관대한 국가라는 평이 지배한다.

세계 패권 국가답게 경제와 군사의 독점에 가까운 횡포는 여전하지만 공식화된 식민지나 타민족에 대한 억압 등 과거 제국의 행패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어쩌면 하나의 국가지만 여러 연방의 집합체란 의미는 막강한 행정부 수반의 권력이 힘을 발휘하지만 결정의 순간에는 삼권 분리가 작동하고, 동시에 각 주의 의견과 주장이 반영되는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미국사는 최대 강대국이 탄생하고 지금의 권세를 누리는 과정을 이해하는 재미도 있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정치경제문화에 걸친 의사결정과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항상 우리가 의문을 갖는 총기 규제가 없는 이유같은 궁금증이 어렴풋한 이해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미국의 역사에서 거대한 물결의 방향을 결정짓는 사건들을 위주로 훑어 나가는 과정은 구체화된 사건 중심의 미시 역사의 사례가 어떻게 사방팔방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지 살펴볼 수도 있고, 지루한 시간의 흐름이 아닌 사건의 전개로 역사를 쫓아가는 장점이 있다.

 

결과의 파장은 크지만 정작 발단이 되었던 사건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책에서 우리가 몰랐던 현장의 모습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된다.

 

역사의 양면성은 미국사에서 도드라진다.

승자의 기록으로 시간은 기록되고 패자는 보조출연 정도의 포지션으로 등장했고 그들의 주장은 소수의견으로 무시된다.

거대한 땅덩어리에 살기 시작했던 원주민들의 비극은 존재가 소멸된 결과뿐 아니라 잔인한 유럽대륙의 깡패들이 휘두르는 무기보다 질병에 더 취약했다는데 있다.

 

신대륙의 발견으로 빙하기 이후 분리된 공간에는 침략과 묻어온 바이러스와 질병에 취약할 수 밖에 없었고, 웰즈의 소설 “우주전쟁” 결말부에 독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던 상황이 어처구니 없게 실제 인류사에 존재했다는 깨달음에 놀라게 된다. 쓰러져간 주체가 뒤바뀌긴 했지만.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에서 인디언이라는 미대륙의 원주민이 피해자라는 인식이 더 많이 퍼져서 다행인 건 우리나라 역시 억울하게 나라를 빼앗겼던 경험이 있었기에 더 와 닿을지 모르겠다.

정작 원주민을 때려잡고 자리를 잡은 백인들이 본국의 세금과 간섭을 없애고자 피 흘리는 전쟁에 돌입하는 과정은 아이러니한 모습이지 않은가?

 

책에 살짝 묻어나는 “잔인 무도한” 원주민의 반란같은 시각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객관화시켜야 하겠다는 바램도 든다.

 

루이지애나 주를 엉겁결에 획득한 미정부의 당황스러운 내용은 책을 읽다 쿡 웃음을 일으키게 한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정치인들의 분열로 영국과 한판 대결을 벌일 정도로 국가의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반증이지만 국가의 운이 세계 정세의 변화에 따라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일본이 조선을 침탈할 수 있었던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떤 위협이 우리를 해치게 될 지 모른다는 역사 유튜버의 강조점이 오버랩 되는 부분이었다.

 

제국주의 시대에 뒤늦게 참여한 미국의 꼼수는 한편으로는 애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늦었지만 커다란 이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자국 우선주의 - 민족주의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의 당돌한 주장을 엿볼 수 있다.

국제 사회 질서를 어느 정도는 유지해야 유혈사태나 부의 소실을 막을 수 있다는 강대국 사이의 암묵적 동의를 제대로 짚고 넘어서는 미국의 정치행위는 우리나라도 본받아 할 부분 아닐까?

중국과 극동지역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기존 세력을 와해 시키며 뒤에서는 적절한 타협안을 주고 받으며 영향력을 높이는 행동은 조선처럼 약소국 입장에서는 속 터질 일이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자국의 최우선 이익을 확보하니 박수 칠 수 밖에.

우익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일반 상황인데, 특정 국가 이익을 우선시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필리핀의 독점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과 조선의 합병을 승인하는 조약은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생각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천사가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을 깨달아야 하는 좋은 역사의 교훈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 최강대국으로 자라는 과정은 과거 그 어떤 제국의 역사보다 차별화되고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현대에 이어지는 역사의 진행 상황중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서두에 언급한대로 역사상 가장 관대한 제국주의 국가라는 점도 흥미가 갈 수 밖에 없다.

중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미국과 맞대결을 펴려는 시도를 하는 작금의 세계정치상황이지만 과연 그렇게 호락하게 제국 국가가 몸집만 무거운 나라를 상대로 호락호락하겠는가.

 

몰랐던 역사의 전환점을 훑어보며 미국사를 정리하기에 딱 좋은 책이고, 독서 삼매경에 즐거웠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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