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무래도 카레
사카타 아키코 지음, 이진숙 옮김 / 참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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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래도 카레 : 4개국의 카레 맛 대결, 오늘은 우리 부엌에서 한 판 대결





다들 인생 음식 몇 개씩 가지고 있다.

꼬맹이 시절 입맛이 여든까지 가지 않나?

어른이 되면 더 좋은 음식, 더 비싼 음식을 맛보게 되고 새롭게 길들여지지만 이따금 어린 시절 소울 푸드는 천하 진수성찬보다 소중한 한 끼를 제공한다


지금도 회사 구내식당에서 이 녀석이 나오면 점심식사가 푸짐하다.

학교 다닐 때 가장 인기있던 도시락 메뉴이기도 했다.

카레.

보온도시락 통에 국을 넣은 부분은 가끔 비운 채 덜렁거리며 등교하기도 했지만, 그 안에 노란 카레가 들어있으면 차가워진 걸쭉한 액체조차 친구들의 표적이 된다.

통 큰 엄마들은 커다란 병에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넉넉한 양을 넣어 주시기도 했다 만 우리집은 아니어서 아쉽다.

여의도 근무할 때, 회사 바로 앞 인도음식 전문점이 생겼고, 여직원들과 신기해하며 저녁에 맥주 한 잔과 난에 발라 먹던 커리의 아쌀한 풍미도 좋다.

나름 맛집을 찾아다니다 인도와 일본 카레뿐 아니라 태국이나 베트남도 나름대로의 카레 식문화가 빼어나서 놀랐고, 국내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도 오뚜기 카레, 3분 카레의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수많은 기업의 남다른 레시피의 레토르트 제품들이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CJ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근사했던 맛에 비해 실적은 형편없었는지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대보다 얇은 두께가 아쉬운 책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쳐다 만 보고 있어도 군침이 돈다.

모든 요리책이 똑같지만, 유난히 프린팅 잘된 사진 속 카레는 당장 책장을 찢고 들어가 밥에 붓고 한 술 크게 뜨고 싶은 욕망을 불 붙인다.

인도, 태국, 유럽, 일본 4가지 테마로 카레 레시피를 선보이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요리도 보이지만 소 힘줄이나 콩을 활용하는 등 이색 맛의 요리도 흥미를 당긴다. 카레우동이나 볶음밥처럼 집에서 요리하는 경우는 없어도 푸드 코트에서 눈에 띄면 지나칠 수 없는 메뉴들도 눈길을 잡아당긴다.

같은 카레라도 국가에 따라 점도라던가 페이스트를 어떻게 만드냐의 차이가 결국은 최종 음식의 형태는 물론 같이 먹는 음식의 방향성도 바뀐다는 점이 흥미롭다.

앞쪽에 소개된 다양한 카레 향신료는 이렇 게나 많은 맛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아쉬운 마음을 슬프게 하지만, 그나마 익숙한 이름들도 있어 반가웠다.


순서대로 따라하면 그 끝이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이 요리책의 한계지만, 카레 요리법의 한계는 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국내에서 즐겨 찾는 음식이 아니라 각 나라별 독특한 맛의 결과물을 이루는 레시피인 만큼 재료 구하기 힘든 건 당연하지만 눈 앞의 비주얼을 엉성하게라도 따라해보고 싶은 요리 본능의 발현을 죽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힘들게 밀가루나 쌀가루 치대고 난을 굽는 지난한 요리과정은 취미라는 이름만 잘 붙여 놓으면 일요일 하루 주방의 시간을 다 잡아먹겠지만 잠시동안의 식도락은 그 모든 걸 덮을 수 있겠지.



아무래도 우리에게 익숙한 건 일본의 카레였다.


영국인들이 식민지였던 인도의 음식을 자신들만의 형태로 변형하여 즐겼다.

영국 짝사랑하던 또다른 제국주의 일본이 카피하였고, 그들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조선의 식탁에 오르게 된 긴 여정.

카레는 제국주의 맛이다.

정작 인도사람들이 오뚜기 3분 카레의 현란한 맛에 놀란다는 아이러니는 카레가 세계인의 소울 푸드로 변화되는 과정일지 모르겠다.


공화춘 짜장면으로 대표되는 진정한 한국인의 소울 푸드 랭킹 1위 짜장면이 일제의 화교에 대한 직업 제한과 미국의 원조물자인 밀가루로 만든 역사적 어두운 면에서 생겨난 빛과 같은 음식이라는 사실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이사할 때나 졸업식에서는 무조건 짜장면을 먹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페이지별로 4개 국가에서 애정을 듬뿍 담아 만드는 음식의 재료와 제조법이 압축되어 설명 되어있다. 적은 지면이지만 중간 과장 사진 컷이 포함되어 요리를 따라하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완성 사진을 좀 더 축소하고 과정을 좀 더 컷을 늘렸다면 요리를 따라하는 사람입장에서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나를 사로잡은 녀석은 양고기 카레다.

요즘은 양고기 전문점에 방문하는 기회가 적어 맛보지 못하지만, 대형마트 축산코너에 먹음직스럽게 랩핑되어 있는 녀석들을 볼 때마다 손길이 주춤거리고는 했다.

책에 나온 레시피를 따라서 독특한 카레의 세계로 입문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다음은 카레를 좋아하는 당신의 차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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